<사진-뉴시스>
스타벅스와 같은 매장의 임차인을 테넌트(tenant)라 부른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이 테넌트가 잘 입점해야 빌딩의 가치가 올라간다. 상업용 부동산은 점포 영업을 목적으로 입점하는 임차인들이 대부분인데, 그 지역과 그 빌딩에 적합한 매장이 들어오면 장사가 잘 돼 매출이 늘어난다. 매출이 늘고 장사가 잘되는 빌딩에는 계속 있으려고 하는 것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월세가 올라가고 이에 맞춰 빌딩의 가치도 상승한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수익환원법으로 계산된 월세 수익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출범 전략…주요지역 1~2개 점포 입점
공간 마케팅 전략…다목적 편안한 공간


스타벅스의 경우 전체 빌딩에서 사용하는 면적은 적으나 시너지효과 등을 감안하면 주요 임차인(key tenant)이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빌딩 주인과의 계약을 기존 상가와는 다르게 정률제로 한다. 정률제란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임대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매출과는 상관없이 월 단위로 동일한 월세를 지급하는 정액제와는 다르게 정률제의 경우 입점하는 업체의 매출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카페 프랜차이즈는 매출의 20% 내외를 임대료로 지급하는 데 반해 스타벅스의 경우 이 수수료가 15~17%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인근에 추가 매장을 내지 않겠다는 보장도 없고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 위해 건물의 외장재를 고급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갑’중에 ‘갑’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건물주들이 모시고 싶은 임차인이자 커피업계의 ‘샤넬’인 스타벅스는 부동산시장에서도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내고 있다. 임대수익은 기본이고 일대 상권을 살리는 랜드마크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스타벅스가 돈 되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들어가면 돈이 된다로 선후가 바뀌게 된 것이다. 실제로 2, 6호선 합정역과 연결된 딜라이트스퀘어 상가는 2015년 6월부터 임대, 분양을 시작했는데 1년 넘게 어려움을 겪었다. 전체 253개의 매장은 적은 규모가 아니어서 주요임차인이 먼저 입점해야 하는데 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2016년 말 교보문고가 입점을 확정하자 단번에 160개 매장의 임대가 완료되고, 37개의 매장이 분양됐다고 한다. 놀라운 일은 교보문고가 입점하기 전 텅 빈 그 상가에 스타벅스는 이미 입점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보문고가 들어오든 말든 본인은 영업에 자신 있다는 생각이다.

스타벅스의 입점전략은 허브앤스포크전략이다. 상위 1~2개 시장에 여러 개의 점포를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강남역 등 도심 주요지역을 걷다 보면 사거리의 모든 코너에 스타벅스 점포가 입점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년 간 비어 있던 광화문 우체국 1층 330㎡(100평) 규모 공간에 2018년 4월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주목할 점은 광화문 우체국 반경 200미터 안에 스타벅스 매장이 이미 4개나 있다는 것이다. 걸어서 14분 거리인 반경 1㎞안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42개나 된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의 연구에 의하면 2013년 스타벅스 서울 매장 지도를 분석한 결과 ▲종로와 을지로가 만나는 강북 중심업무지구 ▲강남 테헤란로 일대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등을 거점 삼아 스타벅스 매장이 차츰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매장의 밀집도와 서울에 본사가 있는 757개 상장기업 본사 분포가 일치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 스타벅스의 출점전략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스타벅스와 같은 업종을 건물주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대형빌딩의 경우에는 식음료 매장이 입점하는 것을 더 꺼려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빌딩도 스타벅스와 같은 식음료 매장이 1층에 자리 잡는 것을 선호한다. 예전에는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가 1층에 입점하는 것을 최고로 여겼는데 현재는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 등이 이 자리를 대신한다. 그 이유는 밤에도 불을 밝히고 영업하기 때문이다. 밤에 불이 꺼져 있는 건물은 죽은 건물로 인식돼 이미지에도 좋지 않지만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매장이 있는 건물은 눈에도 잘 띄고 주목을 받는다. 일단 눈에 잘 띄어야 거래의 대상이 되고 가치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세빌스코리아가 2016년 4월말 서울시내 주요 16개 빌딩 1층 점포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업종은 카페(35.6%)였다. 10년 전(2006년 12월말) 이 회사가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1층 점포 중에 은행(30.0%)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대형빌딩의 경우 1층이 아닌 5층 등 중층까지 식음료 매장이 입점하는 경우도 있는데 입점회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모든 점포가 직영점이어서 출점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타 커피전문점의 경우 대부분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반경 몇 미터 내 출점이 안 된다는 규제를 받기 때문에 애초에 이러한 전략을 쓸 수가 없다. 사실 좋은 입지에 스타벅스가 이렇게 포화상태로 출점할 경우 다른 커피전문점은 출점할 자리를 찾기도 어렵게 된다. 또한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과의 경쟁도 부담스러우니 자연스럽게 도심 외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2018년 4월 기준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모두 1151개에 이른다. 2016년 처음으로 1조 원(1조28억 원)을 넘긴 이후 2017년 매출 또한 전년도에 비해 25.9% 증가한 1조263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33.9% 증가해 1144억 원에 이른다. 사실 커피전문점은 커피를 마시는 특정 목적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다. 제3의 공간으로서 공부도 하고 사람도 만나며 업무도 보는 다목적의 공간이다.

커피전문점의 공간 진화에 맞춰 스타벅스도 여타 커피전문점과는 다르게 매장 분위기를 차별화하는 중이다. 테이크아웃을 은근히 부추기는 저가 커피전문점과는 다르게 편안한 의자, 무료 와이파이, 잔잔한 음악 등으로 머물고 싶은 편안한 공간 개념을 창출하고 있다. 이런 특성은 다른 나라의 스타벅스도 동일하지만 한국은 특히 고객이 편안하게 다양한 행위(학습, 업무, 감상 등)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한다. 커뮤니티테이블(여러 개인이 함께 사용하는 넓은 탁자)을 국내 스타벅스 디자이너들이 개발해 혼자 카페에 와서 테이블을 독차지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스타벅스의 이런 공간마케팅 전략은 스타벅스가 일본에서 200개에서 500개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에서 배운 것이다. 기존 통행량(플로)에만 신경을 쓰던 점포 전략에서 체류시간(스톡)을 중시하는 전략을 추가한 것이다. 스타벅스의 공간전략은 스타들이 소유한 빌딩에도 적용하기 좋다. 팬들이 편하게 와서 머무르는 공간을 제공해 주고 이를 통해 스타들의 이미지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송승헌 빌딩의 경우 1층의 스타벅스 매장에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붐빈다. 전지현 소유 건물의 스타벅스 또한 이촌역과 가깝고 이촌로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손님이 꾸준한 편이다. 스타 부동산인 스타벅스가 스타 연예인들이 소유한 빌딩과는 찰떡궁합인 듯하다.

[제공 : 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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