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장과 동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지난 14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갑석 의원을 명예훼손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협의회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국회의원(광주서구갑)이 당선 후 제1호 법안으로 일명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7법’을 대표발의하면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납북자 가족들은 송 의원을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납북자’→‘전시실종자’ 변경, 남북관계 충돌 완화?
납북자 가족 “송 의원 국회의원직 사퇴하라”


송갑석 의원은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반도에 드리운 긴장관계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평화의 온도가 싹트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반도는 남북 대립에서 남북평화협력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기에 남북평화와 통일시대를 대비한 체계적인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7법(이하 남북7법)’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 <뉴시스>
  남북협력기금 확대
이산가족 상시 상봉 등
 

송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북7법을 살펴보면 첫 번째 법안은 남북협력기금 용도에 관광, 보건의료, 환경 및 자연재해 분야를 협력 사업으로 추가해 기금 확대 사용을 가능케 했다고 한다. 현재 남북협력기금에 사용 가능한 협력 분야는 문화, 학술, 체육 분야에 한정돼 있는데, 위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기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남북협력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남북 간에 다양한 협력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법안은 남북 교역의 중단으로 인한 민간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으로 남북 경제교류협력이 정치적 상황에 영향받지 않도록 정경분리 원칙을 명문화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세 번째 법안은 남북 이산 가족을 위한 법안으로 그 동안 교류가 엄격히 제한돼 왔던 이산가족들이, 이산가족면회소를 통해 전화나 이메일‧화상 상봉을 통해 상시 만남이 가능토록 하는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기타 법안으로는 전사자 유해의 조사‧발굴에 대해 5년 단위의 기본‧세무계획을 수립해 전사자유해 발굴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법안과 대북전단 살포 시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도록 해 무분별한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예방하는 법안이 있다. 또 ‘납북자’ 표현을 ‘전시실종자’로 변경해 법률상의 용어로 인한 남북관계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남북7법을 대표 발의한 송 의원은 전남대 총학생회장과 제4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참여연대 운영위원, 노무현 재단 광주지역위원회 운영위원, 제19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 비서실 부실장 등을 지냈다. 지난 6.14 재보궐선거 때 광주 서구갑에서 당선됐다. 송 의원의 개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정재호, 이훈, 박정, 안규백, 김병관, 권칠승, 박홍근, 박광온, 이수혁, 심재권 의원들이 대거 동참했다.

 
송갑석 의원 대표발의 ‘한반도 평화 남북7법’ 내용 <송갑석 의원 블로그 캡처>
  “10만 전시납북자
존재 부인 말라”

 
남북7법을 두고 납북자 가족들은 분노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협의회)는 “6호 법안에서 ‘납북자’를 ‘전시실종자’와 ‘전후실종자’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 전시납북자 유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이는 10만 전시납북자를 부인하는 것으로 북한의 주장과 동일하며, 70여 년 동안 북한 정권의 범죄에 고통받고 있는 전시납북자 및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시납북자’는 6‧25전쟁 당시 북한 정권에 의해 계획적, 조직적, 무차별적으로 자행된 비전투 남한 민간인 희생자다. 전시 남북 범죄 당시 정부, 서울시 등은 납북자 명단을 작성해 공식적인 기록만도 10여 가지가 넘는다”면서 “이를 근거로 유가족은 전시납북진상규명을 위해 수십 년간 국내외적으로 노력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 2010년 전시납북자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정부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를 설립해 전시납북 사건의 실체를 인정하고 2015년 활동을 종료했다.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진상 규명한 사건의 실체에 대해 국회의원이 부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시납북자 문제는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은 끝났으나 가해자인 북한의 범죄부인으로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라며 “북한은 6‧25 당시 남한 민간인을 불법으로 납치한 순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납치 범죄를 부인하면서 ‘납북자(abductee 또는 kidnapped people)’라는 용어 대신 ‘실종자(missing)’ 또는 ‘실향민(displaced civilian)’을 사용했다. 이렇듯 송 의원의 법안 내용은 북한의 주장과 동일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마지막으로 “송 의원의 남북7법에는 ‘북한비핵화’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행위 방지 등 현 안보상황과 괴리가 있는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면서 “송 의원은 관련 법안을 당장 철회하고, 10만 전시납북자와 유가족에 사죄하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면서 “협의회는 10만 전시납북자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향후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 14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송 의원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납북자·가족·단체)명예훼손,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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