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한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여의도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여야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난항으로 밀렸던 법안을 처리하며 7월 임시국회를 마치고, 휴가를 통한 재충전에 들어갔다.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8월 초에서 말까지 휴가가 예정돼 있다. 다만 선수가 낮은 의원들과 일부 보좌진들에겐 이 또한 남의 얘기일 뿐이다. 작년 이맘때 국회 사무처가 협조 공문을 의원실로 보내 ‘연차 휴가 활성화’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20대 국회가 노동환경 개선에 방점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회 내 직원들의 노동환경 개선은 개선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정국 구상·재충전·민생 행보… 여야 지도부 ‘각양각색’ 한여름 피서 행보
- “국회의원 말이 곧 법” 보좌진, ‘1주일 휴가’ 혹은 ‘눈치’보여 연차도 못 내

 
‘7말·8초’ 여름휴가 기간을 맞아 국회도 잠시 방학에 돌입했다. 진통 속에 원 구성을 마친 여야는 밀린 법안들을 처리하며 7월 임시국회를 마치고, 재충전의 시기에 들어갔다. 국회의원은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에 따라 연차휴가를 부여받는다.
 
연가 일수는 재직 기간별로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3일 ▲6개월 이상 1년 미만 6일 ▲1년 이상 2년 미만 9일 ▲2년 이상 3년 미만 12일 ▲3년 이상 4년 미만 14일 ▲4년 이상 5년 미만 17일 ▲5년 이상 6년 미만 20일 ▲6년 이상 21일 등이다. 국회의원 역시 군 복무를 비롯해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등 다른 공직 근무 경력이 재직기간에 포함된다. 단 연차를 소진하지 못하더라도 연가 보상비는 받지 못한다.
 
與, 휴식 후 전대관리
김병준, 민생행보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지도부는 대부분 정국 구상을 겸한 국내 휴가 일정을 갖는다. 가장 먼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달 30일부터 당무를 내려놓고 여름휴가를 떠났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부터 31일까지 당대표로서 마지막 휴가 일정을 보냈다.
 
추 대표는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자택에서 가족과 짧은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를 마친 추 대표는 남은 임기 동안에는 차기 대표를 뽑는 8.25 전당대회 관리에 매진할 계획이다.
 
같은 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휴가를 보냈다. 홍 원내대표는 이 기간 미뤄뒀던 치과 치료 등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택에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에게 직접 받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와 휴가를 앞두고 직접 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미할리스 대장’ 등을 탐독하며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 대비 정국 구상에 몰입했다.
 
야권도 ‘여름휴가’를 통해 전열 재정비에 들어간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달 3일부터 4~5일가량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며 지난 5월 단식농성으로 쇠약해진 몸을 추스린다는 계획이다.
 
같은 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휴가를 가는 대신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행보에 나선다. 대학 캠퍼스 투어 등을 준비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현장을 찾아 당에 대한 민심을 살피고 당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등 민심을 청취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의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휴가 계획이 미정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3일과 이어지는 주말 이틀 동안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도 휴가 계획이 미정이며, 장병완 원내대표는 휴가를 가지 않기로 했다. 고 노회찬 의원의 장례를 치른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역시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여야 지도부뿐 아니라 현역의원들 역시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대거 휴가를 떠나는 등 정치권은 잠시 숨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든다. 지난달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의원들의 휴가는 8월 초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16일 이전에 집중될 전망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대다수가 지역구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등 민생행보를 겸해 휴가를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좌진들도 의원들의 일정에 맞춰 휴가를 떠나거나 계획을 잡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은 표면적으로는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나날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물밑에선 ‘8월 빅뱅’ 준비로 활발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여야가 8월부터 9월까지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치’보기 바쁜
국회의원 보좌관들
 

한편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과는 달리 비례대표와 선수가 낮은 의원, 보좌진, 당사 사무처 직원 등에겐 사실상 휴가 선택권이 없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올해 여름휴가 역시 남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소연한다.
 
여당 소속 A 초선 의원은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초선이라 평소 챙기지 못한 지역구 민원을 들을 겸 휴가 때 지역 경로당, 복지시설 등을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 역시 “비례대표라서 원래 지역구가 없었지만 최근에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돼 해당 지역을 본격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휴가 계획은 따로 없다”고 귀띔했다.
 
설상가상으로 노동환경 개선에 방점을 찍은 국회 내에서도 상사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모 의원실 직원 B씨는 근무하고 있는 의원실 보좌진들이 모두 휴가를 가지 않아, 직급이 낮은 본인이 나서서 여름휴가를 가겠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한 의원실 직원 C씨는 “애초에 국회의원 보좌진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보좌진은 공무원법을 적용받는다.
 
심지어 기자가 만난 일부 보좌관들과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연차’가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 보좌진은 “연차가 있는지 몰랐다”며 “우린 마치 자영업자처럼 쉬고 싶을 때 쉰다. 그러나 거의 매일 일이 있어서 못 쉴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 의원 역시 “10여 년 동안 국회에서 일했는데 국회의원이 연차를 소진하고 휴가를 갔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의원들은 연가보상제도가 없어서 그게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물론 국회 내 모든 당직자들의 상황이 이렇지는 않다. 한 의원실은 해당 국회의원이 “1주일씩 여름휴가를 갖다와라”면서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의원실 운영은 특성상 국회의원의 말이 곧 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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