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기일 핑계로 현장 안전은 뒷전?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발주한 서울 강서구 마곡 9단지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이 ‘외국인 불법 고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전국건설노조(이하 건설노조)는 외국인 불법 고용이 근본적으로 현장 안전과 건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지난 5월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외국인을 불법 고용한 하청업체를 고발했다.

해당 하청업체는 이후 지난 6월 근로감독과 400만 원의 벌금, 3년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하청업체가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데다가 외국인 불법 고용도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시공사 “근로감독 후 매일 철저히 외국인 비자 검사”
현장 근로자 “비자 검사 거짓…외국인 절반 불법 고용”


SH가 발주하고 한신공영이 시공하는 마곡 9단지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불법 고용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하청업체 백광도시개발이 계속해서 외국인 불법 고용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는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한 시공사 한신공영과 SH의 ‘눈감아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장 근로자들에 따르면 해당 건설현장에서 다수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불법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공사 진행이 되지 않을 정도’라는 말이 오가는 상황이다.

앞서 건설노조는 지난 5월 18일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곡 9단지 시공사인 한신공영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전체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백광도시개발이 3년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조치를 받았는데도 이를 어기고 외국인을 채용 중이니, 백광도시개발을 포함한 전체 업체들의 위법 여부를 단속해달라는 주장이다. 당시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백광도시개발이 제한조치를 받은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이후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지난 6월 19일 백광도시개발에게 근로감독 및 4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업체는 먼저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해야 하고 그래도 인력을 구하지 못했을 경우 법령에 따라 고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제한조치를 받는다.

“근로 감독 후에도 외국인 불법 고용 여전”

하지만 이후에도 현장 근로자들의 외국인 불법 고용과 관련된 제보는 계속되고 있다. 현장 근로자 A씨는 “백광도시개발 측에서 근로감독 이후에도 계속해서 외국인 불법 고용을 저지르고 있다”며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공사 기일 맞추기에 혈안이 돼 있다. 내국인 일자리 보호와 현장 안전은 뒷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시공사가 사실상 외국인 불법 고용을 묵인, 방조하는 것”이라며 “공사 기일 지연으로 손해를 보기보다는 과태료를 부담하는 게 낫다는 태도로 보인다. 인건비 역시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공사비를 낮추기 위한 속셈도 있다. 규모 있는 건설 업체들의 이런 행위는 한두 번이 아니며 정부의 근로감독과 벌금 부과도 그때뿐”이라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하루 일당은 8만~9만 원으로 국내 근로자가 받는 일당 20만 원에 비해 절반 이상 낮다. A씨는 “공사 금액과 기일을 맞추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안 그래도 열악한 공사 현장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안전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현장의 외국인 불법 고용 실태 조사를 통해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라며 “계속해서 불법 고용이 이뤄질 시 또 한 번 근로 감독을 촉구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신공영 현장 관계자는 외국인 불법 고용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근로감독 조치 이후 매일 아침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자를 검사하는 등 철저하게 불법 고용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외국인 불법 고용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매일 아침 비자 검사를 한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현장의 절반이 외국인이고 불법 고용된 인력이다. 추가 근로 감독이 필요하다”고 한신공영 측 주장을 반박했다.

SH 관계자는 “지난 6월 19일 있었던 벌금 부과 이후에는 불법 외국인 고용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재발 방지를 위해 고용보험과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현장 근로 감독을 진행한 서울남부고용지청 관계자는 “현재 근로감독과 벌금 부과 외에는 마땅한 제한 조치가 없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현행 출입국 관리법상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한 고용주는 불법체류 외국인 1인당 500만 원 이하의 범칙금(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또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외국인 고용 관리에 대한 건설업체의 협조를 당부하고, 내국인 근로자의 진입 유도를 위해 체계적인 경력 관리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건설현장의 외국인 불법 고용 증가로 내국인 일자리 잠식 문제가 논란이 되는 상황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에서는 외국인 불법 고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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