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개혁 최정점에 서 있는 기무사, 그들의 운명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계엄령 검토 문건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국군기무사령부의)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현직 기무부대장의 폭로가 나왔다. 당시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하극상 논란에서부터 송 장관의 리더십 문제까지 제기되는 등 한마디로 촌극이 벌어졌다. 정부는 현재 계엄·위수령 문건과 관련해 민관합동수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계엄·위수령 자체가 부풀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기무사와 국방부 즉 현 정부와의 싸움
오신환 의원 “정치 권력이 기무사를 활용해 온 것이다”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은 지난 24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장관이 7월 9일 간담회에 참석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 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민 대령은 “당시 간담회에는 장관 외 14명이 참석했고, 각 실장들이 돌아가면서 보고하면 장관께서 지침을 주거나 말씀하시는 순서였다”며 “장관께서는 여러 업무를 소관하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 있지만 기무사령부 관련 발언이어서 명확히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 대령은 “저는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답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이 민 대령의 발언을 두고 추궁이 이어지자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위수령은 이미 지난 3월 검토를 하고 (폐기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 장관을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세부자료 속에 계엄선포문
국회통제계획·보도검열 등 담겨

 
군 당국은 지난 23일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했다.

2급 비밀로 분류됐던 67페이지 분량의 세부자료는 국회 제출요구에 따라 평문화 작업을 거쳐 공개됐다. 공개된 세부자료는 앞서 지난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에 공개한 것과 동일한 문건이다.

문건은 먼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기각 시를 가정해 만든 문건으로 판결 직후 상황별로 위수령, 경비계엄, 비상계엄으로 변경해 발동이 가능하도록 상황별로 분류해 놨다.

특히 계엄령의 경우 예시로 작성된 비상계엄 선포문이 ‘대통령(권한대행)’명의로 돼 있는 등 언제든 비상계엄 발동이 가능하도록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 했다.

비상계엄 선포문 예시문과 함께 다음 페이지에는 1979년 10월 27일 작성된 박정희 전 대통령 유고 당시 계엄선포문도 첨부돼 있었다.

또 문건은 지난 2016년 터키 계엄 시 시민 저항으로 계엄군 진입이 실패한 사례를 들며 계엄 선포 전 언론 보도 등 보안 누설 시 시민에 의한 계엄군 진입 차단 등이 계엄 성패와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문건은 계엄사령관 추천에 대해서는 합참의장의 경우 군사 대비태세 확립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제외하고, 작전 임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육군참모총장과 연합사 부사령관, 합참차장 등 3명을 계엄사령관 후보군으로 봤다.

그러면서 연합사부사령관(대장)의 경우 전시 지상구성군 사령관 임무수행이 필요하고 합참차장(중장)의 경우 지구 계엄사령관 지휘·통제 고려 시 4성 장군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부적합 판단을 내리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더불어 문건은 대국민 담화문과 포고문, 계엄사 합동수사기구 설치, 보도검열 공고문 등 문건을 모두 ‘계엄사령관 육군대장○○○’으로 상정해 모든 예시문을 작성했다.

또 계엄 하에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의 경우 계엄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국정원, 경찰, 헌병 등 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해야 하므로 군 정부수사기관 장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며, 기무사령관이 적합하다고 명시했다.

문건은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도 담겨 있었다. 특히 계엄법에 따라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 시도 시 계엄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당·정협의를 통해 직권 상정과 표결 저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통제계획은 합참이 작성한 계엄실무편람에도 나와있지 않는 내용으로, 기무사가 월권을 넘어 법률을 뛰어넘는 과도한 해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시설 494개소와 집회예상지역 2개소(광화문, 여의도)에 대해 기계화사단·기갑여단·특전사 등으로 편성된 계엄임무 수행군이 전차·장갑차 등을 이용해 신속히 투입하는 계획의 경우, 시위대 저항이 가장 적은 야간에 진입하도록 투입시기를 명시했다.

이 밖에 문건은 계엄 선포 전 주한 외국무관단을 소집해 소요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동요 방지를 당부하는 한편, 계엄 선포시에는 기자, 기업인 등을 포함한 주요 국가 주한 사절단을 초청해 계엄 시행을 지지하도록 요청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또 계엄 시행 중에는 외신 언론기자를 대상으로 정부 입장의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하는 조치 사항을 밝히고 있다.

논란이 됐던 보도 검열의 경우에는 언론대책반과 매체벌 통제요원을 운용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조간신문, 석간신문, 방송·통신·인터넷, 주·월간지 등 매체 유형별로 사전 검열 시간을 정하고, 보도검열 지침에 3차례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문구도 있었다.

더불어 문건에는 필요시 KBS1 TV와 라디오를 통한 전국 단일방송 체계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함께 명시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계엄사령부 설치 장소도 구체적으로 검토돼 있었다. 최적의 장소로 선정된 계엄사령부 장소는 B-1 문서고다.
 
이은재 의원
“광우병 사태 보는 것 같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계엄·위수령 문건 공개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 장관과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을 사전 인지했지만 미온적 대응을 한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즈음 돌연 기무사 문건 운운하는 것은 괴벨스식 여론 호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기무사 문건 공개 이후 정치 쟁점화 된 원인에는 국방부와 청와대 잘못이 있다. 본질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정치권에서도 내란음모 사건인 양, 쿠데타 시도인 양 몰아가는 것도 잘못됐고, 기무사가 문건을 작성한 게 문제가 없다는 인식도 잘못이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기무사를 정치권력이 활용해온 것이다”라며 “철저히 상명하복을 따르는 군은 그걸 벗어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기무사령관이) 청와대, 대통령을 독대하는 부분을 없애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기무사와 국방부 즉 현 정부와의 싸움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국방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 그리고 그 개혁을 추진하는 인물이 바로 송 장관이기 때문이다. 송 장관은 국방 개혁의 최정점이 기무사라고 밝힌 바 있으며 그 일에 신념을 다 바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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