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한마디로 '반둥 참사'다. 아시안게임에서 무실점 2연패에 도전한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1위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혔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잘락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충격적인 패배다. 말레이시아는 당초 한국(FIFA 57위)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국은 1승1패(승점 3)로 E조 2위에 자리했다. 말레이시아는 2승으로 잔여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앞서 상대전적에서 7승1무1패로 앞서 있던 U-23 대표팀이 말레이시아에 진 것은 2010년 평가전 이후 8년 만이다. 친선경기였기 때문에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공식 대회를 따지면 이날이 첫 패배인 셈이다.

성인 국가대표 상대전적에서도 한국이 26승12무8패로 압도한다. 패배는 대부분 과거 동남아 축구가 강했던 1970년대 이전의 것들이다. 1985년 월드컵 예선 이후 33년 동안 말레이시아에 패한 적이 없다.

방심한 탓일까,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말레이시아의 기를 살려줬고 끝내 뒤집지 못했다.

2014 인천대회에서 무실점으로 금메달을 땄던 한국은 일단 무실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큰 관심을 모은 손흥민은 0-2로 뒤진 후반 12분 해결사로 출격했지만 넘어간 분위기를 혼자 가지고 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몇 차례 돌파를 시도했지만 말레이시아의 촘촘한 수비에 걸렸다.

김 감독은 바레인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황희찬(잘츠부르크)를 최전방에 두고 1차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진현(포항), 김정민(FC리페링)에게 2선에서 지원하도록 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로테이션 기용을 공언한 대로였다. 김진야(인천), 이시영(성남), 김건웅(울산)은 허리에 세웠다.

초반 팽팽한 기싸움이 이뤄지다가 뜬금없는 실수로 먼저 실점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말레이시아 롱패스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골키퍼 송범근(전북)이 수비수 황현수(서울)에 걸려 넘어져 공을 흘렸다.

경합하던 말레이시아의 라시드 무하마드 사파위가 침착한 왼발 슛으로 빈 골문을 노려 선제골을 넣었다.

먼저 골을 내주고 화들짝 놀란 선수들은 말레이시아 쪽 그라운드에서 넘어오지 않을 만큼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기회는 있었지만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전반 18분 황의조가 오른쪽 측면에서 황희찬이 찔러준 땅볼 패스를 오른발로 때렸지만 아깝게 크로스바를 넘겼다.

말레이시아도 서서히 제 페이스를 찾으며 공격으로 맞불을 놨다. 좌우에서 한국의 스리백을 능수능란하게 뚫었다. 공을 빼앗아 역습을 전개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한국은 34분 황의조, 39분 김정민이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골대를 외면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당했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에 말레이시아의 역습을 막지 못했다. 첫 골의 주인공 라시드 무하마드 사파위가 오른쪽 측면으로 돌파하며 한 템포 빠른 왼발 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전반을 0-2로 뒤지며 마쳤다. 

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건웅 대신 황인범, 후반 12분 김정민 대신 손흥민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영리하게 템포를 조절하며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적절하게 시간을 지연하는 플레이까지 가미해 한국을 다급하게 했다.

후반 43분 황의조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둥에서 허둥지둥한 한국은 20일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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