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기업인 삼양사그룹이 3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삼양사는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3세 경영인 김윤 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또 계열사인 삼양제넥스도 11일 주주총회를 개최, 김윤 회장의 동생인 김량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창사 80년을 맞는 삼양사그룹은 본격적으로 3세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올해 창사 80주년을 맞이하는 삼양사그룹은 식품 및 섬유, 배합사료 등을 생산하는 종합제조업체이다. 라면 등을 생산하는 삼양식품그룹과는 별도의 기업이다.지난 1924년 ‘삼수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삼양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의 하나다.

제당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7개의 사업분야를 거느린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삼양사를 가리켜‘현금이 풍부한 알짜 기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삼양사그룹의 창업주는 고 수당 김연수 회장. 수당 선생은 고려대와 동아일보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동생이기도 하다.창업주에 이어 2세인 김상홍 명예회장(창업자의 3남), 김상하 회장(창업자의 5남)이 ‘형제 경영’을 통해 그룹을 주관해왔다. 김상홍 명예회장과 김상하 회장의 양쪽 집안에서 비슷한 비율의 주식을 보유하며 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해 왔던 것이다.그런데 최근 40대∼50대 초반의 젊은 3세 경영인들이 그룹 전면에 나서, 회사를 주도하고 있다. 삼양사는 지난 12일 제53기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윤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윤 회장은 지난 83년 미국 MIIS(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MBA를 취득했다. 지난 85년 삼양사에 입사하여 동경지점, 울산공장, 기술수출팀 등을 두루 거쳐 90년에 이사로 선임된 뒤 91년 상무, 93년 대표이사 전무, 96년 대표이사 사장, 2000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계열사인 삼양제넥스도 지난 11일 제4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윤 회장의 동생인 김량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량 사장은 지난 86년 (주)경방에 입사, 1994년에 (주)경방유통 이사로 선임된 뒤 1996년 전무, 98년 대표이사 부사장, 2000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였으며, 2002년 9월부터 (주)삼양제넥스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하며 착실히 경영수업을 쌓아왔다. 이와 함께 김상하 회장측에선 아들인 김원 삼양사 사장, 김정 삼양제넥스 상무 등이 경영일선에 참여,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윤 회장 등 젊은 3세 경영인들이 삼양사 그룹 주력기업을 사실상 이끌게 됐다.이처럼 3세 경영인들이 그룹 전면에 등장하면서, 삼양사는 기업체질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삼양사는 그간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식품과 축산사료, 산업자재용 섬유 등 기초소재산업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식품시장과 사료시장의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에 따라 삼양사는 의약·바이오, 화학, 식품·사료, 신사업 등 4개 부문을 주축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김윤 회장도 그간 “부단한 기술혁신과 연구개발을 통해 기존의 핵심역량을 발굴, 육성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의약과 발효산업을 연계한 생명공학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혀왔다.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김상홍 명예회장과 김상하 회장은 현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겠지만 사업상 중요한 결정은 이미 김 윤 회장이 해왔다”며 “이번 승진으로 3세 경영인들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겠지만, 그룹 전체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관계자는 “삼양사는 80년간 꾸준한 내실경영을 통해 전통을 지켜왔다”며 “신사업 진출 등은 글로벌시대에 맞춰 내부적으로‘진화’하는 과정으로 봐 달라. 3세 경영인들에 의해 사업분야가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재계일각에서는 “이번 정기주총 등을 통해 삼양사그룹이 ‘친족경영’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도 경계하는 눈치다.회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는 친족경영이라는 비난이 일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간 김윤 회장 등 3세 경영인들이 회사내부에서 착실히 경영수업을 쌓은 만큼 전문경영인이나 다름없다. 또 삼남석유화학 등 다른 계열사들도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지주회사격인 삼양사의 경우 김상홍 명예회장(1.66%), 김원 사장(4.58%), 김윤 회장(3.90%), 김상하 회장(3.69%), 김량 사장(2.64%) 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사 자사주(15.34%)를 포함, 김 명예회장측 우호지분만 51.70%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