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우롱하는 ‘무법지대(無法地帶)’의 현장

금연구역 표시 옆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한 국가의 품위를 드러내는 건 바로 시민의식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편익을 저해하는 시민의식 부재의 씁쓸한 민낯이 도심 곳곳에서 드러나는 실정이다.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은 불법 주차 차량이 통행하는 이들의 안전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새어나가는 담배 연기가 주변인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금연구역에 널린 담배꽁초…허울뿐인 경고
불법 주차 차량·음주·고성방가로 몸살 앓아


근래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연남동. 고즈넉한 분위기, 개성 넘치는 점포, 분위기 있는 식당을 두루 갖춰 데이트 코스는 물론 모임 장소로도 각광받는다.
많은 이들이 몰려 활기를 띠는 연남동의 이면엔 ‘불법 주차’ ‘음주 고성방가’가 함께 존재한다.

일요서울이 연남동을 찾은 시간은 평일 오후를 막 지나서였다. 햇볕이 가장 뜨거울 시간이었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그곳에 방문해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차량이었다.

 
불법 주차 차량으로 혼선을 빚는 연남동 거리
  연남동의 랜드마크(land mark)인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 옆으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옆은 흰색 페인트로 주차 영역을 표시한 뒤 신청한 이들에 한해 주차공간을 내준다. 하지만 이미 주차공간은 만석이 된 지 오래였고, 그 뒤로 불법주차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주차된 차량을 살펴보니 승용차부터 트럭까지 차량의 종류도 다양했다. 연남동 초입의 경우 도로 면적이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해 도보 상황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지만, 불법 주차가 만연한 상황에서 차가 진입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법 주차 무법지대지만
“공영주차장 설립 반대”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도로 면적 때문에 보행자는 통행 2순위로 밀려나게 되는 것. 게다가 차량을 피할 수 있는 변변한 곳도 마련돼 있지 않아 보행자들은 차를 피하기 위해서 ‘재주껏’ 한쪽으로 비켜 설 수밖에 없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연남동은 대규모의 프랜차이즈보다 독특한 특성을 지닌 가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골목길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방문자들은 불편함을 겪게 된다.

뿐만 아니다. 심한 경우 가게 문 앞자리처럼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만을 제외한 채 양옆으로 불법 주차를 행하기도 한다. 가게의 외관 감상은 어림없는 소리다.

게다가 골목길의 경우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띈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 주차 된 차량 옆에 또 다시 자신의 차량을 불법 주차 하는 등 그야말로 ‘무법지대(無法地帶)’의 한 풍경이다.

방문한 날이 평일임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몇 배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주말의 경우 불법 주차 차량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위를 둘러보던 기자는 의아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불법 주차 차량 맞은 편에 있던 주차장이 모두 비어 있었던 것. 다가가 살펴보니 주차장 입구를 막은 쇠사슬 위로 ‘XXX(점포 이름) 소유 주차장입니다’ 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앞서 말했듯 연남동에는 주차시설을 완비하지 않은 소규모 점포가 많기 때문에 주차장을 가진 것은 소비자를 이끄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도로 하나를 가운데 두고 한쪽에는 불법 주차 차량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다른 쪽에는 주차 공간이 텅텅 비어있는 아이러니가 빚어진다.

주차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포구청 측은 2016년 당시 1626㎡ 상당 부지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하겠단 도시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 내 빌라 소유주 중 한 명인 A씨가 서울시 행정심판에 불복하겠단 의사를 제기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A씨 의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재판부는 주차난이 심각한 연남동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영주차장 설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남동의 주차난은 수치로도 가시화된다.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 전인 2015년 마포구가 진행한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지정한 연남동 공영주차장 부지 인근의 이면도로 불법 주차율은 71%이며 인근 지역 주차면수는 86%(서울시 전체 확보율 130%)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A씨는 서울행정법원재판부 판결 이후 마포구청을 상대로 공영주차장 건설 계획을 취소하라는 항소를 제기했고, 지난 4일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이승영 부장판사)가 이를 기각하면서 1심과 2심 모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마포구청에 따르면 A씨는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고 있는 여의도 직장인들의 모습
   
한 다리 건너 ‘흡연 스팟’
‘금연구역’인데 담배꽁초

 
이번엔 여의도로 가봤다. 증권회사들이 모여 있는 일명 ‘여의도 증권길’로 입성하면 정장을 갖춰 입은 인근 회사원들이 짧은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옷차림뿐만 아니다. 바로 다들 한 손에 ‘담배’를 쥐고 있었던 것. 일대를 한 바퀴 돌아보니 상황이 비슷했다.

‘흡연 구역’으로 지정된 곳, 별 다른 제재가 없는 곳, 그리고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 등 흡연 장소에 따른 변별성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사방이 가로막혀 담배 연기를 차단하는 ‘흡연 부스’는 아니었다.

기자가 처음 발견한 곳은 도로 바로 옆에 놓인 정자 형태의 공간이었다. 이곳은 재떨이와 쓰레기통이 놓여 있는 등 한눈에 흡연 공간으로 사용됨을 알 수 있었다.

흡연이 한 곳에서 이뤄지고 담배꽁초 투기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대비는 마련됐지만 사방이 뚫려 있어 지나가는 비흡연자들은 담배 연기로 인한 고충을 토로한다.

여의도의 흡연 스팟(spot)은 ‘한 다리 건너 하나 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도처에 널려 있었다. 인근 커피숍이나 편의점 앞은 흡연자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이들은 파라솔 아래 앉거나 넓은 공터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공간 면적에 비해 쓰레기통 개수가 적어 별 다른 인식 없이 바닥에 꽁초를 버리는 등 관리 실태는 앞서 본 장소보다 심각해 보였다. 게다가 꽤 넓은 면적이었지만 흡연자들이 다수를 차지해 비흡연자들이 ‘알아서 피해가는’ 장소처럼 여겨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진 곳에 놓인 금연구역이었다. 바닥과 벽면에 금연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그 옆으로 몇 개의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실정에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측에 직원들의 거리 흡연을 자제시키고 흡연 부스 설치 증가 등 협조를 요구했으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영등포구청에 단속을 요청했으나 흡연 단속은 공용부지에서만 진행될 수 있다는 허점이 있어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영등포구청 측은 다가오는 9월 중으로 사유지 내 보행로 역시 흡연 단속 구간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겠단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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