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근무’ 40대 “해고 통보 받고 사직서 늦게 냈다고 주먹질” 광동제약 측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도 많이 포함된 것”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 마원은 “무릇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大丈夫 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고 했다.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 젊은이 못지 않게 힘을 과시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노익장(老益壯)’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활쏘기의 명수 ‘황충’도 칠순의 나이에 전성기를 누릴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그러나 최근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70)의 지나친 노익장이 사회적 비난을 거세게 받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위치를 이용, 부하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인 조용달(47) 씨가 한 인터넷신문에 제보함으로써 드러난 이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조용달씨가 갑작스런 해고를 통지 받은 것은 지난달 28일. 17년이 넘도록 광동제약에서 일해왔던 그로서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이틀 뒤, 출근과 함께 회장실을 찾은 조씨는 최수부 회장과 소파에 마주 앉았다. 그러나 조씨에게 해고통지서보다 먼저 날아온 것은 다름 아닌 최수부 회장의 주먹이란 게 조씨의 주장이다. 조씨의 설명에 따르면, 최 회장이 자신을 폭행한 이유는 사직서 제출이 늦었다는 것. 조씨는 해고통지를 받은 다음날인 29일, 건강상의 이유로 결근했다. 최 회장은 이런 조씨가 못마땅했는지, 주먹으로 조씨의 얼굴 안면부와 귀, 목 부위 등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조씨가 부당한 폭력에 대해 항의하자, 최 회장이 신발을 벗어 머리를 때리는 등 더욱 심한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 조씨의 주장이다.

일방적으로 행사된 이날 폭력은 회장실 밖에 있던 회사 간부 한 명이 들어와 최 회장을 말림으로써 비로소 끝이 났다. 그러나 폭행을 말리는 과정에서도 최 회장은 “죽어야 (회장실에서) 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었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다음 날인 31일, 조용달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최 회장의 폭행사실을 고소했다. 사건이 있은지 보름이 넘은 지금도 조씨는 경기도 광명에 있는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다. 그는 안면부 좌상, 좌측고막의 외상성 파열 등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광동제약 고위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70대 노인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경우”라며 사건이 과장되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 최 회장은 사건의 충격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이며, 출근은 하고 있지만 회사업무는 정상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옛날과 달리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일 당하고 가만히 있겠느냐”며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도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번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수시로 조씨가 입원한 병실을 방문,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인 조용달씨는 최 회장이 그 동안 자신 이외에도 몇몇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고 폭로, 사건이 본격적으로 조사될 경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조씨에 따르면, 최 회장은 평상시에도 직원들의 뺨을 때리는 것은 물론, ‘엎드려뻗쳐’를 시킨 상태에서 청소용 물걸레로 때리는 등 군대 ‘얼차려’에 버금가는 폭행을 일삼아 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광동제약 측은 “그런 일은 없다”며 “소문이 또 다른 소문을 몰고 온 것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상태.한편, 사건을 접수받은 서울 강남경찰서 조사계는 현재 조용달씨를 불러 조사를 마치고, 피고소인인 최수부 회장에게도 출석요구서를 발부한 상태다. 그러나 자택과 회사에 출석요구서를 모두 발부된 대해, 최 회장 측은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수사관계자는 전했다.이번 사건은 한 회사의 오너가 부하직원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동안 최수부 회장이 보여온 사회적 이미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기업 이미지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 동안 회사내의 폭행 사실이 외부에 철저히 감춰져 온 사실에 혀를 내두르는 분위기다. 특히 이 중 일부는 광동제약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제기하고 나서 향후 반응이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