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 들어서자 꽉 찬 주차 공간 뒤로 불법 주차 차량이 줄지어 있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핫플레이스란 '뜨겁다'는 핫(hot)과 '장소'를 뜻하는 플레이스(place)의 합성어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번화가를 일컫는 단어다. 홍대와 신촌 인근에 있는 연남동은 요즘 들어 각광받는 지역이다.

앞서 '홍대입구'를 말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풍경은 9번 출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버스킹(거리 문화 공연)' 등 열기로 가득찬 곳이었다면, 홍대입구 3번출구 일대의 연남동은 그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연남동을 채운 사진 찍기 좋은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 불리는 넓은 잔디밭 등 잔잔한 분위기에 이끌려 찾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연남동이 불법 주차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일요서울이 핫플레이스 연남동을 직접 찾아 불법 주차 차량들을 직접 살펴봤다.

'연트럴파크' 아닌 '연남동 주차장'?

평일의 연남동은 주말에 비해 상당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름의 더위가 거리에 온전히 내리쬐는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 여유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인파를 찾을 수 있었다.

3번 출구로 나와 조금 가다보면 탁 트인 '연트럴파크'에 도착한다. 연남동에 도착했음이 느끼기도 전에 그 옆에 줄지어 서 있는 차량도 보인다.

물론 그곳에는 하얀 페인트로 구분해 놓은 주차 구역이 있다. 하지만 그 갯수와 장소는 상당히 협소하다. 많은 차량들이 그곳에 놓인 차들의 꼬리를 물고 불법 주차돼 있는 이유다.

도로를 메운 차량들로 인해 통행로는 좁아졌고 그마저도 지나가는 차량이 있을 경우 행인이 한 쪽으로 피해야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의 경우 불법 주차 차량은 더 증가한다. 행인들의 도보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불법 주차 차량을 또 다른 불법 주차 차량이 막아서고 있다

연남동에 들리면 골목 구석구석에 놓인 보석 같은 카페들을 찾는 것이 하나의 묘미다. 하지만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묘미를 느끼기 전에 눈살부터 찌푸려 진다.

불법 주차 차량들이 입구를 막지는 않으나 시야를 가려 거리 풍경을 보기 어렵거나, 가게 앞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다.

인근을 지나가던 20대 남성 A씨에게 불법 주차 차량들로 인해 겪는 불편함을 물었다. 평소 연남동 일대에 자주 방문한다는 그는 "주말에는 더 심하다. 주말에 와야 진짜를 알 수 있다"고 입을 열면서 "차량이 도로를 메우다 보니 지나가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차량이 한 쪽을 다 메우고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도로가 좁아)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불법 주차 차량들을 살펴보면 '도미노'처럼 쭉 이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한 경우 차량과 차량이 교차돼 있는 경우도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불법 주차 차량 옆면으로 또 다른 차가 불법 주차를 한 것.

연남동의 경우 규모가 큰 사업장이 얼마 없기 때문에 대부분 주차 공간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포들도 많다. 

반면 주차공간은 마련돼 있지만 해당 가게를 이용하지 않아 주차를 할 수 없는 경우 주차 공간이 낭비되는 일도 만들어진다.

설립 걸림돌된 '님비(NIMBY)' 현상

주차문제가 심각하자 마포구청 측은 2016년 주차난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연남동 내 1626m²상당 부지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하겠다는 도시 관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영주차장 설립 진행은 순탄치 않았다. 공영주차장 설립이 예정된 곳은 과거 빌라 부지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빌라 소유주 중 한 명인 A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A씨는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결정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당시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심각한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영주차장 설치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입지조건도 다른 인접 토지에 비해 공영주차장에 적합하다"며 기각했다.

이후 A씨는 마포구청을 상대로 공영주차장 건설 계획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항소를 제기했다.
 
출입문 양쪽으로 차량들이 불법 주차 돼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도 곧 해결될 전망이다. 지난 4일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이승영 부장판사)가 "공영주차장 건설 계획을 취소해달라"는 항소를 기각한 것.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마포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A씨가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한편 2015년 당시 마포구가 진행한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포구가 지정한 연남동 공영주차장 부지 부근은 이면도로의 불법 주차율이 71%에 달하며, 인근 지역의 주차면수도 86%(서울시 전체 확보율 130%)에 그친다. 

연남동이 자동차 열기로 뜨거운 '핫플레이스'가 아닌 즐거움의 '핫플레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주차난을 극복할 시급한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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