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을 잡아라.’지난 몇 년간의 구조조정으로 자산규모면에서 재계 19위로 추락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해 4대 그룹 반열에 다시 복귀하겠다는 전략을 비밀리에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현정은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 등 측근들이 적극적인 인수 제안에 따라 조만간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KCC 등도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경영권 분쟁 등으로 현대 집안싸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분리, 경영권 분쟁 등 현대그룹이 힘겨운 구조조정 끝에 현정은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현대그룹 내에서 과거의 4대 그룹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현대건설 인수’가 화두로 떠올랐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취임 당시 ‘현대그룹의 상징적인 의미인 현대건설을 그룹이 안정되면 인수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현대건설 인수를 통한 재벌 그룹의 부활을 꿈꿔왔다.최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등 고위관계자와 현대건설 출신의 그룹 관계자들이 현대건설 인수를 현정은 회장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이 빠르면 8월 중 매각대상과 매각대금 등 매각일정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현대그룹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는 것.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김윤규 사장 등은 사장단 회의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논의를 했고 이를 현정은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그룹 고위 관계자들의 제안에 대해 현 회장은 대외적으로 “현재까지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이 내부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검토해왔고 현재 인수자금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8월경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면서 현대건설 인수 추진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현재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채권단과 어느 정도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현대건설 채무에 대한 출자 전환으로 채권은행단이 70%에 육박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고 채권단과의 협상이 현대건설 인수의 관건이다.현재 17. 82%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이 1대주주고, 산업은행(16.77%), 우리은행(14.62%), 국민은행(5.56%) 등이 현대건설의 주요 채권단이다.현대그룹 관계자들의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집착은 ‘건설’이 단순히 그룹의 상징적인 의미였기 때문만은 아니다.최근 현대건설이 지속적인 수주에 힘입어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면서 주가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현대그룹 계열사의 경영원 확보라는 측면도 강조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대상선의 지분 8%를 보유하고 있어 KCC그룹이나 현대차그룹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제2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현대그룹이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문제가 되는 것은 인수 자금.현대건설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김윤규 사장 등 현대그룹 사장단은 개성공단 사업권을 한국토지공사측에 넘길 경우 약 5,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계열사 등을 매각해 인수자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현대그룹은 물론 KCC그룹, 현대차그룹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현대의 집안싸움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 고위관계자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거론한 것은 아니다”며 “현대건설이 그룹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현 회장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서는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그는 또 “현대건설이 KCC나 현대차에 매각되더라도 특별히 경영권 분쟁소지는 없다”며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보유 지분이 42%가 넘어 경영권 방어에 안정적이고 현대상선은 총주식수가 1억주나 되기 때문에 인수합병 대상이 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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