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조 화답·미래 먹거리 확보 ‘두 마리 토끼 잡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이 지난 8일 혁신 성장을 위한 180조 규모 투자 및 4만 명 규모 채용 계획을 밝혔다. 일자리 확대와 혁신성장,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재용의 삼성 시대를 열어젖힌 가운데 주변의 경영 리스크를 뛰어넘어 존경 받는 기업으로 재도약해야 한다는 판단도 동반됐다는 평가다.

AI, 5G, 바이오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약 25조 원 투자
3년간 4만 명 직접 고용…직간접적 고용 효과 70만 명 예상


삼성그룹은 지난 8일 신규투자 확대,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사업육성을 골자로 하는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 발표에 따르면 투자계획은 향후 3년간 총 180조 원이며 그 중 국내 투자 비용은 총 130조 원(연평균 43조 원)이다.

반도체는 PC, 스마트폰 중심의 수요 증가, 미래 AI(인공지능), 5G, 데이터센터, 전장부품 등의 신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에 대비해 평택 등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AI, 5G, 바이오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약 25조원을 투자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삶의 질 향상이 핵심이다.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경쟁사의 대량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차별화 제품과 관련해 투자한다. 아울러 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 분야에 약 25조 원을 투자한다.

AI는 반도체, IT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자 4차 산업혁명의 기본 기술인 만큼, 연구역량을 대폭 강화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리더십을 확보한다. 삼성은 한국 AI센터를 허브로 글로벌 연구 거점에 1000명의 인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성장 동력 확보

더불어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칩셋·단말·장비 등 전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주도해,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5G 인프라는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로봇, 스마트시티 등 신 산업 발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제약),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해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고령화와 만성·난치질환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삼성의 강점인 반도체, 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동차에 확대 적용해 자율주행 SoC(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전장부품 기술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삼성은 기초과학 분야와 미래성장 분야 연구를 집중 지원해 미래 기술경쟁력 강화와 혁신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은 180조 원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일자리 4만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가 진행되는 3년 동안 4만 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채용계획 상 3년간 고용 규모는 약 2만~2만5000명 수준이나 최대 2만 명을 추가로 뽑는다는 계획이다. 직접 채용 4만 명 외에도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는 7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130조 원 투자에 따른 효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40만 명, 생산에 따른 고용유발 30만 명 등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기존 사업 분야의 선두 자리를 확고히 하고, 신산업 분야도 선점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인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확대한다. 삼성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향후 5년간 1100억 원을 조성, 중소기업 2500개사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5년간 약 1만5000개의 일자리가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팩토리 지원 대상은 그동안 삼성과 거래를 해왔던 기업뿐만 아니라, 거래가 없었던 중소기업도 포함되며, 지방 노후 산업단지 소재 기업이나 장애인·여성 고용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 온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기 위해 총 7000억 원 규모의 3차 협력사전용펀드(상생펀드 및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4차 산업 대비

협력사의 시설 투자와 R&D 자금을 지원하는 상생펀드로 4000억 원, 물대 현금 결제를 위한 물대지원펀드도 3000억 원을 조성한다. 협력사들은 상생펀드를 통해 최대 90억 원 한도 내에서 저리로 자금을 대출받아 시설투자, R&D,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삼성이 발표한 투자와 일자리 활성화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한 화답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1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투자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인 총수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드러냈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더군다나 정부의 요청에 의한 과잉 투자가 아니라,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투자 계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말 그대로 일자리 확대와 혁신성장,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이재용의 시대를 맞이한 삼성은 해당 투자 계획만 잘 이행해도 향후 1위 기업 자리를 지키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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