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의 ‘기반’- 초·재선의 ‘신선함’, ‘윈- 윈 효과’ 내나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8·25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당대표 선거에 가렸지만, 전당대회에서 함께 선출할 최고위원에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최고위원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당 위원장이 돌아가면서 하던 권역별 최고위원과 부문별 최고위원 제도가 폐지됐고 총 7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5명이 경선을 통해 선출되면서다. 이에 당내에선 대표·최고위원 주자 간 사실상 러닝메이트를 결성하는 새로운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의원 표는 많은데 온라인에 약한 당대표와 온라인에 강하지만 대의원 표는 적은 최고위원이 ‘짝짓기’를 하는 식이다.
 

- 당대표 선거 ‘올드보이’ vs ‘50대 기수론’... 초선 최고위원 주가 ‘급상승’
- “대의원 표 많은데 온라인 약한 당대표, 박주민 의원 영입 1순위”

 
다음 달 25일 진행되는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 나설 당대표 후보가 이해찬, 김진표, 송영길 의원 등 3명으로 압축됐다. 민주당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8명의 당대표 후보를 대상으로 예비경선을 진행한 결과 이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당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최고위원 ‘위상’ 높아져...
 

새 지도부는 당대표 1명,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원내대표 1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이 전당대회에서 선출되고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은 당대표가 임명한다. 이럴 경우 당대표의 권한이 막강해지고 최고위원의 위상도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자연히 당대표 선거에 가려졌던 최고위원 선거도 치열하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후보가 9명이 넘을 경우 예비경선을 진행하려 했지만, 8명이 후보등록을 마쳐 모두 본선으로 직행했다. 설훈(4선)·유승희(3선)·박광온·남인순(이상 재선), 박정·김해영·박주민(이상 초선) 의원, 황명선 충남 논산시장 등 8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선거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가 여론과 당내 반발에 부딪히자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승희, 남인순 후보 중 더 많은 표를 받은 1명은 최종 5위 안에 들지 못해도 최고위원이 된다.
 
이처럼‘본선’에선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함에 따라 당대표와 최고위원 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권 주자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고위원 후보들과 러닝메이트 관계를 구축해 세 확산과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이미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간 ‘짝짓기’는 예선부터 활발했다. 당대표에 도전했던 박범계 의원은 지난 22일 황명선 논산시장의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함께하며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사실상 대표와 최고위원 주자 간 러닝메이트를 결성한 것이다. 충청지역을 고리로 한 합종연횡을 통해 컷오프를 통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같은 날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한 설훈 의원 역시 “당대표 후보가 많아졌고 최고위원 후보에 초선 의원들이 몰린 만큼 서로 필요에 의한 합종연횡은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각 후보들은 서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후보와 전략적인 짝짓기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대의원 표는 많은데 온라인에 약한 당대표 후보에게는 최고위원 후보 중 박주민 의원이 영입 1순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경선에 상대적으로 초선 의원의 출마 비율이 높은 것도 당대표와 최고위원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진 배경이다. 초선 의원 입장에선 당대표의 ‘명성’과 ‘기반’이, 반대로 다선의 당대표 후보는 초선 의원의 ‘신선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선 3자 대결 구도는 2명의 ‘올드보이’와 ‘50대 대세론’이 맞붙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당대표 ‘올드보이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4일 “지금 우리 당은 한국당에 비해서 아주 젊은 정당, 또 전국정당으로 이미지가 가고 있는데 이해찬 의원은 이미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 아닌가. 신선하진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국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올드보이 좋아하다가 실패하지 않았나. 새로운 리더십을 뽑고 이 의원께선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 괜찮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해찬-남인순·박주민
김진표-유승희·황명선
 

반대로 초선들의 최고위원 도전은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민주당은 2013년 당시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 이후 5년간 한 명도 초선 선출직 최고위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당선 당시 60대였던 신 의원과 달리 이번에는 40대 선출직 최고위원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비친다.
 
물론 민주당 의원 129명 중 절반에 가까운 66명이 초선 의원인 점, 3선 또는 재선의원 상당수가 최고위원 대신 상임위원장을 택한 것 등도 초선 도전자가 많은 이유지만 당 안팎에서 민주당이 더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이해찬 의원과 김진표 의원 등 상대적으로 ‘올드보이’로 분류되는 두 당대표 후보는 당내에 퍼져 있는 ‘올드보이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경선 승리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러닝메이트 관측과 관련해 한 정치권 인사는 민주당 전대 ‘컷오프’ 전 ‘이해찬-남인순·박주민, 김진표-유승희·황명선’, ‘박범계-최재성·박광온·김해영’, ‘이인영-설훈’ 구도를 예측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8·25 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행 세칙으로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ARS 투표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를 각각 경선에 반영된다.
 
또 재외국민 대의원을 뺀 대의원은 전당대회 당일에 현장투표를, 권리당원의 ARS 투표는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하기로 하고 당대표 경선은 1인 1표, 최고위원 경선은 1인 2표 방식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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