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에 분노 “무력 밖에 답이 없다”

워마드에 올라 온 청와대 테러 관련 게시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워마드 내에서 ‘착한 시위’는 안 통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워마드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 더욱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집회 현장에까지 워마드 회원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김지영 교수 “얼마나 과격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오세라비 작가 “명예훼손이나 인권모독이 심각한 수준”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홍대 미대 몰카범 실형 선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 등 여성 관련 이슈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회원들 사이에서 좀 더 과격한 집회를 기획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에는 워마드 회원 중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6일 워마드에는 “홍본좌(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불법촬영, 유포해 구속된 안모씨)가 유죄인데 안희정이 무죄라는 게 말이 되느냐”, “미투 운동이 일어났는데도 결과가 이렇다는 것은 남자들은 바뀔 생각이 없고 위기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 “무력 밖에 답이 없다” 등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특히 여성모델 안모(25)씨가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몰래 촬영,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여비서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비교하며 분노하고 있다.

워마드 한 회원은 “최소한 계란이라도 던지거나 참석인원 전원이 야구 배트를 의무 지참이라도 해서 살벌하게 느껴지는 시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워마드 발 시위를 추진해 문재인 탄핵, 홍본좌 무죄 등을 외치자”고 주장했다.
 
“폭탄설치” 엄포
갈수록 과격해져

 
문제는 워마드에 올라오는 게시물 등의 내용이 점점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의사표현을 넘어 폭력적이고 극악무도할 정도다.

17일 오후 1시 40분께 워마드 자유게시판에는 ‘테러 예고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청와대 출입증이 있다. 오전에 폭탄을 설치했고 낮 2시에 터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신고를 접수, 기존 청와대 경비인력에 테러담당반 등 경력을 추가 배치했다. 수색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해당 게시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IP주소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작성자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워마드 고소한 서울대 총학생회 <뉴시스>
     워마드 게시판에
대학 몰카 속속 올라와

 
서대문경찰서도 17일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워마드를 음란물 유포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총학생회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2일 워마드에는 ‘연세대 몰카’라는 제목을 단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13일 연세대학교 한 학우가 총학생회 페이스북 메시지로 ‘워마드’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의 캡처본을 보내줬다”며 “연세 학우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서대문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대 총학생회가 워마드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대 화장실 몰래카메라 게시글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며 서울 관악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고소장을 제출하고 “워마드 비밀게시판에서 서울대학교 학우 및 구성원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 카메라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게시글을 확인 못하는 상황이라, 경찰력 동원해 진상 조사를 해주시고 음란물 유포죄 및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회 예산으로는 카메라 탐지 장비 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본부에도 예산 지원을 통해 장비를 구입하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해 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워마드에는 서울대 경영대에 불법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글이 게시됐다. 이후에도 공대와 중앙도서관, 학생회관 등에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며 학생회 측은 관계기관과 상담해 도움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지난달 말 교내 화장실을 대상으로 1차 탐지를 진행했으며, 이달 8일에는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특정 건물 화장실에 카메라가 설치됐는지를 살폈다. 현재까지 발견된 불법 설치 카메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미니즘에 부정적?
전문가들도 엇갈려

 
워마드의 이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최근의 페미니즘 열풍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종의 급진적인 움직임인데, 사회 운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때는 일정 수준에서의 상징성이 동원된다고 본다”며 “표현 방식에만 초점을 맞춰 이들의 행동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본질을 벗어나기 쉽다”고 우려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는 남성 체제에서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만한 정제된 언어로 운동했지만 ‘결과는 제자리’라는 문제의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대통령 탄핵까지 요청하며 그 한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그는 “워마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참여자가 시위 기술을 가지지 못한 1020세대 여성들일텐데 이들이 얼마나 과격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보편적 인권을 거스르는 페미니즘 운동은 결과가 좋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여성운동가 오세라비 작가는 “젠더 이퀄리티가 아닌 여성우월주의, 남녀분리주의 등 급진 페미니즘은 반 세기가 다 된 이론으로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4년간 워마드 자료를 모으며 모니터링했는데 명예훼손이나 인권모독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상호협력하는 사회에서 ‘혐오’는 사회운동이 될 수 없다. 명분을 상실한 워마드는 곧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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