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2세 경영권 승계 작업에 가속이 붙었다. 최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외아들 남호(30)씨에게 자신의 동부정밀화학 지분을 넘겨, 남호씨는 동부화재와 동부제강에 이어 동부정밀화학의 최대주주가 됐다. 재계에서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3남인 조현상 효성 상무, LG벤처투자 구자두 회장의 장남인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 등 국내 주요그룹의 2·3세들이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그룹 중역으로 입사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남호씨도 조만간 동부그룹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최근 장남 남호씨에게 지분 21.14%인 84만 5,530주를 넘겼다.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잇단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는 남호씨는 현재 동부정밀 화학 지분 21.15%로 최대주주이며, 동부제강 7.35%, 동부증권 6.84%, 동부화재 14.06% 지분 보유와 함께 기타 일부 계열사의 지분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룹 주력회사의 지분을 장남에게 순차적으로 넘기고 있는 것에 대해 그룹 안팎에서는 “지분 증여와 함께 조만간 남호씨가 그룹계열사를 통해 경영수업을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추측을 하고 있다. 남호씨는 만 19세이던 지난 94년 증여 및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동부화재 지분 13.4%를 취득하면서 지분 승계 작업에 본격 나섰다. 지난 2002년 10월에는 김 회장이 보유 지분 15.41% 중 3.31%를 동부문화재단에 출연해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동부화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동부정밀화학 지분 증여도 경영권 승계 일환의 연속 과정으로 해석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지분 증여가 꾸준히 이루어져 온 것은 후계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이 당장 경영권을 남호씨 등 2세에게 넘겨주거나 2세의 경영참여가 곧 바로 시작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김 회장은 남호씨 외에 딸 김주원씨에게도 동부정밀화학 지분 11.21%인 44만 8,412주를 증여해 김 회장 지분은 종전 46.21%에서 14%로 낮아졌다.현재 남호씨는 미국 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 졸업 후, 외국계 컨설팅업체인 AT커니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어 동부 그룹 계열사 업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동부그룹 외에도 재벌들의 주식 증여와 상속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