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2회 2018 전경련 CEO 하계포럼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종렬 세종텔레콤(주) 부회장, 최한명 (주)풍산 부회장, 반기문 제8대 UN 사무총장, 허 회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문성환 삼양사 대표이사 사장.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겸 GS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예전의 재계 맏형 자리를 되찾아 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순실 국정 논란 사태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창구로 지목되면서 해체 압박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외면하는 듯 보였던 정부도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만남을 시사하고 있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경유착 창구로 지목
내부 쇄신안 등으로 전경련 패싱 논란 없앨까 주목


한때 재계 맏형 노릇을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인력규모가 5대 경제단체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후유증 때문이다. 인력 규모를 떠나서도 정부와의 소통 부재, 시민단체의 해체 압박 등이 이어졌다.

이후 LG그룹을 시작으로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이 잇달아 전경련을 탈퇴하며 단체 규모 역시 급격히 작아졌다. 전경련 연간 운영회비의 80%가량을 차지하는 4대그룹이 탈퇴하자 전경련은 감원, 임금삭감, 복지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 전경련은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남북경제 교류를 비롯해 미·중 통상전쟁 관련 문제까지 국내·외 경제 문제들을 고루 다루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전경련는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행과 관련한 상설 조직체인 남북경제교류특위를 구성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초대 위원장으로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정몽규 회장은 9월까지 남북경협 등 교류 방안을 수립하고 정부에 공식 제안한다.

정몽규 회장은 “전경련 남북경제교류특위를 구심점으로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행, 낙후된 북한 경제재건 지원, 남북 상호 윈-윈 산업과 기업 협력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현재 기업과 전문가로부터 수렴 중”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목소리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앞으로 위원회를 중심으로 남북경제협력 증진 관련 기업체 의견 수렴, 남북경제관계 정상화를 위한 국제사회 여론 형성 등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달 전경련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를 초청해 한국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양극화 해소 방안을 모색했다. 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불러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인 혁신성장도 논의했다.

지난 2일에는 일본 집권 여당 자유민주당(자민당)의 핵심인사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만났다. 니카이 간사장 등 일본 국회의원 40여 명과 자민당 관계자 등을 만나 ‘한일 양국 산업협력 방안’ 조찬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미·중 통상전쟁에 대한 미국 측 시각과 한국에의 영향’ 좌담회를 개최했다. 전경련은 좌담회에서 미·중 간 통상전쟁이 교역의 감소를 초래하고 글로벌 경기 위축을 야기할 경우 한국 기업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이 있을지, 신용평가 측면에서는 우려가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봤다.

또 좌담회에서는 미국의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이 주제 발표를 한 뒤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법무법인 광장의 박태호 국제통상연구원장과 좌담을 진행했다.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 경제에서도 재계 대표로서 몫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경련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재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각종 회담서 전경련을 배제하는 모습으로 ‘전경련 패싱(건너뛰기)’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전경련의 회동 가능성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중 경제6단체와의 간담회를 재추진하며 취임 후 처음으로 전경련과 회동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전경련 포럼에서 정부인사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한 것도 정부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높아지는 기대감

한편 이러한 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첫째로 오랫동안 재계를 대표해 왔던 전경련을 제외시키던 정부가 고용·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전경련의 존재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재계와의 소통 창구로 ‘대한상의’를 삼은 모습을 보였으나 대중소기업이 모두 포함된 대한상의가 ‘사용자를 대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재계 대표’로서 전경련의 필요성이 남아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재계와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 정도가 있다고 본다”면서 “전경련과의 신뢰관계 재구축을 추진하거나 또 다른 재계 대표 단체를 만드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외부적 변화도 변화지만 전경련 내부적인 변화도 감지된다는 견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고, 지속적인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친 정부’ 성향을 보여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나는 것이다.

전경련의 한 직원은 “아직까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이대로 무너지는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전경련 쇄신안을 발표하고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추면서 다시 경제 단체 대표로서의 위치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고,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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