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급 명시해 국민 불안감 해소해야”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국가 책임 명문화’ 규정 공무원‧군인연금과 달라 불만 폭발
법적 지급 보장 목소리↑ 정부도 긍정 반응…법 개정 주목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20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1만 건을 돌파했다. 의원 입법은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 입법부 우위 체제가 확립되면서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의원 발의 법안이 원안이나 수정안의 형식으로 통과되거나 대안 법률을 통해 현실화된 비율은 19대 국회를 기준으로 34.6%에 그친다. 가결률만 따로 보면 14.4%다. 이 기간 정부발의 법안의 73.5%가 법률에 반영됐고 가결률도 34.7%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원입법의 현실화 가능성은 정부법안의 절반을 밑도는 셈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시급한 도입이 요구됨에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을 조명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그 첫 번째로 최근 국민연금 논란에 따라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다.

 
▉ 발의 배경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2058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각종 공공기관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예상보다 일찍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더 오래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공무원‧군인 등 특수직역 연금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해 매년 연금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반면,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 실정이어서 거센 국민적 반발에 부딪혔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이라는 꼬리표가 있던 와중에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이 알려지자 공분이 인 것이다. 또 향후 기금이 소진될 경우 평생 쏟았던 자신의 연금을 제대로 못 돌려받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국가가 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김재원(54,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3선) 의원은 국민연금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민연금 지급보장에 대한 정부 책임을 명문화하고 ▲이 경우 재정적 균형을 위해 급여 소요 비용을 적어도 5년마다 다시 계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발의 취지에 대해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국민연금 급여지급에 대한 불안감을 일소하고, 가입자가 수급액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엔 김 의원을 포함해 같은 당 권성동‧김도읍‧김석기‧나경원‧민경욱‧박덕흠‧백승주‧이은재‧이현재 의원 등 10명이 동참했다.
 
▉ 이해 단체 반응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낼 청·중년층은 급격히 줄어들고, 연금을 탈 노년층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공적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경고등이 켜졌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돼 왔다.
 
기금 고갈에 따른 불안이 커지는 만큼 공무원‧군인 연금과 같이 국민연금도 국가가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은 이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가 다수다.
 
직장인 최원철(39)씨는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이 지급되는 것은 막연하게 알았는데, 법적으로 지급보장이 돼 있지 않은 것은 몰랐다”며 “법에 (국가 지급을) 못 박아준다면 보다 안심하고 연금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온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용건 집행위원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방향’ 토론회에서 “준비되지 않고 다가온 급격한 고령화와 노인 빈곤은 재앙”이라며 “국민의 거의 유일한 노후 대책인 국민연금이 제대로 국민 노후를 지킬 수 있게 먼저, 국민연금의 법적 지급 보장을 통해 국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도 “국민연금 지급보장 의무 명문화도 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지급보장 명문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 평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사실상 ‘스크린’하는 입법부 고위 공무원인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은 관련 법안에 대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아직 해당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아 검토 보고서가 없지만,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유사 법안의 검토 보고서를 보면 당시 석영환 수석전문위원은 ▲국민연금 불신 해소 및 신뢰 제고 ▲공무원‧군인‧사립학교교직원 연금 등 타 직역연금과의 형평성 제고 등 측면에서 국가의 지급보장 명시화는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석 수석위원은 다만 “현재의 보험료와 급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지속될 수 있어 향후 제도 개혁에 대한 수용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국가 부채 산정 시 국가신인도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 총평
 
사실 그간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 지급을 법적으로 명문화하자는 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했지만, 기획재정부나 보건복지부의 반대 등으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국가 부채 등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을 포함해, 지급 명문화가 현 세대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어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안일 수 있어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 논란으로 타 직역연금과의 형평성 문제, 정작 노후에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국민 불안감이 터져 나오면서, 국가가 지급보장 명문화를 통해 오히려 제도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 정부도 지급 명문화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법 개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으면 지급보장 규정을 명문화 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다음 날인 22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에 출석해 "사실 그런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 신뢰를 높이고 안심시켜드릴 수 있으면 (명문화를) 고려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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