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리콜전쟁이 뜨겁다. 최근 GM대우자동차가 레조LPG승용차 16만 4,000여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단체 등은 미봉책이라며 보상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GM대우차와 소비자간의 리콜전쟁의 내막을 집중 취재했다리콜이란 이미 판매한 제품에서 동일한 고장이나 결함 가능성이 발견될 때, 해당 제품을 수리 또는 교환해주는 제도다.리콜을 실시하는 이유는 만약 운전 중 결함에 의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는 곧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볼 때, 리콜은 곧 자사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상당히 껄끄러운 문제다.

GM대우는 지난 16일 자사의 레조 LPG차량에 대해 제작결함이 발생했다고 진단,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 차량은 16만 3,977대로 99년 12월 27일부터 올해 3월 1일까지 제작·판매된 차량에 한해 무상으로 수리해 준다는 것. 2002년 10월 17일 이전에 생산된 차량은 구 대우차법인에서, 이후에 생산된 차량은 GM대우에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리콜 실시 이유는 ‘엔진점화시기가 부적절하게 설정되어 연소실내 연소압력이 높아져 피스톤과 링이 손상되고 실린더 벽면에 윤활유막이 생기지 않아 엔진이 손상되는 결함’이다.GM대우 측은 엔진검사를 통해 점화시기를 조정해주고 마모가 심한 차량에 대해서는 실린더 블록을 무상으로 교체해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는 이러한 회사측 발표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형식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이하 시민연합)’ 등에 따르면, 엔진오일 소모가 심하게 발생되는 주행거리는 통상 4만∼5만km에서 10만km까지이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이보다 짧은 차량에서는 당장 마모 현상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주행거리가 짧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불합리한 조치이며, 편법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또 그동안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엔진 전면교체 등의 요구사항은 언급되지 않은 점도 리콜비용 부담을 아끼려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해석이다. 한마디로 이번 GM대우의 리콜 시행은 건교부의 강제 리콜에 앞서, 미봉책으로 실시한 정책일 뿐,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소비자단체에서 주장하는 추가 요구사항은 ‘마모가 상당부분 진행된 차량 외에도, 마모가 막 시작된 차량 역시 실린더블록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실린더가 깨지고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이다.시민연합은 또 리콜 실시 전에 자비로 수리한 소비자에게도 수리비용을 환불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자기비용을 들여 수리한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요구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지난해 4월 카니발Ⅰ에 대한 강제리콜이 결정되었던 현대 기아차의 경우, 리콜을 받기 전에 자비로 수리한 소비자에게도 수리비를 돌려주기로 했던 선례가 있어, GM대우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만약 전체 리콜 대상 16만 4,000여대 중 절반 가량만 실린더블록을 교체해준다고 해도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1,000억원대(인건비 제외)에 이른다. 여기에 교체기술인력 및 시간 등 유무형의 비용을 감안한다면 GM대우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이에 대해 GM대우 측은 관련 법규를 들어 “자비로 수리한 소비자에 대한 보상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리콜사유로 인한 선수리 비용에 대한 환불규정이 없다. 지난해 8월 환불규정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었다.GM대우 측은 또 소비자단체의 ‘리콜 범위 확대’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리콜비용으로 약 100억원 가량을 책정하고 있으며, 심각한 결함이 인정되는 고객에 한해 무상수리를 계획 중이다”라고 밝혔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자기 비용으로 수리한 소비자에 대한 환불’ 논란에 대해 “현행법상 관련규정이 없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시행할 근거는 없다”고 전제한 뒤 “미국의 경우에도 관련 규정이 불과 1년 전에 도입되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 본 뒤 도입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개인당 100만원이나 되는 자기 비용을 들여 수리한 소비자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GM대우 측의 행위는 기업윤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어, GM대우의 리콜 발표에도 불구하고 향후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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