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으로 전락한 대권 주자… 김진표 필두 ‘李 비토’ 본격화

<뉴시스>
8.25전당대회서 운명 갈릴 듯… 유일한 동아줄은 ‘이해찬’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동안 연쇄적으로 터진 의혹들을 일축하며 피해왔지만, ‘조폭 연루설’과 ‘친형 강제입원설’이 결국 탈당설에 군불을 지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김진표 당대표 후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이재명 비토 세력’이 형성되는 조짐이다. 하루아침에 ‘차기 유력 대권 주자’에서 ‘계륵’으로 전락한 이 지사가 부담스러운 기류다. 이 지사의 명운은 8.25전당대회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이해찬 후보가 유일한 동아줄이다. 만약 이 후보가 패할 경우 이 지사의 최후 방어막이 사라져 당내 잔류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 친형 강제 입원 ‘진실공방’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다시 불거진 친형 이재선 씨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현재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시장 권한을 남용해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했다는 혐의(직권남용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바른미래당이 해당 의혹에 대해 고발함에 따라 경찰은 현재까지 2차례 압수수색했다.
 
이 지사는 7일 ‘이재선씨 정신병원 강제입원 논란 사실관계(이재명 입장)’란 제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다.
 
이 지사는 지역보건법, 지방자치법, 정신보건법 등 들어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시장은 지역보건법, 지방자치법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발견과 조치 의무가 있고, 정신보건법 25조에 따라 ‘진단 보호 요청’이 있으면 전문의에 의뢰해야 하고(1항과 3항), 전문의가 필요성을 인정하면 진단을 위한 입원 조치가 가능(4항)하다”며 “이 절차가 모두 갖춰져 (형의)‘진단입원’이 가능했으나 정치적 부담으로 집행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직무유기’는 몰라도 ‘직권남용’은 아니라는 게 이 지사의 입장이다. 이 지사는 또 ‘허위사실공표죄’와 관련해서는 “방송 공개토론에서 어머니의 민원으로 법에 따라 강제진단 절차를 진행하다 중단한 사실을 밝혔으니 이 역시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지사는 “이재선씨가 조울증으로 자살기도, 고의 교통사고, 가산탕진, 가족폭행, 기행 등을 견디다 못한 배우자와 딸이 강제입원 시킨 것”이라며 “법적 요건과 절차를 갖춰 ‘강제진단’이 가능했으나 집행을 안 해 치료기회를 놓쳤기에 이재선씨의 증세가 악화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이 같은 해명에도 의혹은 진실공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재선 씨의 딸 이주영 씨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시간순에 따른 사건 발생 상황을 제시하며 “이재명의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 초반 사퇴설→탈당설로
 
비단 이번 ‘친형 강제입원 시도’ 논란뿐 아니라 이 지사는 과거 행적과 관련해 ‘친형 강제입원’ ‘조폭 연루’ ‘여배우 김부선과의 불륜’ ‘일베’ ‘혜경궁 김씨’ 등 연쇄적으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 지사 측은 모든 사안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세다. 일련의 사안들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재명 탈당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혹 중 어느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사직 사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관측이다. 다만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사퇴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결국 초반 ‘사퇴설’보다는 ‘탈당설’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수세에 몰린 이 지사의 탈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해당 사안들이 연쇄적으로 터진 것만으로도 공직자로서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8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그것(이 지사 탈당설)은 어떻게 진실게임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이재명 지사도 간단하신 분이 아니다”라면서 “아무리 강력한 권력이라도 정치에서는 민심을 못 이기고 경제에서는 시장을 못 이긴다. 명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초반에는 사퇴 촉구 움직임이 컸는데 갈수록 ‘탈당’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라면서 “당내에 이 지사에 대한 비토 세력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부 친문 세력에서는 출당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당내 ‘부담’ 기류 형성
 
당내에서도 이 지사의 탈당에 대한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정치권에는 이 지사의 정치 생명이 ‘경기도지사’에서 멈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때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이 지사가 ‘계륵’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부정적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지사를 끌어안고 갈 명분이 약하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당이 이미 이 지사 방치(?) 작업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당의 극명한 온도차가 방증이다. 주류 의원들은 김 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서는 적극적 옹호 목소리를 내는 반면,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양새다. 이 지사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두둔하거나 방어막을 치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는 당내 세력이 없는 비주류(비문)이기 때문에 주류(친문)로부터 계속 공격을 받았다”며 “현재 여러 사안들에 민주당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도리어 당내에서 공격하는 부류도 있다. (당으로부터)방치된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당 지지율이 폭락한 데 이재명 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 ‘조폭 연루’ 등 각종 ‘설’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7월 30일~8월 3일 경기·인천 지역 성인남녀 7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무선 전화면접 10%, 무선 70%·유선 20% 자동응답 혼용방식 등)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0.7%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주(50.9%) 대비 10.2%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응답률 4.5%,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진표 후보가 이 문제(이 지사 거취 논란)를 거론하면서 친문 지지층이 흔들림에 따라 진보층에서도 (지지율이) 일부 빠졌다”면서 “보수층은 보수층대로 ‘이재명 도지사를 출당시켜라’란 목소리를 내다보니까 (지지율이) 좀 빠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누가 당권 쟁취하냐에 따라
 
이제 이 지사의 운명은 8.25전당대회 결과에 달렸다. 당권 주자들이 ‘이재명 탈당설’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 표면적으로는 이해찬 후보가 ‘보호’ 김진표 후보는 ‘탈당’ 입장을 취하는 양상이다. 송영길 후보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김진표 후보는 이 지사 탈당설에 불을 지핀 당사자로서 현재까지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부산MBC가 방송한 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온정주의로 이재명 지사를 감싸고 있다”며 이해찬 후보를 공격했다.
 
이어 김 후보는 “이재명 지사를 후보 시절에는 보호했지만, 더 이상 보호하면 당에 부담이 된다”며 “이 문제에 대해 결단해야 한다. 온정주의를 잘못하면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당대표의 책임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사실상 이 지사 탈당 촉구에 못을 박았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김경수 지사나 이재명 지사 모두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는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예단하면 내분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총선을 앞두고 당내 내분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다. 어느 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친문 결집’과 ‘이해찬 견제’를 위해 ‘이 지사 탈당’ 카드를 꺼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사 탈당 이슈를 선점, 친문계 중 이 지사의 비토 세력을 결집함으로써 이 후보를 견제하는 수를 뒀다는 것. 이 후보는 최측근이 최근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됨에 따라 ‘이해찬-이재명’ 연대설까지 불거진 바 있다. 이에 강경 친문파이자 反이재명파는 이 후보에 대한 반발을 표하기도 했다.
 
이 지사로서는 누가 당권을 쟁취하느냐에 따라 당에 잔류가 가능할 수도, 떠밀리듯 탈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이 후보 손을 잡고 전면전에 나서는 게 최상의 선택으로 보인다. 만약 이 후보가 패할 경우에는 이 지사의 당내 잔류를 도울 방어막이 사라지는 셈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자진 탈당’이라는 경우의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자진 탈당할 경우 도리어 당내 반대파를 잠재울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들의 근원지가 당내 반대파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적을 내어주는 대신 더 이상의 잡음은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 지사가 ‘대망론’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집권 여당’이라는 최대 무기를 스스로 버릴 가능성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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