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퇴진한다. 남 사장이 퇴진함에 따라 내년부터 대우건설 새 사령탑을 박세흠 대우건설 전무가 맡게 됐다. 지난 2일 대우건설 경영진추천위원회는 남 사장의 후임으로 박 전무를 워크아웃 상태인 대우건설의 2기 대표이사 후보로 승진 발탁했다. 별탈이 없는 한 남상국 현사장에 이어 박 전무가 대우건설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다. 뒤집어 보면 워크아웃에 빠진 대우건설을 3년만에 독립 경영의 발판을 마련한 남사장이 경질됐다는 뜻도 포함된다. 12월 23일은 남상국 사장이 대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최근까지 대우건설 내부에선 이 날 신임 대표이사로 누가 임명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관심의 초점은 남사장의 진퇴여부. 경영진 추천위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사내에는 남사장의 퇴진설이 나돌았기 때문. 대우건설의 일부 직원들은 남사장의 유임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남사장의 경영능력이 인정받고 있는데다 남사장을 따르고 신뢰하는 직원이 많다”며 “남사장의 낙마에 충격을 받은 직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평직원 입장에서 최고경영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 이상의 언급은 회피했으나 남사장에 대한 회사 내 임직원들의 신뢰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우건설 관계자는 “남사장이 뛰어난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에서도 내실경영을 해 왔고, 경영수완을 발휘해 흑자 경영을 일궈냈다”며 “사내 일각에서는 남사장이 유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해, 남사장의 낙마를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 위원장은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3년만에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성과를 거둔 남사장이 그 결실을 보지 못하고 퇴진하게 돼 아쉽다”고 전했다. 남사장의 퇴진설이 나돌자 노조는 남사장에게 힘(?)을 보태기도 했다.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대우건설 노조는 경영진 추천 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일 “일부 인사가 정권 실세와 연관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신임사장 선임에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신임사장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라고 경영진 추천위에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당시 정위원장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신임사장 선임이 불투명하게 이뤄질 조짐이 있을 경우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원천 봉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노조의 반발에도 다음날인 2일 열린 대우건설 경영진추천위원회는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우리은행,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 7명의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예정대로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날 회의는 서울 남대문 (주)대우건설 본사건물에서 열렸으며, 오후 2시에 시작, 오후 5시에 끝났다. 회의 결과는 참여위원 만장일치로 박세흠 대우건설 전무를 새 대표이사에 임명키로 한 것. 하루 전날 노조가 반발한 점을 염두에 둔 탓인지 대표이사 후보에 임명된 박전무는 회의 결정 이후 즉각 노조간부들과 미팅을 갖고 장장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여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하는 기회를 가졌다.정창두 노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 “3시간 가까이 인사 청문회 수준의 토론회를 가졌다”며 “어떤 말이 오갔는지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오해가 많이 풀렸다”고만 말했다.

정위원장은 또 “본인이 끝까지 거부하고 있는데다 특별히 믿지 못할 이유도 없고, 27년간의 회사 근무 경력에 비춰 볼 때도 나무랄 데 없는 적임자로 판단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위원장은 “박세흠 대표이사 후보가 회사 근무 경력 27년 중 무려 17년을 해외 현장에서 일한 분이다 보니 사내에서 후보자를 아는 사람이 적어 오해를 빚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어찌 됐든 노조에서 제기한 정부 고위층 인사 청탁 의혹이 사실여부를 떠나 노조의 예상대로 남사장의 낙마는 이뤄졌다. 대우건설 안팎에선 이에 따라 남상국 사장의 경질 배경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남사장이 내리 4년 연속 흑자 경영을 해낸 대우건설의 사령탑이었기 때문.

대우건설은 지난 2000년 워크아웃 첫해 19억원의 흑자를 낸데 이어 내리 3년 연속 흑자경영을 해냈다. 올해 3/4분기도 흑자규모가 무려 1,300억원대가 넘는 등 사상최대 흑자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워크아웃에 빠진 기업 중에서 경영정상화를 밟은 기업이 몇 개 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대우건설의 3년간 실적은 탁월하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남상국 사장을 경질한 특별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채권단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는 우리은행에서 파견된 대우관리단장과 한국자산공사, 서울보증보험, 우리은행, 산업은행, 대우건설 ,임원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정부 출연기관이자 정부가 최대주주인 금융기관들이다.

한편 남상국 사장은 곧바로 퇴진하기보다는 고문역 등으로 회사에 남을 공산이 크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남상국 사장은 조만간 거취와 관련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대표이사 후보가 된 박세흠 전무는 남사장의 회사 2년차 후배이자 대학 같은과 후배라는 인연을 맺고 있다. 박전무는 지난 93년 말레이시아 현장소장을 비롯해 해외에서만 약 17년간 근무했으며, 2000년 자산투자관리실장을 역임했다. 올해 전무로 승진했으며, 대표이사 후보로 지명되기 전 외주구매본부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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