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인수한 고려산업개발과의 합병을 둘러싸고 최근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산업개발 노동조합은 “두산건설이 ‘독자경영 보장’등 당초의 약속을 어기고,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두산 오너들의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음모”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두산측은 “합병은 기업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이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두산건설은 높은 부채비율과 SOC사업의 적자·사업차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산건설이 지난해 인수한 고려산업개발(이하 고산)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측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산은 지난 2001년 3월 부도처리된 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제 3자 매각을 추진, 지난해 10월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 등으로 구성된 ‘두산컨소시엄’과 매각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 10일 두산을 최종 인수자로 선정하고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그런데 두산측은 법정관리 종결 직후인 지난달 13일 ‘두산건설과 고산의 합병 방침’을 노조측에 통보했다. 이에 고산 노조는 지난 6일 합병저지 비상대책위 발대식을 갖고, 합병저지를 위한 법적 대응 등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산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두산측이 법원의 입찰서류 등에 명시된 ‘독자경영 보장’약속을 어기고 편법적으로 합병하려한다”며 “이에 따라 두산과 체결한 인수합병(M&A)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두산측은 입찰서에서 ‘고려산업개발의 성장기반 재정립, 계속기업으로서의 지속성장’을 제시했고, 구체적인 경영계획에서도 ‘고려산업개발의 자체 수주확대나 공동수주를 통해서 회사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을 뿐, 합병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두산측이 합병을 목적으로 입찰서를 제시할 경우, 인수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원에 제출한 입찰서가 허위이며, 이번 M&A 역시 법원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고 밝혔다.노조측은 합병이 시작되면 등기이사 및 감사를 배임죄로 형사고발하고 합병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합병저지를 위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노조가 강력하게‘합병’에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학진 노조위원장은 “고려산업개발은 법정관리기간 동안 강력한 구조조정 등으로 현재 1,900억원대의 현금시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300억원의 흑자를 냈다. 또 부채비율 역시 30%대로 재무구조가 양호한 회사”라며 “이에 반해 두산건설은 부채가 1조원을 넘고 있고, 부채비율도 600%에 달할 정도다. 두산건설측이 당초의 약속과 달리 합병으로 방침을 선회한 데는 자신들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IMF 이후 계속해서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IMF 직후인 지난 2000년 200%대의 부채비율이 지난해에는 600%대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조측은 두산측이‘두산건설 구하기’에 나선 것은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조측은 “이번 고산 인수자금 3,364억원중 2,196억원이 두산중공업의 자금이다.

이와 같이 두산 계열사를 동원해 두산과 고산의 편법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에는 또 다른 의도가 있다”며 “고산을 희생양으로 삼아, 두산건설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이를 통해 그룹 오너들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노조에 따르면, 두산의 경우‘두산건설-(주)두산-두산중공업’·‘삼화왕관-두산건설’의 고리로 이어지는 순환식 지배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산건설이 부실해지면 대주주의 그룹지배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두산건설은 3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이고, 회사의 생존여부조차도 불투명한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과의 합병은 고려산업개발의 또 다른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 합병을 추진하려는 데는 그룹 지배구조의 연결고리에 있는 두산건설을 살려, 두산 박용성 회장 등 박씨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측은 “고산 노조측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해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노조측 반발이 거세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두산건설 관계자는 “경영계획서, 입찰서에 ‘독자경영 보장과 고용승계’등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입찰서를 제출한 지난해 8월말 상황일 때 얘기”라며 “당시에는 합병을 전제로 입찰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최근 건설 시장의 악화로 인해 합병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합병을 통해 영업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적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이와 함께 “(주)두산의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건설의 재무구조가 건전해지면, 계열사간 지배구조가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그 동안의 채무를 상환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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