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위기 심상치 않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벌그룹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강신호 회장 체제의 대응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강 회장 체제하의 전경련이 그동안 대정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오면서 재계와 전경련 내부에서 강 회장 체제에 대해 불신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전경련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역대 전경련 총수들이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총수를 맡아 정부의 강력한 개혁 의지에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손길승 전 SK 회장이 맡고 있던 전경련 회장직을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올 2월 18일.당시 강 회장 선임을 앞두고 찬반론이 대두되기도 했었고, 재계 대표적인 인물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대부분 회장직을 거부했다.강 회장이 전경련 총수를 맡은 이후 재계에서의 전경련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총선과 탄핵 기각을 거치면서 노무현 정부가 강력한 규제와 재벌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현 강 회장 체제의 전경련이 정부에 대해 제대로 비판도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역대 최고 약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러한 강 회장이 전경련 총수를 맡은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의 정책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강 회장의 교체설로 이어지고 있다.특히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 하계 세미나에서 강 회장은 현 경제 위기에 대해 기업의 책임론을 제기해 일부 기업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강 회장은 전경련 하계 세미나 개회사에서 “우리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고 점차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런 난국을 초래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기업”이라며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는 원인은 정치권도 아니고 정부도 아닌 바로 기업의 노력이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재계 여론을 수렴해 정부의 규제나 개혁에 대해 전경련의 입장을 전달하고 정책 수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전경련 총수로서 부적합한 발언’이라며 강 회장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 위기에 대한 책임은 기업에도 있지만 정부에도 있다”며 “성장을 강조해온 전경련 총수로서 그동안 정부에 대해 제대로 비판도 하지 않고 경제 위기를 기업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부를 대변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재계는 물론 전경련 내부에서도 정부의 강력한 개혁 의지를 잠재울 수 있는 재계 대표 인물을 전경련 총수로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특히 그동안 정부의 규제정책에 대해 재계가 불만을 갖고도 크게 반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개별 기업이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전경련 총수로 삼성 이건희 회장을 내세워 현정부에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A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정책이나 개혁 추진에 대해 개별 기업별로 대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전경련의 역할에 대해 재계의 기대가 컸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강 회장 체제에 대한 불신이 더욱 확대되고 있어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경련 회장직을 완강하게 거부해온 이 회장도 최근 재계에서 전경련 회장직 추천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이 회장 자신이 최근 정부의 지나친 규제 등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경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건희 회장은 삼성물산 출신의 현명관 상근 부회장을 통해 측면지원만 할 뿐 전경련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을 내세워 재계의 의기투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LG, SK, 현대 등은 전경련이 친삼성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전경련 회원사간의 단합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 대정부 역할을 할 경우 전경련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역대 전경련에 비해 현전경련은 조직적으로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역대 전경련 회장들을 보면 대부분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었고 재계의 상황을 고려해 정부에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 전경련 총수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현재 이건희 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강 회장 체제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이건희 회장 체제에 대한 기대가 나오면서 재계에서는 일단 강 회장 체제를 현 현명관 상근 부회장이 대행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이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총수직을 맡는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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