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특검의 칼날이 매섭다. 고 노회찬 의원의 자살 이후 드루킹 특검의 화살은 김 지사를 정곡으로 겨냥하고 있다. 드루킹 특검은 8월2일 도지사 집무실뿐만 아니라 관사, 경남지사 당선 전 쓰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서는 한번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이 3일 만에 재청구돼 발부됐다면 특검이 확실한 물증을 잡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 최고 핵심 측근에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김 지사다. 하지만 청와대 내 김경수맨들과 여당내 친문인사들도 김지사와 ‘거리두기’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김 지사가 검찰의 기소된다면 사실상 청와대가 김 지사를 버리는 카드로 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때 ‘김경수 대망론’까지 나왔던 그가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 드루킹 특검 ‘스모킹 건’ 잡았다? 기소 ‘확실’
- 1차 업무방해죄→ 2차 선거법 위반→ 3차 정자법 수순

 
드루킹(김동원, 구속)의 댓글조작 의혹 사건이 특검 활동시한 20여 일을 앞두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익범 특검팀은 김 지자 집무실과 관사를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 등 디지털 자료와 각종 서류 등을 확보했다. 또한 김 지사가 쓰던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김 지사와 보좌진 컴퓨터를 압수했다.
 
특검은 김 지사를 드루킹 댓글조작혐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그간 참고인었던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특히 7월 30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3일 만에 재청구된 영장이 발부된 것은 특검이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특검 업무방해죄냐,
정치자금법이냐…기소 자신?

 
현재 김 지사가 특검팀으로부터 받는 혐의는 3가지다. 특검팀이 3곳에 대해 압수수색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네이버 등 포털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에 적극 개입해 사실상 드루킹 일당과 함께 업무를 방해한 ‘공범’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드루킹 김씨는 업무방해죄로 검찰로부터 2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반면 김 지사는 이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댓글조작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댓글조작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 참석도 “황당한 소설”이라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2016년 6월부터 드루킹과 만남이 시작돼 2018년 올해 3월까지 이어진 점에 비춰 6.13 지방선거를 겨냥해 여론의 영향을 미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특검에서는 드루킹으로부터 ‘김 지사가 지방선거 출마를 도와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드루킹이 경찰에 체포된 3월 21일 이전 6.13 지방선거를 다룬 기사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을 벌였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가 6.13 지방선거를 위해 드루킹의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드루킹 사건 일지를 보면 김 지사는 경남도지사 출마를 드루킹 사건이 터지자 한 차례 연기한 이후 4월 19일에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민주당 당원이 연루됐다는 최초 의혹 보도는 4월 13일에 터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14일에 경찰이 검찰에 드루킹과 김 지사의 연관 사실을 통보해 일파만파로 커지기 시작했다.
 
김 지사가 마지막으로 특검으로부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경공모(드루킹 운영 인터넷 카페) 회원 200여 명은 2016년 11월 2700만 원을 김 의원에게 후원했다. 특검은 이 자금의 성격에 따라 정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검에 구속된 경공모 회원 김모씨는 김 지사에게 전달된 정치자금 내역이 담긴 USB를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압수당했다.
 
정치자금법은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개인 명의라도 부당하게 회원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하는 것도 금지다. 실제 과거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 당시 임원들이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회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해 처벌받은 적이 있다.
 
관건은 김 지사가 ‘쪼개기 후원’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다. 만약 김 지사가 모르고 있었다면 정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드루킹 및 그 일당과 보안 메시지로 사전에 서로 후원 관련 대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정자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지사가 도지사 출마 선언 후 4월 말 민주당 내 법조계 출신 의원들과 김 지사가 후원금 2700만 원에 대해 당내 의원들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수의 참석 의원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잇따른’ 거짓 해명
‘화’ 부르나

 
야권에서는 거액의 돈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김 지사가 몰랐다는 것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특검에서는 김 지사와 드루킹이 비밀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도 2016년 11월이었다는 점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드루킹이 어떻게든 자신의 회원들이 거액의 돈을 후원한 것에 대해 김 지사에게 알렸을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경공모 회원들의 거액 후원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사실상 김 의원은 모르는 일로 치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거짓 해명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드루킹 사건이 본인과 연루 의혹 보도가 나온 4월 14일 “드루킹이 무리한 인사 요구를 했고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품고 끝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틀 뒤 김 씨가 추천한 오사카 총영사 이력서를 청와대에 직접 전달하고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면접까지 보게 했던 것으로 말을 바꿨다.
 
또 지난 14일 회견 때에는 “(드루킹 김 씨가) 일방적으로 문자를 보내온 것이고 의례적 감사 인사만 전했다”고 했지만 16일 회견장에서는 “홍보하고 싶은 기사 링크를 주위 분들에게 보냈는데 드루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후에도 김 지사가 텔레그램을 통해 “홍보해 주세요” 한 사실이 드러났고 일반인에게 생소한 보안 메신저 ‘시그널’로 55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김 지사는 드루킹 김씨를 ‘수많은 지지자 중 한 명’이라고 말했지만 보안메시지에는 ‘재벌개혁’, ‘개성공단 2000만평 개발’ 같은 정책 문제를 논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재벌 통제도 드루킹 보고서에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단순한 정치인·지지자 관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김 지사에 대한 특검의 3가지 수사 중 어느 것으로 기소될 지는 예단하기 이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입장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집권 여당 내에서도 “빠져나가기 힘든 것 아니냐”며 “기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김 지사를 버리는 대신 청와대 관련 인사들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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