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떼돈·직원 평균 연봉 1억…고용은 뒷걸음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 장사’로 10조 원 넘게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1억 원에 육박한다.


반면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공헌 활동에는 인색해 눈총을 사고 있다. 금융 당국이 최근 은행권 이자 장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공염불 논란에 휩싸였다.


은행권 연봉 실적 호황을 바라보는 시선 곱지 않아
지난해 동기 대비 11.3% 늘어…시장 경제 어렵다 울상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모두 10조75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1조950억 원) 증가했다.


4대 은행 모두 이자 이익이 10조 원을 웃돈 것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국민은행이 2조9675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2조7137억 원, KEB하나은행 2조5825억 원, 우리은행 2조4946억 원 등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폭은 신한은행이 3323억 원(14.0%) 늘어 가장 높았다.
은행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순이자마진(NIM)의 개선세가 지속한 덕분이다.


신한은행의 NIM은 지난해 4분기 1.58%에서 올 1분기 1.61%, 2분기 1.63%로 계속 올랐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기간 1.47%, 1.50%, 1.52%로 상승 추세가 이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4분기부터 1.71%로 정체됐으나 다른 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57%를 기록했지만 이미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상승한 바 있다. 이자 부문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덕분에 은행은 상반기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이 국민은행 1조3533억 원, 신한은행 1조2718억 원, 우리은행 1조2369억 원, KEB하나은행 1조1933억 원으로 모두 1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자 이익이 더욱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속에 은행들만 과도한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이 높다.

 
 수익 창출의 비밀 ‘가산금리’

 
특히 금융권 일자리는 되레 줄었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도 은행들은 사회 공헌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 수위가 높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은 사회공헌으로 7417억 원을 썼다. 2016년의 4002억 원보다는 85.3% 늘어난 것이지만 이 중 2500억 원은 법 시행에 따라 청구되지 않은 자기앞수표 발행 대금을 기부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또한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뒷걸음질쳤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최근 3년 동안 7353명 감소했다. 은행들이 모바일·인터넷 뱅킹을 강화하면서 영업점 폐쇄와 구조조정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한은행(3300만 원)과 우리은행(3100만 원)은 지난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올 초 지급받아 1분기에 평균 3000만 원이 넘는 급여를 받아갔다. 지난해에는 국민은행이 기본급의 300%를 보너스로 지급했고 하나은행은 기본급의 200%, 우리은행은 연봉의 11.1%를 성과급으로 줬다.


은행장들도 거액의 연봉을 챙기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신한카드 사장 시절 받은 14억4600만 원(장기성과급 포함)을 합쳐 총 21억2000만 원을 챙겼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면서 지난해 총 17억200만 원을 받았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사퇴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지난해 10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반면 서민 경제는 흔들려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가계는 1500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빚에 눌려 있다. 경기가 나빠 기업 설비투자는 대폭 줄었다. 이 와중에 은행들의 가계 대출 비중은 늘고, 기업 대출 비중은 감소하고 있으니 경제가 선순환하지 못하고 악순환할까 걱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총 여신 중 기업여신은 54.2%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의 67.9%에 비하면 많이 감소했다.


반면 2008년 이후 가계 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6.2%로 기업대출 증가율 5.4%보다 높았다.


기업대출은 양만 줄지 않고 질적으로도 나빠졌다. 중소기업들의 담보대출이 많아진 것이다. 담보 없는 기업들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


가계 대출은 수익률이 기업대출보다 높고 연체 관리도 쉽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로 손쉽게 장사하는 이유다. 그러면 혁신 기업에 모험자본을 중개하거나 공급하는 은행 기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은행권 연봉과 실적 호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부 규제 필요성 재차 강조

 
은행권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비밀은 가산금리에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은행연합회 등이 결정하지만 가산금리는 자본비용과 업무원가, 마진 등을 감안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산정 방식도 공개하지 않는다. 일부 은행들은 부당하게 대출금리를 책정하는 ‘대출 사기’를 하다가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퇴직연금에 의도적으로 저금리 상품을 끼워 고객들에게 지급할 원리금 부담을 낮췄다는 의혹도 있다.


한편 정부는 하반기에 대출금리 모범 규준을 개선해 불합리한 가산금리 운용을 손볼 계획이다. 은행들은 이에 앞서 자발적으로 가산금리를 낮춰야 한다. 가계 부채가 1400조 원으로 불어난 데는 ‘묻지마 대출’에 나선 은행들도 책임이 있는 만큼 국민 부담을 나눠 져야 한다. 금융 당국은 무엇보다 은행들의 경쟁 활성화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들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는 9%를 육박해 다른 업권에 비해 높다. 저축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역시도 지적이 있는 만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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