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롯데·신라 vs ‘신흥 세력’ 신세계·현대 구도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면세점이 개점해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황금알을 낳는 사업’ 으로 불리는 면세점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해마다 전체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서로 더 큰 파이(Pie)를 가져가기 위해 사활을 건 모습이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또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김포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을 둘러싸고 또 한 번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강남권 시장 점유 싸움 치열할 듯
국내 대표 공항인 ‘김포공항’ 놓고 자존심 대결


지난해 14조 원이었던 면세점 업계 전체 매출은 올해 4조 원이나 늘어 연 18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롯데와 신라가 거의 양분하다시피 했던 시장에 신세계가 전격 합류하면서 경쟁 양상도 뚜렷하다.

지난 25일 관세청과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면세점 총 매출은 9조199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상승했다. 월 평균 매출로 따지면 1조5300억 원 규모다.

면세점 업계는 이러한 추세라면 올 한 해 면세점 매출이 18조 원을 넘어 지난해 매출(14조4684억 원)보다 30%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하반기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시장은 강남권이다.

중심 시장으로 떠오르는 강남권

지난 18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오픈한 데 이어 오는 11월이면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영업을 앞두고 있다. 사드 보복 악재도 해소 과정에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활황을 맞이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올해 서울 강남권에 문을 열면서 서울 강남권에만 시내면세점이 2곳에서 4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각각 롯데월드타워와 스타필드코엑스몰, 센트럴시티 등 강남 주요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DF는 지난 18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문을 열었다. 2016년 12월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딴 지 1년 반 만이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센트럴시티 중심에 전체 면적 1만3500㎡ 규모로 들어선다.

신세계DF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신규 사업권을 따낸 시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빨리 시장에 안착한 만큼 강남점 역시 성공 가도를 달릴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신세계DF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연 지 1년여 만에 분기 기준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신세계백화점 명동점에 위치해 백화점과 면세점이 모두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둔 만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역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포문을 열게 될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10층에 들어선다. 영업면적은 1만4005㎡(4244평) 규모 수준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신세계면세점과 마찬가지로 백화점과 붙어 있기 때문에 동반 상승 효과를 기대 하는 모습이다.

입지와 관련해서도 각각 장점이 뚜렷하다. 신세계면세점이 들어서는 센트럴시티 일대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지하철역,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근접해 있어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주변은 코엑스와 스타필드코엑스몰, 인터콘티넨탈호텔을 비롯한 고급호텔, SM타운 등이 있어 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유입이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강남권을 독차지하고 있던 롯데면세점은 만만치 않은 경쟁자를 맞아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직선거리로 9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신규 매출 선점을 위한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포국제공항도 이들의 또 다른 격전지다. ‘관록’의 롯데·신라와 ‘신흥’ 신세계가 맞붙는 형국이다. 김포공항 면세점은 국내 대표 공항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중국 관광객이 많아 알짜 사업장이라는 평가다.

지난 24일 면세점 업계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에 마감한 입찰 등록에는 롯데, 신세계, 신라, 두산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한국공항공사는 평가를 거쳐 두 곳의 복수사업자를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하고, 다음 달 중순 전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징성·성장 동력 두 마리 토끼 잡기

롯데면세점 입장에서는 인천공항 재입찰에 실패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시장 입지를 새롭게 다지기 위해 김포공항 면세점이 필요하다. 신라 역시 인천공항 면세점 경쟁에서 신세계에 밀려 탈락했던 터라 자존심 회복을 할 절호의 기회다.

신세계의 경우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서울시내 면세점 강남점의 개장으로 상승세를 탄 만큼, 김포공항 면세 사업도 차지하면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해당 사업권 운영 기간은 영업 개시일로부터 5년이다. 입찰 대상은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3층 출국장에 있는 DF2 (주류·담배)구역이다. 중견 면세점인 시티플러스가 운영하다 임대료 체납 등의 문제로 지난 4월 사업권을 반납한 사업장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연간 예상 매출액은 약 608억 원이다. 김포공항 면세점은 전체 면세시장 점유율의 약 0.5%를 차지해 외형적인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면세시장의 점유율 경쟁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업계가 한동안 특혜 및 불공정 논란에 시달렸고 성장 한계점이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만큼 서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공정한 경쟁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역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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