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현대인은 삶의 90%가량을 실내에서 보낸다. 이 중 65%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보낸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주 생활공간인 집과 사무실 내의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최근 과학계는 가정과 건물내의 공기가 산업화된 대도시의 대기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임산부와 어린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경우 실내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실내환경오염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실내오염은 질 나쁜 공기가 한정된 공간 내에 장시간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성이 크다.

EPA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내 오염물질의 농도가 실외에 비해 2∼5배 가량 높으며, 실내에서 사람들이 활동할 때에는 그 수치가 100배 이상 더 높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실내 오염의 심각성은 쉽게 간과되기 쉽다. 대부분의 실내 공기 오염물질은 후각 등 신체기관으로는 알아내기 힘들다. 따라서 공기정화 시설이나 환기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라면 오염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특히 실내흡연이나 음식물을 조리하는 행위 등은 순간적으로 오염물질을 다량 발생시키기 때문에 공기정화시설이 필수적이다. 흡연과 조리 뿐만 아니라 입고 있는 옷, 신체 활동 중 발생하는 먼지 등도 항상 오염을 발생시키고 있다.실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중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농도를 가진 물질은 약 250가지 정도. 대표적인 것으로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있다.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염원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내공기오염은 집을 지을 때 사용된 건축자재와 가구, 장식품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되기 때문에 오염원을 전부 제거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신축 건물의 경우 건축 자재 등에서 나오는 유해 오염 물질이 구 건물에 비해 최소 수배 이상 높게 나온다.바로 최근 들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새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다. 새집 증후군이란, 말 그대로 새로 지은 집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많이 나오는 현상으로 일종의 환경공해병이다.

실내환경 컨설팅 업체 (주)이앤에치테크의 정진원 팀장은 “새집 증후군은 1980년대부터 제기된 사회문제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이제야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내 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온풍기나 에어컨 같은 냉·난방시스템은 신선한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창이나 문을 열거나, 환기구를 이용해 환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최근 몇 년간 황사 등의 영향으로 공기청정기 사용이 국내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웰빙바람을 타고 수십 가지의 공기청정기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일 뿐. 정진원 팀장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느냐 보다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실내환경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는 생활 속 실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는 5월부터는 신규 건축물에 대해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질관리법’이 적용된다. 실내 공기 오염에 대해 법적 규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신축 아파트는 입주 전 실내 공기질을 측정, 공고해야 한다. 또 건축 자재 등에 대한 오염물질 배출량도 측정해야 하며, 기준치 이상의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기존 건축물도 측정, 진단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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