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던 중 자살하면서 드루킹 특검은 새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 특검의 본류 수사는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등 권력 실세를 둘러싼 의혹을 밝히는 데 있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노회찬 의원에게 불똥이 튀면서 ‘성역 없는 수사’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권력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특검은 노 의원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면서 현 정부 권력 핵심들에 대한 수사로 급선회할 전망이다. 동시에 여의도에서는 김경수·송인배 외에 범여권 인사 C, H 의원 두 사람의 이름이 실명으로 돌았다. 소문의 실체를 알아봤다.
 

- 노회찬 자살, ‘본류’ 수사 박차 김경수-송인배 정조준하나
- 汎여권 H 의원과 C 의원 연루 의혹도… 특검 새국면

 
허익범 특검의 노회찬 의원에 대한 수사는 본류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지난해 대선 전후 드루킹 일당이 벌인 댓글 조작의 전모를 규명하고,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현 정권 인사들이 적극 공모를 했는지, 그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갔는지 오갔다면 출처는 어디인지 등이 핵심이었다. 나아가 김경수 지사와 그의 보좌관, 송인배 정무비서관 외에 정치인이 누가 더 개입됐는지도 밝히는 것이 특검의 본류 수사였다.
 
특검팀은 그동안 드루킹과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여부를 집중 수사해 왔다.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벌인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을 조사하면서 2016년 10월 김 지사가 경기 파주시 느룹나무출판사에 와서 댓글 조작에 쓰인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봤고 드루킹과 독대해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특검팀에서 ‘김 지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왔다. 아울러 김 지사의 지시를 받고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씨를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드루킹 연루 의혹도 일었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네 차례 드루킹을 만났고 간담회 참석 사례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드루킹에게 김 지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특검팀은 송 비서관과 드루킹을 연결시켜 준 경공모 회원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지사와 송 비서관 등 정치권에 대한 조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드루킹 김동원 씨가 ‘노회찬 불법자금 수수’를 폭로했고 노 의원은 그 여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이제 특검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이다.
 
일단 특검은 최근 드루킹의 방대한 댓글조작 활동을 기록한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이 USB에는 드루킹 일당이 댓글조작을 한 내역, 드루킹과 정치권 인사를 만난 일지와 대화 내용 등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SB, 휴대폰 파일 복구...정치권 사정 본격화

 
특히 특검팀은 이 USB 안에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사이 불거진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증거가 들어있다고 보고 있다. 드루킹이 김 지사와 ‘시그널’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눴던 대화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특검팀은 경공모 회원들이 경찰 수사단계에서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 수십대를 망치로 내리쳐 부쉈고 압수수색 현장에서도 급하게 휴대전화를 파기했지만 복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검측에서는 “포렌식은 휴대전화·PC의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훼손된 전자기기를 복원해 그 안에 저장돼 있던 파일을 살려내는 작업도 포함된다”며 “경공모가 포렌식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거나 파기했다면 큰 오산”이라고 복원에 대한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특검은 확보된 USB와 휴대폰 파일 복구를 통해 드루킹의 배후와 정치권 인사들의 대한 수사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드루킹이 노 의원에게 지인을 통해 불법정치자금을 건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이상 김 지사, 노 의원외에 범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추가로 접촉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드루킹 특검이 시작되면서 범여권 인사로 C, H 의원 이름이 실명으로 여의도에서 나돌고 있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김경수 지사, 노회찬 의원이 오르내릴 당시 “범 여권에 속하는 정치인 두 명이 더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C, H 의원 모두 범 여권 주류 인사로서 문재인 정부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돌면서 주목받고 있는 인사가 바로 송인배 정무비서관이다. 송 비서관은 이미 드루킹을 김 지사에게 처음 소개해준 인사로 지목되고 있다. 송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 핵심 참모 중의 한 명이다.
 
송 비서관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일정 담당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도운 핵심 인물이다. 1991년 부산대 학생회장 출신인 송 비서관은 1995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시장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에 참여하며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2000년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 사무관을 지냈으며, 2004년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일정 총괄팀장을 맡았고, 정무비서관을 맡기 전 송 비서관은 대통령의 일정과 청와대 회의 자료 등을 챙기는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실 제1부속비서관에서 근무했다.
 
김경수 지사, ‘특검 대응팀’ 구성 ‘자신’
 

한편 드루킹 특검이 본격적으로 김경수 지사와 정치권에 향할 조짐이지만 김 지사는 ‘자신’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7월 25일 노회찬 의원의 빈소를 찾은 김 지사는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하는 분을 잃었다. 국민들에게도 우리 정치가 바뀔 수 있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주셨던 분인 만큼 국가적으로는 물론 정치권에도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인께서 이루려고 했던 그 뜻을 꼭 이어서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지사 측은 드루킹 특검 대응팀을 구성해 특검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김 지사측은 김 지사가 드루킹과 연락을 하거나 만난 일은 있지만 ‘댓글 조작 시연’을 드루킹 일당과 했다거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 수사에 대해서 자신하고 있다.
 
특검은 수사의 '본류'가 아닌 노회찬 의원 관련 사건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수사 기간 60일의 절반을 흘려보냈다. 수사 기한인 8월 25일을 넘기면 혐의점을 찾아도 기소할 수 없다.
 
단, 대통령이 승인하면 수사 기한이 30일 연장된다. 여권을 정조준한 특검 수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기한 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특검은 남은 30일 동안 정치권 사정의 칼날을 성역 없이 파헤쳐야 한다. 그래야 노회찬 의원이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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