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였던 A씨, 400만 원 외에는 돈 행방 묘연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충남 천안에서 2억3500만 원의 현금을 수송 차량에서 훔쳐 달아났다가 7일 만에 붙잡힌 수송업체 직원 A(32)씨가 지난 15일 구속됐다. 경찰은 앞서 그의 차량을 발견했으나 현금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A씨를 검거했으나 소지하고 있던 400만 원 외에는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 A씨는 수송업체 취업 전 10여 일 전부터 평택을 찾아 도주로를 확보하고 입사한 지 11일 만에 2억 원가량을 탈취할 정도로 치밀함을 보였다.

수송 차량 탈취 사건 범인 대다수는 ‘경력자’

지난 10일 A씨가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승용차가 경기도 평택의 한 골목에서 발견됐다.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경 평택시 일원의 골목에서 A씨의 차량 SM7 승용차를 발견했다.

발견된 차량은 이날 오후 천안서북경찰서로 옮겨져 과학수사팀의 감식이 진행됐다. 차 안에는 현금이 없었다. 차량 감식 현장에는 A씨가 사용한 옷과 신발 등이 발견됐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8시 47분경 천안시 서북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을 담당하던 동료 직원 2명이 대형마트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현금을 채우러 간 사이에 수송 차량에 있던 2억3500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세상 살기 싫어
돈 훔쳤다”

 
경찰은 발견된 차량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씨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은 결과 지난 13일 오후 보령시의 한 해수욕장 인근 모텔에서 A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A씨는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현금 일부(400만 원)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평택시 일원에 자신의 차량을 놔둔 채 지난 7일 오후 택시로 평택에서 서울로 이동해 한 모텔에 묵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0일에는 택시를 타고 보령시의 한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CCTV를 통해 그가 해수욕장에서 내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천안서북경찰서는 지난 13일 오전 형사 20명을 파견해 해수욕장 주변 모텔을 수색한 끝에 이날 오후 1시 2분경 A씨를 검거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세상 살기 싫어 돈을 훔쳤고 돈은 서울에서 보령으로 내려가는 길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돈을 이동 중 숨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지난 14일 A씨의 주거지 등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돈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돈을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속수사로 명확한 범행동기와 함께 집중적으로 돈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계획범죄
휴대전화도 사용 안 해

 
차량 발견 주변 CCTV에는 A씨가 20여 일 전 이곳에 나타난 모습이 잡혔다. 철저한 계획범죄였던 것. A씨는 수송업체에 취업하기 10여 일 전부터 평택을 찾아 도주로를 확보했으며 입사한 지 11일 만에 2억3500만 원을 탈취하는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여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A씨는 천안에서 중학교를 나왔으며 논산의 한 공고를 졸업했다. 졸업 이후 천안에 있는 모 현금 수송업체에서 지난 2013년 5월~2015년 5월 2년간 근무했으며 지난달 27일에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범행을 저지른 현금 수송업체로 취업했다.

수송업체 근무자들은 대부분 3인 1조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신저’라고 불리는 총책임자 1명, 보조 역할인 ‘가드(호송원)’ 1명, 차량 운전자인 ‘드라이버’다. 차량에서 돈을 꺼내 들고 ATM으로 수송하는 역할은 메신저가 하며 그를 따라다니면서 호위를 하는 역할이 가드다. A씨의 역할은 드라이버였다. 동료 2명이 마트 내 ATM에 현금을 채우러 간 사이 현금수송차량에 남아 있던 2억3500만 원을 챙겼으며 전날 밤 10시경 마트 주차장에 미리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량을 타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현금수송 차량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달린 것을 알고 자신의 차를 주차해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도주 중에도 수사기관의 위치 추적을 피해기 위해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시스템
개선 시급

 
현금 수송 차량을 탈취하는 사건은 종종 발생했다.

지난 2011년 충남 천안에서 발생했던 물류수송 차량 현금 탈취 사건 범인들은 사건 발생 56시간 만에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사전답사와 대포차량까지 동원하며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에는 전 경호업체 일용직으로 근무했던 경력자가 포함됐다. 물류 수송차량에서 현금 수송이 이뤄진다는 사실, 수송 구간 등을 미리 알고 있었으며 사전답사 등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에는 부산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수송차량을 탈취해 현금 2억1900만 원을 훔친 20대 현금수송업체 퇴사자가 범행 21시간 만에 서울의 한 모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현금수송업체에서 6개월간 일하다 퇴사한 B씨는 퇴사 전 예비 차량 열쇠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과 A씨의 공통점은 수송업체 업무‧내부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한 수송업체 직원은 “범죄이다 보니 실행을 안 할 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업체 직원 누구나 돈을 빼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직원들은 보안의식은 물론 단순한 기본원칙인 근무수칙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금 수송업체들의 보안 시스템 개선과 직원 의식 교육 등이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가 범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정직원이 아닌 용역업체를 통해 계약직으로 업체에 고용됐고 월급이 200만 원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밝힌 사례의 범인들은 모두 ‘경제적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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