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했는데 화투장 두들긴 노인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기초생활 수급비로 도박판을 벌인 노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도박장을 개설한 일당도 경찰에 붙잡혔다. 또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노인 살인 사건이 이 일당의 도박 빛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기고 있다.

남자 출입 철저히 막는다는 일당, 경찰 아이디어에 덜미

최근 광주 북부경찰서는 도박장을 개설하고 기초생활수급비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혐의(도박 개장 등)로 A(61‧여)씨와 B(62‧여)씨 등 2명과 도박에 참여한 C(69‧여)씨 등 5명을 붙잡았다. 이곳에서 돈을 잃은 60대 노인은 채무를 갚기 위해 이웃 주민을 흉기로 살해해 구속되기도 했다.
 
참가비‧판돈까지
지원금 ‘탕진’

 
경찰이 한 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도박 현장을 단속하자 도박 가담자들의 가방에서는 수십만 원이 쏟아져 나왔다. 담요 위에는 화투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도박 가담자는 모두 60세 이상의 노인이다. 동네 노인들이 모여 여가를 즐기기 위한 모임이 아닌 참가비도 있고 자릿세까지 내는 도박장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40~60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도박으로 탕진했다.

A씨는 광주 북구 한 지역 아파트에 도박장을 차린 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10개월여 동안 C씨 등이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도박 참가자들의 기초생활 수급 통장을 담보로 잡아 놓고 돈을 빌려준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월세로 계약한 뒤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시간당 1000원의 참가비와 판돈의 5%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도박을 하면서 돈을 잃은 참가자가 대출을 원할 경우 기초생활 수급 통장을 담보로 선이자 1만 원을 제외하고 10만 원 단위로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무기징역 D씨
경찰 설득 끝에 정보제공

 
경찰은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강도 살인 사건이 도박 때문인 점을 파악하고 추가 조사를 벌였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3월 11일 D(69·여)씨가 자신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이웃 주민 E(83·여)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금품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D씨는 미리 준비한 둔기로 E씨를 살해한 후 귀금속 등 50만 원 상당을 훔쳐 달아났다.

D씨에게 재판부는 지난 6월 “엄벌이 필요하고 사회와 영구 격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함께 도박을 하던 이들은 돈을 빌려주던 노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개의치 않고 계속 화투짝을 두들겼다.

경찰은 이들이 외부 침입을 철저하게 통제한 채 도박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판결 전 구치소에 수감 중인 D씨를 찾아갔다.

D씨는 경찰에게 “협조하고 싶지 않다”면서 손을 내저었지만 경찰의 삼고초려 끝에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D씨에게서 도박장 운영방식을 상세히 들은 경찰은 도박장 개장 업주 등을 붙잡기 위해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경찰은 ‘남자는 출입을 막는다’는 철칙을 지킨 이들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아이디어를 내 여경을 투입했다. 여경이 도박장 업주에게 전화해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다”면서 “나와 보라”고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차량이 사고가 난 줄 알고 업주가 아파트 문을 여는 사이에 경찰은 도박장 내부로 진입했다. 결국 업주와 도박에 참여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등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벌여 도박장 운영 형태 등을 파악한 뒤 현장을 급습해 이들을 체포했으며 판돈 270여만 원을 압수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 동안 A씨 통장에 입금된 돈이 5000만 원에 달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의거해 국민의 혈세로 금전을 지원받는 사람을 뜻한다. 소득 인정액이 중위소득 30~50% 이하,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으로 지원액은 소득‧장애 정도 등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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