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조급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나쁜 버릇을 키워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7월 13일 북한이 “국제사회 앞에서 (미북)정상회담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은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7.13 경고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갑자기 재판관이나 된 듯이 감히 입을 놀려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주제넘은 예상까지 해 가며 늘어놓은 무도한 궤설”이라며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북미정상회담의 “약속” 주요 골자는 간단하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로동신문이 문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이행 촉구를 가리켜 “주제넘은 입질”, “무도한 궤설”, “쓸데없는 훈수질”이라며 모욕을 준 것은 문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독촉하지 말라는 협박이었다. 그 대신 문 대통령은 “주제넘은 입질” 말고 먼저 대북 경제제재나 풀고 개성공단 재가동 등 경제지원에나 나서라는 압박이었다.
문재인·김정은의 4.27 판문점 선언과 도널드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6.12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의 속내는 “완전한 비핵화”에 있지 않다. “행동 대 행동” 또는 “점진적 비핵화” 하자며 시간을 끌면서 대북 경제제재를 풀고 핵 보유국가로 버티려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의 7.13 비핵화 이행 촉구와 관련, 북이 욕설을 해댄 작태는 남한 대통령의 입을 욕설로 틀어막으려는 조폭 짓과 다름없다. 
또한 로동신문의 7.20 문 대통령 욕설은 정상회담 조급증에 사로잡힌 문 대통령의 약점을 파고든 계략이었다. 북한은 지난 날 김대중·노무현 좌편향 친북 대통령들이 정상회담에 매몰돼 있었다는 점을 악용, 그들을 종북으로 관리했다. 로동신문의 문 대통령 욕보이기도 문 대통령 또한 정상회담에 연연해 있음을 간파, 종북으로 길들이려는 책동의 일환이다. 문재인 정부는 7월 19일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3차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문 대통령의 8월 평양방문을 검토했고 그 사실은 7월20일 자 조간신문들에 의해 보도되었다. 문 대통령의 8월말 방북 추진은 가을철인 10-11월 방북을 앞당기려는 것으로서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음을 김정은에게 확인해 준 거나 다름없다. 
로동신문의 원색적인 7.20 문 대통령 공격은 북한이 문 대통령의 방북 조급증을 남북관계에 이용하려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그렇게도 방문하고 싶다면 비핵화 촉구 대신 먼저 북한이 원하는 대로 대북 제재를 풀고 대북 경제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협박이었다. 북한은 남북 탁구 단일팀을 구성해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짜 평화 분위기를 조작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 아래 남한 주민들에게 북핵 불안감을 씻어내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이고 대북 경제지원에 나서도록 유도하려 한다.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 욕설을 퍼붓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비판하는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대북 비난 강연을 틀어막는 등 김정은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뿐만 아니라 문 정부는 미국측에게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협력을 위해 관련 대북제재 뒷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한다. 공영방송 KBS는 김정은에게 마치 평양방송처럼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깍듯이 붙여 준다. 그러나 김정은의 로동신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욕설로 받아쳤다. 여기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욕질에 대해선 “밝힐 입장이 없다”고 고개숙였다. 김 대변인은 로동신문에 “입을 함부로 놀려대지 말라”고 경고했어야 옳다. 문 정부는 북한에 할 말도 못하고 고개숙인다. 북한에 할 말도 못하고 고개숙이는 정권에서 북핵 폐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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