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의료인들이 잇단 폭행 사건과 관련해 안전한 진료 환경을 위한 정부의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사협회)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쉬지 않고 진료하고 있지만, 의료인의 안전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국무총리가 나서서 종합적인 비상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회에서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의료‧응급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행 등 범죄행위 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각각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위급한 의료 현장에서 의사 등을 폭행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의료인 폭행 어제오늘 얘기 아냐”···의사가 ‘동네북’인가

최근 전북 익산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환자의 의사 폭행사건과 관련해 의료계의 분노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의료계는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과 함께 정부의 직접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 중이던 의사가 골절로 내원한 주취 환자에게 폭행을 당해 뇌진탕과 목뼈 염좌, 코뼈 골절 등으로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 환자는 곧장 진통제를 요구했으나 해당 의사가 들어주지 않자 시비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의사가 웃음을 보인 데 대해 화가 나 심한 욕설을 하며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밖에도 강원 강릉 전문의 망치 폭행사건, 전북 전주 모 병원 응급구조사 및 간호사 폭행사건, 경북 구미 응급센터 전공의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정부 직접 나서
대책 수립하라”


의료계는 성명과 호소문을 내놓으며 분노를 드러냈다.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해당 의사(전북 익산 의료진)는 뇌진탕을 비롯해 경추부 염좌, 비골 골절 및 치아 골절 등을 당했다. 이는 당시 폭행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실 폭행의 심각성에 대한 캠페인 등 국가의 적극적인 홍보 부재와 실제 폭행사건 발생 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한 법의 실효성 상실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법 개정 등을 통해 의료인 폭행 시 가중처벌토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실제 처벌 시에는 일반 폭행과 같이 경미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의 환자 폭행은 단순히 의료인의 폭행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의료기관의 진료기능을 제한하고 심할 경우 의료 인력 손실로 인한 응급진료 폐쇄 등을 초래해 결국 국민의 진료권 훼손으로 이어져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에 문제가 발생하는 중차대한 일”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진료의사 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경찰과 검찰, 사법 당국에 촉구한다”면서 “이러한 응급실 폭력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 정부 당국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의료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응급 의료인에 대한 폭언, 폭력은 공공의료의 안전망에 대한 도전이며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행위”라며 “응급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법 행위로 관계당국에서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호소문을 내고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 폭행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법 강화 이후에도 의사에 대한 병원 내 폭력을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아무리 엄격한 법이 있어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과 같다”고 전했다.

징역‧벌금형 3%
4명 중 1명 처벌 없어


취객이 응급실 의료진을 폭행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3%에 그쳤다. 가해자 4명 중 1명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지난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7년 응급의료 방해 등 관련 신고 및 고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방해 행위로 신고‧고소된 건수는 893건이었다. 578건이 발생한 지난 2016년보다 55% 늘어난 수치다.

폭행 피해가 36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위협 112건, 위계 및 위력 85건, 난동 65건, 폭언 및 욕설 37건, 기물파손 및 점거 21건, 성추행 4건, 협박 3건, 업무방해 2건, 기물파손 2건 등이 뒤따랐다.

의료 방해 행위로 신고나 고소를 당한 사람의 67.6%인 604명이 술에 취한 상태였다. 반대로 피해를 본 의료인의 35.1%인 254명은 여성이 주를 이룬 간호사였다. 의사가 진료 방해를 받은 경우는 23.1%, 보안요원 15.8%, 병원 직원 15.4%은 물론 다른 환자가 피해를 본 사람도 10명이나 됐다.

그러나 응급실 진료 방해 행위가 강력한 처벌로 이어진 것은 3% 수준에 불과했다.

893건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은 10.4% 수준인 93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2명, 벌금형은 25명에 그쳤다. 214명(23.9%)은 처벌 자체를 받지 않았다.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 진료를 폭행 등으로 방해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한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현실 사이 거리는 먼 모양새다.

복지부가 경찰청 등 사법기관에 적극적인 법 집행 협조를 요청하고 응급의료종사자 대상 폭력 예방을 위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위급한 의료‧응급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행‧상해 등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의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고, 의료인과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을 특가법에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같은 당 이명수·박인숙·윤종필 의원도 의료인 폭행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최근 발의한 상태라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될 경우 연말이나 내년부터 의료 현장에 바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도 행정부도 대책 수립을 위해 움직이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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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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