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걸린 것일까.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롯데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검찰 소환에 계속해서 불응하면서, 일각에서 나오는 말이다. 검찰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총수에 대해 구속 등 사법처리 강도를 높이겠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신 회장과 차남 신 부회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롯데 비자금의 ‘몸통’이 드러났다”는 등의 소문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검찰의 기업에 대한 불법대선자금수사가 절정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롯데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그간 롯데는 검찰의 ‘비협조적인 기업에 대해 엄중처벌’이라는 경고성 메시지에 대해서 ‘버티기’로 일관했다.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일본에 머물며,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그간 검찰은 롯데건설과 구조본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조성된 100억원 이상의 비자금 가운데 지금까지 사용처가 드러난 것은 10억원여원 뿐이다.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이 신경식 한나라당 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10억원이 그 것. 검찰은 나머지 비자금도 상당 부분이 정치권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비자금의 규모와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검찰은 신 부회장에게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이런 검찰의 경고에도 불구, 지난달 23일 소환에 불응했다.이처럼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이 검찰의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 수사에 비협조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이 일본에 머물면서 검찰의 추궁에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경영상 일본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라며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의 세부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 없다”고 해명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또 “검찰이 ‘롯데 비자금 저수지’의 몸통을 찾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롯데가 거래내역 조작 등을 통해 불법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여기에 검찰이 ‘이 비자금 조성에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이 상당부분 역할을 한 혐의도 포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롯데 총수들이 정치권에 전달한 자금중에‘말못할 비밀(?)’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10억원외에 롯데가 정치권에 건넨 자금이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이는 규모가 비슷한 다른 기업과 비교해 볼 때 적은 액수”라 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그간 신경식 의원에게 전달된 10억원의 자금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왔다. 여기에 롯데측은 불법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 극구 부인하며 “검찰수사를 좀 더 지켜보자. 더 이상 답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롯데 오너일가가 최근 정부와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업인에 대한 선처’여론에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취임 1주년기념 회견에서“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진행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또 송광수 검찰총장도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는 경제여건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이에 따라 신 회장 등이 검찰의 사법처리 수준 등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아직 검찰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신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총수 등이 사법처리되면 막대한 사업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대희 중수부장 등 실무 수사진은 ‘비협조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불법 대선자금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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