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돈이 없어 힘들다고 한탄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제1야당의 재정 상태가 이토록 심각한지 몰랐다고 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당이 존속’을 운운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했다. 익명의 한국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내년 7월 당의 현금 보유가 바닥날 것이라고 장단을 맞췄다.

주요 원인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책임당원의 당비를 월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인 점을 들었다. 또한 주요 직책을 맡은 당원들의 특별당비 감소를 들었다. 광역단체장은 월50만 원 이상,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 의장 월 30만 원 이상, 광역의원과 기초의회 의장 월 20만 원 이상 내왔는데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확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선 패배 후 청와대·정부부처·공공기관 등에 파견됐던 국회 보좌관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대거 복귀해 자금난을 가중시켰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놓은 고육지책은 이렇다. 일단 임대료가 비싼 여의도 중앙당사를 빼고 영등포로 이전했다. 별도로 운영하던 여의도연구원과 서울시당 사무실을 중앙당에 이전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17개 시도당 건물을 매각 내지 통폐합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한국당에서는 중앙당사의 청소 용역 인력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했다.

하나씩 따져보자. 책임당원의 당비를 줄였다는데 구체적으로 책임당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쉬쉬했다. 특별당비 감소의 경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계파싸움에 함몰된 국회의원들이 못나서 참패한 게 원인이지 출마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이 당선됐다면 특별당비를 내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특히 사무처 인력이 늘어나 인건비가 줄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사무처 구조조정은 지난해 한 번 단행해한 터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작년 사무처 직원 250여명 중 16명이 명예퇴직했다. 그 중 3명은 노동부에 제소했고 최근 승소해 재판을 거쳐야 하지만 복귀 가능성이 높다.

지방 시도당 건물을 매각 내지 통폐합은 검토 중이라고 했다. 2015년 기준 자유한국당 재산은 선관위 자료상 565억 원이었다. 그중 부동산이 55% 차지했다. 300억 원 정도 된다. 주로 시도당 사무실이 도심에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부동산 시세가 더 올랐을 공산이 높다. 검토가 아니라 존속마저 위협을 받는다면 팔아야 한다.

청소 용역 운운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최근 고 노회찬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자살한 이후 정의당 당원과 후원이 늘어나고 있는 점과 비견돼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미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10년간 정권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 이번이 야당 생활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다.

또한 올해 1,2분기 정당보조금 70억 원을 이미 수령했고 지방선거로 인해 선거보조금 137억 원을 5월 말 수령했다. 3,4분기 정당보조금 70억원도 남아 있다. 112석 제1야당의 ‘텅빈 곳간론’이 엄살이 아니라면 당원과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감소를 탓할 게 아니라 112명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의 세비 절반을 당에 반납하는 등 성의를 보여야 한다.

정의당은 당이 힘들 때 국회의원과 보좌진 월급의 절반을 당에 헌납한 바 있다. 원내교섭단체도 아닌 정의당도 한 일을 정권을 잃은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텅빈 곳간’ 운운하는 것은 면이 서질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부자 정당’, ‘웰빙 정당’으로 불릴 정도로 과거 10년간 잘 살았다. 이젠 국회의원들이 토해 내야 한다. 박근혜·이명박 그늘 아래서 그리고 보수 정당 우산 아래서 혜택을 누릴 건 다 누리고 나서 이제와 당원과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감소 탓으로 동정론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은 쩨쩨하다 못해 비굴하기까지 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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