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시국엔 저돌적 돌파형 리더십 필요…총선 前 승부수”

“외교안보 부문 적극 협치 가능…해당 분야 장관도 긍정 검토”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바른미래당 9.2전당대회가 본격 막이 올랐다. 바른미래당 차기 당대표는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존립까지 위협받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당 정체성 확립과 친안철수계 친유승민계의 계파 갈등 해결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부산 해운대갑‧재선)은 지난 2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하며 ‘독이 든 성배’를 들기로 했다. 하 의원은 유력 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을 겨냥해 “태평성대처럼 관리해 나갈 사람이 지금 리더가 되면 당은 망한다”면서 “비상 시국에서는 제가 당에 큰 변화를 줄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 ‘안심’(安心·안철수 전 대표 의중) 논쟁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안심 유심, 굉장히 소모적이고 당에도 별 도움 안되는 얘기”라고 일갈했다. 다음은 하 의원과 출마 당일인 지난 2일 오후 유선으로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9.2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차기 당대표가 본인이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지금 초비상 시국을 맞고 있는데, 이 시기에 더 적합한 리더십을 누가 갖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 태평성대처럼 관리해 나갈 사람이 지금 리더가 되면 당은 망한다.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러 후보들 중 국민들 신뢰를 어느 정도 받고,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저라고 본다.
 
- 출마를 결심하는 데 결정적 계기는.
 
▲사실 말리는 사람 많았다. 당 지지율이 낮고 미래가 비관적인 상황에서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총선 당선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어디 매이기보다는 몸을 가볍게 하는게 좋지 않는지 않느냐’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조언이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보수 야당 진영에서) 혁신 재편 과정에 바른미래당이 약해지면 혁신 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참패처럼 수구적인 야권이 될 수 있다. 저는 야권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일관된 소신을 유지해 왔고 다음 총선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훌륭한 분이다. 배울 점도 많고. 문제는 비상시국에 맞는 리더십이냐 하는 문제다. 지금은 똥물 튀기는 거 다 맞고 돌멩이 맞으면서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리더십 유형으로 보면 손 위원장은 안정적 관리형이고, 저는 저돌적 돌파형인데, 지금 우리 당이 안정감이 중요한 시기가 아니다. 

안정감 있게 가다간 사망 선고 받을 것이다.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지금은 용단과 불굴의 투지가 필요한데 여기에 적합한 리더가 누구인지를 보면 당원과 국민들의 판단이 있을 것이다.
 
- 바른미래당의 당원은 국민의당 출신 당원이 3배 정도로 압도적이어서, 바른정당 출신 인사의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 최근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가 오히려 당원과 준당원에 해당하는 지지자들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더 높았다. 특히 저와 손학규 위원장이 거의 박빙으로 나왔다. 당원들 사이에선 제가 높고 국민 여론은 제가 좀 더 떨어지고. 합산해 보면 박빙이었다. 바른미래당 당원들은 계파성이 강하지 않다. 누가 당을 살릴 수 있느냐를 볼 것이다. 당파적 투표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현재 당권 주자들의 경쟁보다 이른바 ‘안심’(安心·안철수 전 대표 의중)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는 형국인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뭐 ‘안심, 유심(유승민)’ 대변하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한다고 하면 우리 당엔 희망이 없다. 안심 유심, 굉장히 소모적이고 당에도 별 도움 안 된다. 안철수 유승민 전 대표가 쉬면서 성찰할 여유를 드리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금 보면 자유한국당은 대권 주자가 아예 없는데, 우리는 안철수 유승민이 있다.
 
다만 이번 전대에서 새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생산적 다자 경쟁이 돼야 안‧유도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출마와 관련해 유승민 전 대표와는 얘기 나눈 게 있는지?) 그 부분은 자세히 언급 안하는 게 좋겠다. (웃음) 두 분한테 다 의견을 구하긴 했다.
 
- 바른미래당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해법은.
 
▲ 한국당은 ‘악플’정당인데 우리 당은 (악플조차도 없는) ‘무플’정당이다. 사실 사람들이 (당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른다. 방향도 뚜렷하지 않았다.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당의 색깔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당과 차별화하면서도 자기 색깔이 분명한 사람, 바른미래당 존재 이유를 분명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제가 발언하면 논란은 많지만 호불호가 갈린다. 악플도 많지만 선플도 꽤 많다. 저는 홍준표 전 대표와 같은 악플 대표는 아니다. 저는 ‘다(多)플’정당으로 만들겠다.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친안계와 친유계 간 심각한 공천 파동이 있었다. 이를 해결할 방도는.
 
▲단일 리더십이 아니어서 그랬다. 보통 내부에 이견이 생겨 해소가 잘 안되면 대표에게 일임하는데, 공동대표제니까 그 이견이 안 풀리면 출구가 없다. 전당대회를 통해 단일 대표가 나오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또 그간 전국의 지역위원장도 공동위원장 체제였는데, 앞으론 전부 단일 위원장 체제로 가야 한다. 압도적 후보가 있는 지역은 전략공천하고, 비등비등한 후보들이 있으면 경선을 통해 뽑을 것이다.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화학적 결합을 잘 이루면 (공천 파동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 2020년 제1야당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구체적 방안 있나.
 
▲내년 재보선 전 봄 무렵 전까지 한국당 지지율을 앞지르겠다. 한국당과 차별화 노선을 분명히 하고, 문재인 정부 도와줄 때는 화끈하게 도와주겠다. (이런 모습을) 일관되게 꾸준히 몇 달간 보여드리면 우리 당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한국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부 여당에 대립하려는 경향이 다분하다. 외교안보는 이 정부와 분명히 협치할 계획이다.
 
최근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제도 한국당과 입장이 다르다. 한국당은 기무사 사건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 제가 봤을 때 계엄령 문건은 국회의원 체포를 비롯해 군이 정치에 관여한 문제가 있는 사건이다. 물론 민주당도 좀 오버한다. 쿠데타 모의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민주당은 너무 과하게 몰아붙이고 한국당은 너무 문제가 없다고 하고. 우리 당은 그런 부분에서 한국당과 차이가 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당은 여전히 ‘고성장 저복지’ 패러다임 지향한다. 성장지상주의다. 민주당의 경우는 성장에 관심 없는 ‘무성장 고복지’다. 복지지상주의다. 우리 당은 중성장 중복지, 성장 친화적 복지를 지향한다.
 
- 청와대에서 ‘협치 내각’을 거론하며 사실상 연정 의사를 밝혔다. 3일엔 박선숙 의원의 ‘입각설’이 보도되기도 했다.
 
▲협치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합의가 먼저다. 무엇을 실현하기 위한 협치인가가 중요하다. 장관 한 사람 빼가는 식이면 찬성하기 어렵다. 외교안보 부문은 협치가 가능하다. 외교안보 부처의 장관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외 분야, 특히 경제에 관한 시각은 너무 다르다. 외교안보는 협치하고, 다른 분야는 견제하는 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다. 그 외 분야에서 협치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노선을 바꿔야 한다.
 
- 민주평화당에서 ‘비례 3인방’(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출당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다룰 계획인지.
 
▲ 우선 진솔하게 세 분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할 생각이 있다. 그런데 최근 민평당 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얘기가 노골적으로 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이들을) 출당하면 민평당으로 가는 게 아니라 결국 민주당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도 힘들지만 사실 민평당도 비전이 없는데, 그 종착지가 민주당이면 동의하기 어렵다. 지방선거 이후 (지켜보면) 민평당이 독자 생존을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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