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희 한화증권 사장이 공격적 경영에 나서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안 사장은 최근 한국투자증권 또는 대한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것임을 공언했다. 대한생명 인수 후 지속적으로 금융업 강화를 추진해 온 한화로서는 한투나 대투 인수가 놓칠 수 없는 기회인 것. 증권계 일각에서는 미국체류중인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그룹 금융계열 경영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안창희 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내막을 살펴봤다.지난달 15일 재경부에 따르면, 자산운용업 강화를 위해 한투, 대투 인수의사를 밝힌 업체는 30여개에 달했다. 이는 증권, 투신업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뜨거운 인수전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 한투, 대투 인수의사를 밝힌 업체는 국민은행을 포함해 동원금융지주, 미래에셋, AIG, UBS 등 유력 금융회사들이다.

한화, 이번엔 투신사 인수 나서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그룹도 인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안창희 한화증권 사장은 지난달 초 한투와 대투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판단한다며, 인수전에 뛰어들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대한생명 인수이후, 주력 업종인 화학분야와 함께 그룹의 중심축으로 금융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계획을 꾸준히 추진해온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증권을 주축으로 한화투신운용, 한화기술금융 등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화는 또 장기적으로는 은행업에도 진출할 계획이어서, 만약 한투나 대투 중 한 곳을 인수하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안 사장은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대한생명을 인수한 부담과 자금 등을 고려, 이번 한투·대투 인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한화증권은 본사 사옥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외국계 자본 유치도 진행 중인데, 특히 안 사장은 최근 일본 출장을 자주 가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협력업체로는 지난 대한생명 인수 당시 파트너였던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가 유력한 것으로 증권계는 보고 있다. 오릭스는 최근 SK네트웍스와 제휴해 국내 자동차리스 시장에 진출하는 등 한국시장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관측에 더욱 설득력을 주고 있는 상황.한화증권 측은 이에 대해 “아직 논의 단계이기 때문에, 오릭스를 포함해 미국, 일본의 여러 금융기관과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한화 입장에서는 ‘경영권 확보’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미국계 금융회사보다는 일본계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만은 분명하다.

안창희 사장 막강파워 배경

한편, 증권계 일각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그룹 금융업 전반에 대한 권한을 안 사장에게 일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증권계에 따르면, 안창희 사장이 한투, 대투 인수 의사를 밝히는 등 공격적 경영에 다시 나선 배경에는 김회장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화투신 대표 등을 지낸 안 사장은 김 회장과는 친척관계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한화투신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업계 후발주자였던 한화투신을 불과 몇 년만에 상위권으로 끌어올려 더욱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최근 단행된 한화그룹 임원인사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화증권 이경로 상무가 한화투신 대표로 승진 발령된 것을 비롯해 조규하 자산운용본부 상무가 한화투신 감사로 선임되는 등 한화증권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반면 한화투신 출신은 윤태순 대표를 포함 주요 임원진들이 상당수 경질되었다. 한화증권측은 이에 대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키 위해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게 된 것 일뿐 다른 뜻은 없다’고 밝혔다. 한투·대투 인수전 ‘치열’


무려 30개사서 참여 의향 밝혀


향후 금융시장이 예금 중심에서 투자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증권투신업계의 구조조정과 세불리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새 회사 설립에 드는 비용보다 지명도와 영업망을 두루 갖춘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점과 함께 매각 작업이 진행중인 증권투신사에 대해 추가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여 관련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투, 대투 인수전에 무려 30여개사가 참여 의향을 나타낸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25일에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해외 금융회사와 손잡고 한투나 대투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이에 앞서 UBS종합금융그룹이 대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 등 세계적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투신시장으로 몰려드는데 이어, UBS도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 밖에 미국계 보험사인 AIG와 메트라이프, 사설투자펀드인 뉴브리지 등도 한투, 대투 인수전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국내업체와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한화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동원금융지주 등 국내 업체들도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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