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어느 때보다 이번 전당대회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차기 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권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다음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당대표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당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는 모두 8명의 후보가 난립하여 그 중 3명으로 후보를 압축하는 작업이 지난 목요일에 있었다. 일명 컷오프 선거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가들로 구성된 440명의 중앙위원에 의한 당대표 예비경선이었다. 결과는 7선 66세의 이해찬 의원, 4선 71세의 김진표 의원, 4선 55세의 송영길 의원이 예비경선을 통과하여 다음 달 25일까지 경쟁하게 되었다.
 
3선의 이인영 의원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중앙위원들 앞에서 경제를 얘기하고, 노동을 얘기하고, 미래를 얘기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으며, 그의 표정은 결의에 차 있었고, 그의 연설 내용은 혁신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친문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될 수 없는 결정적인 하자임을 그는 알고 있었지만, 애써 그 사실을 외면했다. 그게 87년 체제를 만든 주역 이인영의 본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임을 자처한 4선의 최재성 의원은 달변가답게 좌중을 휘어잡는 열변을 토해 냈지만, 그것이 독이 될 수 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440명의 중앙위원은 그의 진솔함을 보려 하기보다는 그의 나이를 보았고, 그의 연설의 맹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재선의 박범계 의원은 제일 먼저 출사표를 던졌고, 당대표 경선에 참여한 8명의 후보자 중에서는 가장 정치경력이 짧은 후보였다. 그런 점에서 신선함도 있었고, 연설도 열정적인 면이 돋보였다. 그러나 역으로 박수를 유도하는 그의 연설은 440명의 중앙위원들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박수와 지지는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도 이번에 깨달았을 것이다.
 
5선의 이종걸 의원과 초선의 김두관 의원은 자신들이 왜 이번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본인들 스스로 왜 경선에 참여했는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니 440명의 중앙위원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비문으로 낙인찍힌 것에 대한 씻김굿이라도 할 요량이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해찬 의원은 항간의 ‘건강이상설’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다. 그의 연설은 힘이 없었고, 준비되지 못했으며, 듣는 이들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했다. 그것도 연출된 것이라고 항변한다면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기만이라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김진표 의원은 시종일관 여유롭게 정견발표를 이어갔지만, 그가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지는 못했다. 여당 당대표를 청와대 참모라고 생각하고, 정부의 실무장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송영길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1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실패를 교훈삼아 열심히 표를 다진 결과인 것 같다. 그는 동정표를 호소했지만, 보고 있는 나는 비굴하게 느껴졌다. 그는 평균 나이를 얘기했지만, 노회함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해찬, 김진표, 송영길 이 3명 중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가 선출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최고 전략가 440명이 선택한 결과다. 이들은 모두 문재인 지킴이를 자처했지만, 국민들의 삶을 지키려는 의지는 별로 없어 보였다.
 
여당의 위기 상황이 곧 도래함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던 예비경선이었다. 여당의 위기는 정권의 위기를 불러오고 정권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를 불러온다. 걱정이 되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어차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다면 최악을 피해
 
보는 것도 더불어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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