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협의회와의 그동안 인수협상 결렬 선언 직후 전격 발표삼보주가 사전 폭등 미뤄 삼보와 협상 진전후 협의회에 통보 가능성지난해 말 PC사업정리를 발표하면서 수많은 설(說)들에 둘러싸였던 현주컴퓨터 경영권 문제가 삼보정보통신에 경영권을 양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 경영권 양도가 그리 개운치만은 않다. 예상치 못한 ‘깜짝쇼’ 였는데다, 그 동안 현주컴퓨터 측과 인수협상을 벌였던 유니텍 전자 등 협력업체협의회는 법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현주의 배신’인가, ‘시장논리에 따른 합리적 선택’인가. 현주컴퓨터 매각과 관련된 뒷 이야기들을 집중 분석해봤다.

현주컴퓨터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김대성 사장의 보유주식 26.34%(568만9,943주)를 삼보정보통신 강웅철 사장에게 장외 매각하는 방법으로 주식 및 경영권 양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식매매단가는 주당 703원으로 김대성 사장이 현주컴퓨터의 경영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받는 돈은 총 40억원. 이번 경영권 및 주식 양도협상에 따라 김대성 사장은 오는 3월 말까지 인수인계를 마무리하며,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다.현주컴퓨터의 새 주인이 된 삼보정보통신은 LCD모니터, 데스크북 등 PC 및 주변기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이번 현주컴퓨터 인수를 통해 PC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협력업체협의회와의 협상 파기현주컴퓨터 김대성 사장은 지난해 말 PC사업 철수 발표 이후, 20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협력업체협의회(대표 백승혁 유니텍 전자 사장)와 지분매각협상을 벌여왔다.

지난달 12일에는 김대성 사장과 협력업체협의회 측이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김 사장의 지분을 액면가(5백원)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이후 백승혁 사장 측은 인수를 위해 현주컴퓨터 사업전반에 걸쳐 실사를 진행했으나, 마무리 단계에서 양측 간 협상이 결렬된 것.지난 7일 현주컴퓨터는 “주식매각 본 계약 체결 과정에서 최대주주 김대성 사장과 협력업체협의회간에 의견이 일부 일치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었다.”며,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겠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바로 이틀 뒤인 9일, 삼보정보통신과의 전격적인 지분매각사실을 공시했다. 협력업체들간 매각협상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현주컴퓨터 측은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으나, 지분매각대금을 둘러싼 이견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협의회에 따르면, 당초 액면가 500원에 김대성 사장의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지만, 실사 결과 적정가격이 250원 정도로 나왔다는 것. 협의회 측은 “김대성 사장이 사전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요구했다”며, 양해각서 상에 명시된 계약불이행에 따른 피해보상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협력업체협의회가 아닌 제3자와 매각에 합의한다면 협력업체협의회와 합의한 인수가격(500원)과의 차액을 배상토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반면 김대성 사장 측은 계약 과정에서의 경솔함은 인정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가 주식 대량 매입이런 가운데 현주컴퓨터를 인수한 삼보정보통신의 2월 주가변화가 시선을 끈다. 인수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4일 동안 외국인투자가들이 총 330만주에 달하는 삼보정보통신의 주식을 매입, 주가상승을 주도했던 것. 같은 기간 주가는 145원에서 210원으로 폭등했다. 이는 삼보정보통신의 주가에 큰 영향을 줄 만한 특별한 호재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 1월 한달 동안 외국인투자가들이 순매수한 삼보정보통신의 주식이 총 1,000주에 불과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삼보정보통신의 주가는 경영권 인수 사실이 공식 확인된 이후에도 계속 상승, 한 때 260원까지 치솟았다. 이와 관련, 증권계에서는 삼보정보통신의 현주컴퓨터 인수사실이 사전에 유포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김대성 사장은 이 전부터 삼보정보통신과의 접촉을 전개, 상당부분 협상을 진전시킨 후, 협력업체협의회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는 얘기다.이번 현주컴퓨터와 삼보정보통신간 지분매각은 양 측 경영자간에 진행된 것으로 ‘밀실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향후 삼보정보통신 강웅철 사장이 안정적으로 매각대금을 지불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실추된 시장 신뢰도 회복이라는 지상과제를 남겨두고 있는 현주컴퓨터로서는 이래저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한편 그 동안 현주컴퓨터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집, 11.39%의 지분으로 2대 주주에 올라 관심을 집중시켰던 주연테크는 현주컴퓨터 경영권 문제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현주컴퓨터 주주총회는 오는 25일 소집되는데, 이번 경영권 인수문제가 구체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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