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지마라'.'짓겠다'..누가 더 세나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구상을 내비치기 무섭게 일대 집값이 치솟았고 김 장관이 이를 비판하고 제동을 걸면서 대립각이 형성됐다.

25일에는 ‘표준공시지가 결정권’을 두고도 마찰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정책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역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한쪽으로라도 기울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이기도 했다.


집값 치솟자 브레이크 밟은 정부…여의도·용산 개발 ‘딜레마’
“대규모 개발 좌초 땐 파급 커…정부와 논의 후 진행해야” 일침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는 지하화한 뒤 지상은 마이스(MICEㆍ회의 관광 전시 이벤트 시설) 단지와 쇼핑센터, 공원 등으로 개발하겠다.”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

 
“대규모 개발 계획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업이 좌초됐을 때 파급도 적지 않은 만큼 중앙정부와 긴밀히 논의한 뒤 진행돼야 한다.”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와 서울시가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을 놓고 충돌했다.
김 장관은 “박 시장의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이 있느냐”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작심한 듯 “(발표 이후) 여의도와 용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6일 기준 서울 영등포구(여의도 포함)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보다 0.24% 올랐다.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매매가격 오름폭이 가장 높았다.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도 0.20% 올라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0.05%) 서초(0.01%) 송파(0.04%)구 등 전통적으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강남3구의 집값이 안정적인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는 집주인이 늘었다.
여의도 한 주민은 “호재가 분다는 소식에 지금 안 팔고 있다”며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재건축 규제를 감안할 때 실제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한 여의도 중개업소 관계자는 “근거 없는 기대감이죠. 이걸 누가 다 책임지려고. 제 생각엔 확률이 80%는 힘들 거라고 봐요”라고 답했다.

이는 과거에도 오세훈 전 시장 시절 단군 이후 최대 프로젝트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추진하다 좌초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기대했다가 오히려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매도자들은 거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박 시장이 해외 순방 중 운을 뗀 이번 프로젝트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게 아닌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은 장기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박 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재개발계획을 임기 내에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일대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두 사람은 ‘표준지공시지가 결정 권한’을 두고서도 대립 구도를 펼쳤다. 25일 서울시와 국토부에 따르면 시는 지난 주말 박원순 시장 명의로 현재 국토부 장관이 가진 ‘표준지공시지가 결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

표준지공시지가는 국토부가 전국의 토지 중 대표성 있는 필지를 선정해 매년 공시하는 표준지의 단위면적당 적정가격을 말한다. 각 지자체는 이를 기준으로 각종 조세의 근간이 되는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게 된다.  

현재 표준지공시지가 결정권은 법률상(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국토부 장관의 고유 권한으로 명시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상 국토부 장관 권한으로 돼 있는 것을 사회공론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양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권한 이양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공시가 현실화 부분은 균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 전반을 살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일각에선 박 시장이 이번 기회에 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본인의 권한을 확대하고 세수를 늘리기 위한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무부서는 ‘긴장 중’

 
서울시는 김 장관과 국토부의 행보에 속앓이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역~용산역 개발은 그간에도 국토부 합동 태스크포스 등 다양한 경로로 긴밀하게 협의해 왔고, 여의도 개발도 필요할 경우 중앙정부와 협의할 계획이었다”며 “김 장관이 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에 관한 김 장관의 지적을 수용하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당초 다음 달로 예정했던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를 미뤘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여의도·서울역 마스터 플랜을) 언제 발표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지속해서 협의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 등을 마스터플랜에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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