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도박 연예인’ 충격, S.E.S ‘슈’로 밝혀져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1990년대 인기를 누린 가수가 도박 등의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유명 걸그룹 출신 A(37)가 도박자금 수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고소를 당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은 걸그룹 출신으로 도박에 손을 댄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A씨가 누구인지 화제로 떠올랐다. 결국 A씨는 그룹 S.E.S 멤버 겸 연기자인 ‘슈’로 밝혀졌다. 절정의 인기를 경험한 가수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걸그룹 출신 ‘도박’ 이례적···누리꾼, 몇몇 가수들 잇따라 지목 ‘오해’

서울동부지검이 지난달 A씨에 대한 6억 원대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지난 3일 나왔다. A씨가 큰 인기를 끈 팀의 멤버이자 외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특정되면서 몇몇 가수들이 잇따라 지목됐다. S.E.S 멤버 겸 연기자 유진(37)은 온라인에서 잘못 지명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A씨는 S.E.S 멤버 겸 연기자 슈인 것으로 지난 3일 밝혀졌다.
 
호기심에 벌어진 도박?
“빌린 돈 변제하겠다”

 
슈는 “사랑하는 유진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의심받는 것을 보고 실명을 밝히기로 마음먹었다”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물의를 일으킨 것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슈는 걸그룹 도박 연예인으로 팀 동료이자 친구인 유진이 처음 거명된 것에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슈는 이날 ‘걸그룹 도박 연예인’ 관련 보도가 나오자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비계정으로 돌리며 의심을 샀다.

검찰은 슈가 도박 명목으로 빌린 자금을 갚지 않았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지난 7월 접수하고,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한 뒤 조사과로 내려 보내 기초사실 관계를 확인하도록 수사 지휘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소장에는 슈가 지난 6월 초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2명으로부터 각각 3억5000만 원, 2억5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카지노는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곳으로 슈는 외국 국적 소지자여서 출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슈가 연예인 신분이란 점을 고려해 고소 배경과 고소 내용의 진위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슈를 상대로 상습 도박 등의 혐의 적용 여부는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슈는 휴식을 위해 찾은 호텔에서 호기심으로 카지노 업장을 방문했다가 큰 돈을 잃어 빚을 졌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빌린 돈은 변제하겠다고 한다.

이날 유진은 걸그룹 도박 연예인으로 거명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슈와 유진은 1997년 S.E.S로 데뷔했다. 이들은 ‘아임 유어 걸’, ‘너를 사랑해’ 등의 히트곡을 내며 1990년대 후반을 풍미했다.

2002년 팀 해체 전까지 ‘국민 요정’으로 통했다. 슈는 귀여운 외모와 엉뚱한 면모로 인기를 누렸다. 이후 일본을 오가며 뮤지컬배우 등으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연극 ‘라이어’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말에는 S.E.S가 재결성하면서 다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0년 농구선수 임효성(37)과 결혼, 자녀 셋을 뒀다. SBS TV 육아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에서 가정적인 ‘다둥이 엄마’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남편 임 씨는 사업을 하고 있다. 부인 슈의 빚을 함께 갚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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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가수 도박 추락
공허함 메우기

 
연예인이 도박 혐의로 인기 추락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듀오 ‘컨츄리 꼬꼬’로 함께 활동한 탁재훈(50)과 신정환(44)이 대표적이다.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는 ‘HOT’의 토니안(40)과 ‘NRG’의 이성진(41)이 있다.

절정의 인기를 경험한 가수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를 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우선 공허함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다. 크게 주목받다가 자신을 더 이상 찾지 않은 것에 대한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입이 불안정한 생태계에 몸 담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한탕으로 크게 벌 수 있는 도박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단위가 큰 돈을 쉽게 만지던 옛 버릇도 남아 있다.

이번 보도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은 걸그룹 출신으로 도박에 손을 댄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나이를 먹으며 챙겨야 할 주변사들이 많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생긴 것”이라고 봤다.

연예인을 추락시키는 것은 도박뿐만 아니다. 90년대 인기 가수들이 최근 연이어 도마 위에 올랐다. ‘오늘 같은 밤이면’으로 유명한 박정운(56)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역시 같은 시절 인기를 얻은 가수 B씨는 수입차 매장에서 ‘갑질’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90년대는 대중음악계 황금기로 통한다. 인기가 있다는 가수들이 앨범을 냈다 하면, 최소 수십만 장이 팔렸다. 어린 나이에 짧은 시간 동안 부를 축적했다. 오랜 기간 연예 활동을 하며 인기를 이어가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연예계 관계자는 “한때 인기를 얻었던 가수들이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면서 “예전에 받았던 대우에 미치지 못하거나 과거 자신의 명성에 얽매이는 순간, 과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의 가수 트레이닝 시스템 부재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돌을 키우는 중견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일반 대중에 대한 노출이 잦아지고,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90년대만 해도 ‘보이는 것’이 중요한 때라 인성 등에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작용이 주류 밖에 있는 일부 연예인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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