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바른미래당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지난 26일 발표된 '계약직 재임용 불가' 등 구조조정안 여파가 작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일부 구조조정 대상자들은 구조조정안이 사실상 통합 전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에게만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재차 각 당 출신들 간 갈등 노출이 예견된다.
 
바른정당 출신 사무처장 등 계약직 당직자 25명은 이날 김동철 비대위원장 등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계약직 구조조정 최소화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지난 26일 당무혁신특위가 발표한 '계약직 재임용 불가' 등 구조조정 원칙에 대한 재고 요청이 골자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215명 수준인 전체 당직자를 100여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75명 수준인 계약직 당직자와의 계약을 종료해 '해고회피노력'을 최대한 실행한 뒤 추가로 정규직 당직자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게 복안이다.
 
그러나 바른정당 출신 계약직 당직자들은 이같은 방안에 대해 "합당 이후 재임용을 약속받았기에 당을 믿고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그런데 계약서상 정해진 기간을 이유로 구조조정 1순위가 됐고, 지방선거를 위한 단기인력으로 평가절하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도 이같은 상황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지현 비대위원은 공개회의에서 "정확하게 당의 로드맵이 설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직부터 정리하는 건 그야말로 가장 쉬운 정리를 하는 것"이라며 "당직자들 입장에서 납득이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고 약자 배려를 외치는 바른미래당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반발 기류 속 일각에선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이 국민의당 출신 당직자들에 비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특히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은 구조조정안 수립 과정에서 국민의당 출신 당직자들과 달리 의사표명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바른정당 출신들 일부는 각 당 출신 계약직 당직자들의 계약기간 만료 시기가 다른 점을 근거로, 결국 상대적으로 계약기간이 빨리 종료되는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을 일방적으로 정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도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 계약직 당직자들까지 다 조정되기까지 최대 6개월 이상이 걸리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구조조정은 흐지부지되고 먼저 계약이 종료된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바른정당 출신 일부 당직자들의 반발에도 당무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오신환 의원)의 권고안에 따른 당 사무처 구조조정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
 
사무처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이태규 사무총장은 바른정당 출신 계약직 당직자 의견수렴 배제와 관련해 "(계약직 연장 불가의) 불가피성을 얘기를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면담을 하더라도)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오신환 당무혁신특위 위원장 역시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정규직과 계약직을 구분 없이 215명 전부를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을) 평가한다는 데 모든 구성원이 동의를 하면 그렇게도 가능하다"면서도 "법적으로 해고가 더 어려운 정규직들이 동의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오 위원장은 또 먼저 정리되는 바른정당 출신들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해서 말하는 것"이라며 "그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구조조정안이 국민의당에 유리하고 바른정당에 불리하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재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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