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BMW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민관합동 정밀 분석에 착수한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 BMW 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을 받으려는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독일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BMW 520d차량 화재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고 있다.

문제는 화재 원인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리콜 결정이 난 이후에도 화재 소식이 계속되고 있는 것. 앞서도 독일이 자랑하던 폭스바겐 차량의 ‘디젤게이트’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폭스바겐 파사트 TSI(가솔린) 모델에 대한 ‘폭탄 할인’이 예고됐고 모(母)회사인 아우디코리아는 신형 아우디 A3 40 TFSI(가솔린) 차량을 할인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소식이지만 이번 파격 할인 방침이 석연찮다는 반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우디 ‘A3’ 폭스바겐 ‘파사트’ 파격 할인…디젤게이트 공백 메우기용?
BMW 520d 차량 화재 결국 인정…정비 인력 부재 조사 받기 쉽지 않아


업계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여파로 올해 4월 2년 만에 영업을 재개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젤게이트 이전 아우디코리아와 폭스바겐코리아는 수입차 판매 톱 3~4위를 나란히 유지해 왔다. 하지만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2017년 연간 판매 실적은 아우디코리아가 962대, 폭스바겐코리아가 0대에 불과했다.

대대적인 할인 정책에 힘입은 아우디코리아와 폭스바겐코리아는 단 기간 내 수입차 시장 중상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수입車 타기 겁나네

폭스바겐코리아는 올 상반기(1~6월)에 내수 시장에서 5268대를 판매하며 누적 기준 수입차 판매 상위 7위권에 안착했다. 본격적인 차량 출고는 3월부터 시작된 만큼, 4개월 만에 일궈 낸 성과다.

아우디코리아는 같은 기간 동안 5011대를 팔아치우며 누적 기준 8위를 기록했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1000만 원이 넘는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고 빠르게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며 “아우디는 연내 출시할 신차가 없지만, 폭스바겐은 4분기에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테온에도 이 같은 할인 혜택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의 판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과도한 할인은 수익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면서 “또 수입차 시장 전체의 질서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입차 안전성과 성능,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보고 있다.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에 이어, BMW의 화재 사건이 잇따르면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수입차를 선호했던 것은 안전성과 성능, 도덕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수입차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깨졌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 비중은 18%에 달할 정도로 시장은 확대됐지만, ‘수입차=고급차’라는 환상이 깨지고 있다. 이 때문에 외제차들이 가격 인하를 토대로 한국 시장에 재진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의 완성도가 해외 자동차를 바짝 추격한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계속 언론에 등장하는 외제차 업체들이 위기 의식을 느낀 것 같다”며 “소비자로서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차를 살 수 있어 좋고 완성차 업체는 상호 경쟁으로 더 좋은 차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2위인 BMW가 최근 잇단 화재 사고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3, 4위인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대규모 할인 공세에 나서면서 수입차 시장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우디폭스바겐으로서는 배출가스 조작으로 ‘개점휴업’을 끝낸 지 2년여 만에 순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최근 독일차 업계의 경쟁사 중 하나인 BMW가 잇따른 화재 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점 역시 아우디폭스바겐에겐 호재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공식적으론 공격적인 판매 전략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무리하게 판매를 끌어올릴 경우 직면할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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