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이 갈수록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이후 친문 김진표 의원과 양자 구도를 형성하면서 문재인 정부 내 주류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승자는 집권 여당 당 대표로서 위상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차기 총선에서 막강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차기 대권에서 본인 출마는 어렵더라도 ‘세력’을 통한 막후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 문재인’을 꿈꾸는 인사들까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유력한 대권 주자로는 영남 출신이 압도적인 가운데 TK출신인 김부겸 유시민 두 인사가 영남 집권 10년 차를 이을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 8.25 전대 당권 넘어 공천권에 대권까지 ‘요동’
- 이해찬 김부겸 ‘러브콜’, 유시민 친문 ‘구심점’
 

집권 여당 당권을 둘러싼 전당대회가 공천권을 넘어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려 복잡하면서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외형상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이 다소 앞선 가운데 신친문 핵심으로 부상한 김진표 의원이 바짝 뒤쫓고 있는 형세다.
 
이번 당대표가 20대 총선 공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원조 친노, 친문, 신친문, 비문에 상관없이 현직 국회의원들과 원외 인사들은 양 진영으로 쪼개져 정치적 사활을 걸고 전대에 올인하고 있다.
 
8.25 당권 전쟁
대권 전초전 된 이유 보니…

 
이번 민주당 전대의 특징은 문재인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친문 주류 후보가 대거 참여했고 무엇보다 조기 대권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한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잠룡군은 불참하거나 탈락해 흥행과는 무관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당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운동’으로 낙마하고 TK 유력 주자였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참 선언’을 하면서 김 빠진 전대라는 평가를 경선 전부터 받았다.
 
게다가 ‘차세대 주자’로 알려진 김두관·이인영 의원도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 당해 당 대표 경선은 차기 대권과는 무관한 ‘2군 그룹’ 간 치열하게 벌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당권 후보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간 ‘짯 짓기’가 이뤄지면서 차기 대권을 둘러싼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새로운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단 여권 유력한 잠룡군으로는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추미애 당대표, 정세균 전 국회의장,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이낙연 총리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썰전을 관두고 ‘작가’ 본업으로 돌아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까지 범 여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영남권 후보가 절대적으로 많다. 경북 상주 출신의 김부겸, 안동 출신 이재명, 경남 창녕 출신 박원순, 경남 고성 김경수, 대구 추미애·유시민 의원 등 6명이 영남 출신이다. 반면 호남 출신으로는 임종석 실장이 전남 장흥이고 이낙연 총리는 전남 영광, 정세균 전 의장은 전북 진안 출신이다.
 
충남 출신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혐의’로 정치적 재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여권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안 전 지사가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다고 해도 대권 주자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단 가장 차기 대권에 유력한 인사들은 호남보다는 영남, 영남 중에서도 PK보다는 TK 출신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 경북을 제외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사실상 전국정당화됐다.
 
특히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 강세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서 승리했다. 호남 역시 민주당 후보가 ‘싹쓸이’하다시피 했지만 전통적인 진보 정권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PK 선전과는 의미가 다르다.
 
결국 차기 대권에서 TK까지 가져갈 수 있는 후보가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영남 패권주의의 핵심인 인구 패권주의가 실제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정권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1997년~2002년)을 제외한 거의 다수의 대통령은 영남에서 배출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경북 구미) 비롯해, 노태우(대구), 김영삼(경남 거제), 노무현(경남 김해), 이명박(경북 포항), 박근혜(대구), 문재인 현 대통령(경남 거제)까지 모두 영남 출신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TK를 중심에 두고 PK를 외곽에 포진시키면서 영남패권주의 원형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1992년 대선전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DJ에 밀린 YS가 3당 합당하면서 정권을 가져갔다. 그동안 TK와 PK가 권력을 돌아가면서 했다면 92년 대선에서는 TK와 PK 연합을 통해 ‘김대중 대세론’을 무너뜨리면서 영남 패권주의가 한국정치를 지배하는 주류가 됐다.
 
DJ가 DJP 연합을 통해 97년 대선에서 권력을 거머쥐었지만 그 다음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다시 PK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권을 가져갔다. 정권이 교체된 다음에도 TK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10년 가까이 집권했다. ‘촛불정권’을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PK 출신이다.
 
차기 대권 주자 호남
< 영남PK < 영남 TK

 
일단 호남 출신을 보면 임종석, 이낙연, 정세균 3명이 잠재적 후보군이다. 임종석 실장은 신친문 인사로 50대에 문 대통령의 신뢰가 높고 정권 2인자로서 위상을 높였다. 또한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서 성공적 개최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은 다음에도 실질적 평화 안착을 하고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무엇보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영남과 중도 성향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세균, 이낙연 두 인사도 비슷한 처지다.
 
영남권 후보는 그나마 호남 출신 후보에 비해 인구 면이나 확장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 6.1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명실상부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당대표가 있다. 일단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특검’이 김 지사를 겨냥하면서 정치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친노·친문 핵심 인사로 3선급 중진들이 도전하는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당시 한국당 대선 주자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후보의 경남지사 출신 간 연합전선에다 ‘드루킹 사건’으로 야권이 총공세를 펼쳤음에도 승리하면서 초선이지만 ‘김경수 대망론’을 쏘았다.
 
하지만 드루킹 특검팀이 고 노회찬 의원 자살 이후 김 지사를 정조준하면서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에 몰렸다. 검찰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에 김 지사를 공범으로 보고 피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업무방해죄뿐만 아니라 공직자선거법 나아가 정치자금법까지 적용해 김 지사를 옭아매고 있다. 검찰이 기소해 하나라도 걸릴 경우 차기 대권은 물론이고 도지사직 유지도 힘들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 신세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경쟁하면서 초고속으로 차기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과 경기도지사 경선을 거치면서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다.
 
본선에서는 ‘형수 욕설 논란’에 ‘김부선 스캔들’로 재차 곤욕을 치르더니 경기도지사 당선 후에는 조폭 연루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와 관련 사정기관 조사도 앞두고 있어 차기 대권은 차치하고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두 인사에 비해 다소 대권 가도가 안정적인 상황이다. 지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기득권 세력, 적폐세력’으로 몰아세워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중도하차한 이후 서울시장 3선까지 무난하게 당선됐다.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박영선, 우상호 의원 등 비주류 인사와 맞붙어 승리했고 본선에서도 안철수·김문수 후보를 가뿐하게 제치면서 당선됐다. 하지만 비주류 인사에 서울시장 3선 연임에 따른 국민들의 식상함, 당내 세력 부재로 인해 차기 대권 행보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2022년 5월 대선 출마를 위해선 임기를 중도에 관둬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영남권 인사들 중 추미애 당 대표 역시 대망론을 흘리고 있다. 여성 당대표로서 임기 2년을 무사히 마쳤고 대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공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추 대표 역시 주류 내 비주류인 데다 대구 출신이지만 서울에서만 5선을 지낸 ‘무늬만 TK’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 의원도 내심 차기 총리나 국회의장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영남권 후보 중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상황이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대권 가도에서 멀어지고 김경수 경남지사마저 중도하차 된다면 최대의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안 전 지사는 대통령 경선 당시 한국당과 연정을 제안할 정도로 중도보수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김 장관과 겹쳤다. 김 지사는 영남 출신으로 친문 주류가 지지한다면 당내 비주류인 김 장관이 경선 통과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서고 싶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장관직 수행을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해찬 의원도 출마 선언을 하기 전 김 장관에게 지지를 약속하면서 출마를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당권·대권 짝 짓기?
이해찬-김부겸, 김진표-임종석·유시민

 
하지만 김 장관은 잔류하면서 차기 실세 총리감으로 부상했다. 김 장관이 총리까지 승승장구한다면 차기 대권 가도에 한발 더 다가가는 셈이다. 물론 대구 경북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여권 내 대권을 위해 당권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장관의 대권 가도에 가장 큰 변수는 의외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말이 최근 여의도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돌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최근 2년 6개월간 인기리에 진행하던 ‘썰전’에서 하차했다. 유 전 장관이 썰전 하차와 동시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유시민 전 장관을 내각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청원이 복수로 올라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시절 썰전 200회 축하메시지와 직접 출연해 “운명처럼 정치가 다시 유시민 작가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정치를 안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러브콜을 하면 그때는 운명이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그럴 일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현재 정의당 당적도 정리한 상황으로 자연인 유시민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이 입각하거나 정치 재개를 선언한다면 차기 대권 경쟁 구도에 반향이 클 것이란 게 여권 내 대체적인 반응이다. 대구 출신이라는 점도 물론 크게 한몫할 공산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권 주자들의 대권 주자들과 짯 짓기도 성행하고 있다. 이해찬 의원의 경우 이재명·김부겸 두 인사가 자신을 돕고 있다고 흘리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신친문 핵심인 임종석 실장뿐만 아니라 유시민 의원 역시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친문 표를 의식한 자가발전 성격이 강하지만 선거는 바람과 같다는 점에서 오는 8월 25일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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