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일요서울>은 2003년과 2005년 사이 1200억원대 경마 승부 조작에 대해 한국마사회가 축소.은폐했다는 단도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한국마사회 1200억 경마승부조작 축소·은폐 논란” 2018.03.23. 1247호) 최근 본지는 2015년 8월 한국마사회 감사실에 당시 신고 내용을 상세히 담은 제보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국마사회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의혹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마사회는 당시 취재에 들어가자 1200억 원대 경마승부조작관련해서 “공소시효가 지나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마사회는 기수 두 명을 제외한 다른 기수들과 관련 내부 직원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은 채 쉬쉬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15년 8월 마사회 감사실에 경마 비리 제보 문건 20쪽 입수
- 감사실에 제보했더니… “윗선 지시로 중단하라” 대체 무슨 일?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2003년과 2005년 사이 벌어진 1200억 원대 경마 승부 조작 관련 한국마사회가 조직적으로 은폐내지 쉬쉬하고 관련 내부 직원들은 감싸고 오히려 제보한 사람을 협박·회유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건 개요를 보면 경마승부조작을 제보한 K씨는 2003년과 2005년 한국마사회 소속 기수, 조교수, 사설경마업자와 짜고 제주·부산 경마장을 중심으로 사기를 쳤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채모기수를 통해 6명의 기수와 2명의 조교사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하고 각각 700억 원, 500억 원 상당의 부정 경마, 사기 경마를 벌였다.

경마 사기에 가담한 K씨가 승부 조작 관련 제보자로 등장한 것은 2012년 7월로 마사회 감사실에 1차로 신고했다. 공소시효 7년이 지난 시점이다. 당시 마사회는 K씨의 1차 신고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유야무야시켰다. 이에 K씨는 2차로 2013년 12월 신고했다.

경마 비리 ‘만연’해도 쉬쉬하는 까닭 보니...

마사회는 이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여 부산경마장 소속 채모기수와 기수협회장 오모씨 등 두명에 대해서면 징계를 내렸다. 마사회 소속 직원들은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후 K씨는 ‘힘 없는’ 기수들만 처벌을 받자 2014년부터 울산지청 홈페이지 게시판, 경마소비자 연대 게시판, 성남지청 홈페이지 등 수사기관에 관련 사실을 폭로하면서 ‘마사회가 부정경마 사건을 조작, 왜곡하기 시작했다’고 재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K씨는 결국 2015년 8월10일 당시 한국마사회 감사실로 1200억 원대 경마 승부 조작 관련 마사회 직원들의 조직적 은폐 및 축소한 내용을 담은 A4용지 23페이지 분량의 자필로 적어 보냈다. 3번째 감사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서였다.

K씨는 2013년 12월23일 유선으로 마사회 소속 김모 과장에게 채 기수등과 억대 부정경마와 오모 기수의 경마 비위등을 관해 신고했다.

이후 김 과장과 K씨는 현장 검증과 사진 촬영을 12월26일 가졌다. 이후 부산·경남 마사회 녹음·녹화사무실에서 최모 직원과 함께 신고 내용을 진술했다. 녹음을 한 지 40분이 조금 넘었을 때 당시 김과장은 “조사를 중단하라”고 최 직원에게 지시를 내려 갑작스럽게 중단됐다고 했다.

또한 부산 광수대 소속 2명의 경찰들에 의해 간접적으로 경마비위 신고 내용을 은폐하도록 유도 당했고 귀가를 요청하는 그를 반강제적으로 감금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K씨는 2014년 1월15일 감사원에 진정을 넣어 해당사안이 불법적이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특히 그는 그해 4월 감사 책임자에게 “감사가 부실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자 담당자는 “우리가 왜 당신의 말을 믿느냐, 마사회직원들의 말만 믿으면 된다”고 해 놀라웠다고 했다.

 두 번째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K씨는 새로운 감사 담당관인 박모 과장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고 그는 문건에 적었다. 그는 경마 비리 관련 자신이 돈을 받은 4000만 원 관련 ‘채권자 오 씨, 채무자 K씨’로 된 차용증이 위조돼 나타났다고 주장했고 오 씨와의 대질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표출했다.

결국 과천 경찰서에 신고해 국가기관 감정을 요청해 K씨의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이후 K씨는 내용증명을 통해 “박 과장에 대한 감사 없이 감사실의 감사를 믿을 수 없다”며 진술을 거부해 2번째 감사 역시 유야무야됐다.

또한 K씨는 부경 본부장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내용증명에서 주장했다. 그는 부정 경마 척결과 공정경마 구현을 취임사에서 약속을 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고로 채모 기수가 면허정지 6개월이 됐지만 기간이 끝난 2014년 8월부터 다시 말을 타려고 해 반대했지만 기승했고 결국 마사회의 고발로 2015년 2월에 부정경마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그는 채 기수가 구속 직전인 1월 마사회에게 기수 면허를 반납하자마자 바로 수리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채 기수가 기수 면허를 반납해 자연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상 마사회 직원과 채 기수와의 경마 비리에 대한 조사 가능성이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채 기수가 마사회 일부 직원과 공모해 불법을 저질렀다해도 면허 반납을 해 마사회에서는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꼬리자르기에 포상금 나눠먹기까지 의혹

이에 대해 K씨는 채 기수에 대한 기수 면허를 돌려주고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관련 조교사.기수에 대한 부정 경마 혐의를 마사회 차원에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K씨가 경마 불법 비리 관련 의심을 보내는 인사들은 여전히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K씨 역시 “아직까지도 김 과장이 직원으로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적었다.

한편 기수인 황모씨가 불법 경마로 인해 면허 취소 및 형사 처벌을 받은 내용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K씨는 같은 기수 동기인 이모씨가 신고로 동료기수 4명이 면허 취소가 되고 신고한 이씨는 타인의 명의로 포상금 5천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 씨가 타인의 명의로 받은 이유는 본인 또한 2012년 경마 승부 조작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 K씨는 마사회 관련 부서 직원들과 이 씨가 공모해 황 씨를 부정 경마건으로 넣은 것으로 사실상 서로 짜고 마사회 공금을 횡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명으로 마사회 직원 원모씨 포함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포상금 지급에서도 내부 직원과 외부 전현직 기수가 관련돼 서로 나눠 먹고 있다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불법경마승부조작에 가담한 K씨 역시 신고 포상금 지급을 요청한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2015년 5월에 관련 부서 과장에게 포상금 지급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에서는 “경마 비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포스터와 광고를 했지만 이후 경마 비위는 사라지고 “사설 경마를 신고하면...”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또한 K씨 포상금 신청 관련 마사회에서는 거절하면서 “채 씨와 오 씨가 기수면허를 반납한 것은 품위유지 위반”이라고 “경마 비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본지가 취재한 결과 오 씨와 채 씨 모두 ‘품위손상,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받았다. 1년 기수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오기수의 경우 ‘타 기수들의 비위사건 은폐에 개입해 도움 제공’으로 감사 결과 처분을 받았음에도 정지기간이 끝나자 다시 기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K씨는 문건에 ▲ 김모 조교사가 감사 대상인 이유 ▲ 김모 기수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등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말미에는 자신이 1, 2차 신고를 통해 마사회 비리에 대해 신고를 하자 협박도 받았다고 했다.

K씨는 “벌써 두 차례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박모과장은 자신과 부인에게 전화를 해 “무고죄로 처벌하려 한다”는 식의 노골적인 협박을 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그는 감사는 밀실감사가 아닌 투명하게 공개감사로 진행해야 하고 주무담당자 역시 부장급이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구속된 채 기수는 앞서 언급했듯이 형사처벌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2003년과 2005년 1,200억 원대의 경마 승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마사회는 진상 규명을 하지 않았고 내부 직원은 솜방방이 처벌을 한 채 거액의 사기 의혹 건은 경마팬들이 떠안게 된 셈이다.

마사회 측,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축소·은폐냐”

한편 마사회는 1200억원 경마승부 조작 비리 사건 관련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 ‘모르쇠’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마사회 측은 “2차례 신고를 통해 포상금을 요구해 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관계자들이 법적으로 처벌된 것도 아니고 공소시효도 지난 사건이라 근거가 미약해 지급할 명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내부 자체 조사 결과 관련 마사회는 “오 기수와 채 기수에 대해 제재를 하고 다른 기수들은 연관성이 없어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K씨가 주장하고 있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벌어진 승부 조작 주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 기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왜 징계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마사회에서는 사전에 알고 있는데 상부에 고지를 안 해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먹었지만 아직도 일을 하고 있다”며 전했다.

특히 마사회가 솜방망이 처벌로 축소·은폐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마사회가 유야무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사회에서는 K씨가 검찰 마사회 등 관련 게시판에 투고하고 마사회를 찾아와 소란을 일으키니 가장 문제가 있는 채 기수만 내보낸 것”이라며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축소·은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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