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국내 4위 소주업체인 대선주조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소주시장에 진출했다. 그동안 호시탐탐 주류시장 진출을 노려왔던 롯데가 대선주조 인수를 계기로 막강한 유통망을 앞세워 국내 주류시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내 주류시장의 판도 변화까지 점쳐지고 있다.신준호 부회장은 최근 대선주조의 지분 50.79%를 매입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롯데는 대외적으로 대선주조측의 요구에 따라 롯데햄·우유의 신준호 부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롯데가 대선주조에 이어 진로를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개인적인 차원에서 대선주조의 인수라기보다는 골드만삭스와 아사히맥주 등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로를 인수한다는 시나리오가 나올 정도로 롯데가 그동안 공공연하게 주류시장 진출에 대해 욕심을 냈었기 때문.

특히 신 부회장이 대선주조 최병석 회장의 사위라는 점에서 그동안 업계에서는 대선주조 인수자로 롯데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국내 신규면허가 금지된 소주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소주업체를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롯데의 대선주조 인수는 의미가 크다.대선주조 인수로 롯데그룹이 소수사업면허를 획득해 대한전선, 두산그룹, 하이트맥주 등과의 진로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기 때문.부산 경남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대선주조가 화의절차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다소 안정화되고 있는 분위기인데다 올 7월부터 진로 인수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롯데그룹 차원에서 대선주조 인수가 전략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왜 롯데에 넘겼나’

이번 롯데의 대선주조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소주업계 경쟁사인 마산의 무학소주다.부산 경남지역의 경쟁사인 무학소주가 2002년 6월부터 대선주조 주식을 공개매수하기 시작하면서 보유지분이 25%에 육박하자 대선주조 경영진이 경영권에 위협을 느껴 오히려 롯데쪽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러한 무학소주의 경영권 탈취시도가 지속되면서 결국 대선주조 조용학 대표와 일부 임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약 38만5,880주)에 대해 롯데측에 인수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는 대선주조 최 회장의 사위인 신 부회장을 내세웠던 것.롯데는 그룹차원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대선주조를 인수함으로써 유통시장을 장악한 롯데그룹이 주류시장까지 진출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한 방패로 신 부회장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그동안 대선주조의 인수와 관련, 대선주조 최 회장의 사위인 롯데 신준호 부회장이 롯데의 대선 인수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됐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에 대해 업계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주류업계 고위관계자는 “롯데가 무학소주의 대선주조 인수 시도에 따라 오히려 좋은 기회를 잡고 소주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며 “이미 업계에서는 대선 최 회장과 롯데 신 부회장과의 사이를 고려해 양측의 M&A가 어느 정도는 예측됐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롯데햄·우유측은 “신 부회장이 투자 가치를 느껴 개인 자격으로 인수를 하게 된 것”이라며 “그룹차원에서 소주시장 진출을 위해 추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대선주조는 지난 1930년 일본인 양조회사로 시작해 부산에 연고를 두고 그동안 경쟁사인 무학소주를 따돌리며 부산 경남지역에서 최대의 소주업체로 자리매김했다.하지만 지난 97년 부도 처리되면서 대선주조를 둘러싸고 무학, 롯데 등이 물밑 인수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무학측이 대선주조의 지분을 공개매수하면서 대선주조의 경영진들이 부산 경남지역에 연고를 둔 롯데를 선택하게 된 것.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롯데의 대선주조 인수에 따라 진로 인수 등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지만 중요한 것은 롯데가 거대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해 부산 경남지역을 거점으로 향후 국내 소주시장은 물론 전체 주류시장이 재벌기업에 잠식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로 인수전 ‘치열’

롯데가 대선주조 인수라는 유리한 카드를 들고 진로 인수에 뛰어들면서 진로 인수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그동안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진로의 최대 채권자 중의 하나인 대한전선과 두산그룹, 롯데그룹 등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이나 아사히맥주, 산토리 등 일본 주류업체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외적으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진로 인수는 오는 8월까지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치고 9월까지 실사를 거쳐 10월 우선협상자 선정 등의 수순을 거쳐 빠르면 연말에 인수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2조5,000억원이라는 매각 규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국 소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진로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막강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갖고 있는 롯데가 대선주조 인수로 소주사업면허를 취득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롯데는 골드만삭스와 아사히맥주 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진로를 인수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진로의 최대 채권자인 대한전선이 진로를 인수하기 위해 최근 공장부지를 매각한 데 이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가 대선주조를 인수하는 등 진로 인수를 위한 물밑 작전을 펼치고 있어 양사간의 ‘진로 잡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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