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 ‘좌지우지’… 문재인發 ‘소득주도 성장’ 놓고 여야 ‘대격돌’

<뉴시스>
계류 법안만 770여건… 6년째 표류 중인 ‘서발법’ 막판 진통 예상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20대 국회 상임위는 지난달 말에서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원구성이 늦어지며 ‘지각’ 출발한 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상임위의 법안 심사에 대해 ‘F학점’을 받은 만큼 행보가 숨 가쁘다.(법률소비자연맹 조사) 각 상임위는 파행으로 치달았던 전반기 국회를 재빨리 수습하고, ‘입법기관’으로서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다. 본지는 19개 상임위와 6개 특위를 파헤치는 ‘상임위 백서’를 진행한다. 그 첫 번째 순서는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다.
 
기재위는 각 교섭단체 간사 및 위원장을 포함한 26명으로 구성된다. 올해 제20대 국회 후반기 기재위를 이끌 위원장은 민주당 정성호 의원(3선)이다. 정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17대 전반기 국회, 20대 전반기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두 차례 활동했다. 정 의원이 1년간 활동한 후에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에게 의사봉을 넘길 예정이다.
 
기재위는 예산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상임위다. 정부의 경제 정책 추진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도 견제도 한다. 국가 재정에 대해 긴밀히 관여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상임위다.
 
기획재정부와 그 산하의 국세청‧관세청‧조달청‧통계청, 한국은행 등이 모두 기재위 소관이다. 나라 살림과 직결된 만큼 입김도 막강해 의원들의 선호도가 높다. ‘으뜸 상임위’라고 불릴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의원 시절 기재위를 거쳤다. 각 당에서 ‘경제통’이라 불리는 인물들이 주로 배치된다.
 
이번 기재위는 민주당 12명, 한국당 10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 2명으로 구성된다. 여당 간사는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의원, 자유한국당 간사는 윤영석(경남 양산시갑)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는 김성식(서울 관악구갑) 의원이다.
 
이밖에 민주당 김두관‧박영선‧유승희‧조정식 의원, 한국당 권성동‧김광림‧나경원‧심재철 의원,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평화당 유성엽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속해 있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그동안 보수 정당이 독점했던 기재위원장 자리를 사상 최초로 꿰찼지만, 각 의원들의 면면으로 볼 때는 전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다. 전반기 민주당 기재위에서 맹활약했던 김태년·박광온·김종민 의원이 빠졌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에서는 김광림(재정경제부 차관)·이종구(재경부 금융정책국장)·추경호(기재부 제1차관) 의원 등 기재부 출신 의원들을 대거 배치하며 대여 공세 구도를 갖췄다.
 
‘소득주도 성장’ 청문회 메뉴 되나
 
현재 여의도 분위기로 볼 때 후반기 국회에서 기재위가 가장 시끄러울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문제가 쟁점이었다면, 후반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방점으로 한 경제 정책이 뜨거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만 해도 ▲소득주도 성장 논란 ▲세제 개편안 ▲2018 예산안 심사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 중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공방전이 하반기 기재위의 관전 포인트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정책 기본 방침으로 세운 ‘소득주도 성장’은 임금 상승→가계소득 증가→내수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일컫는다. 이 출발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임금 부담이 전가되는 부작용을 낳는 한편, 내수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지지 않아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 의원들은 정부 여당에 대한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미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경제라인과 기재부 등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촉구해 사안이 장외 확전될 공산이 크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21일 청문회 촉구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는 국회법 65조에 안건 심의를 위해 필요할 때는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과거에도 민주당의 주장으로 ‘가계부채 청문회’ 하지 않았나”라며 “국민생활의 기반이 되는 경제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절박한 우려로 청문회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경제 악화의 원인이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지난 정권에서 고착화된 저성장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낙수효과를 기반으로 한 경제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저성장을 고착화시켰고 잠재성장률도 2%대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증세냐 감세냐’ 내년도 예산안 두고 ‘기싸움’
 
밀린 숙제도 많다. 20대 국회 기재위에서 계류 중인 법안만 770여건이다. 상정은 됐지만 논의조차 하지 못한 법안도 340건이 넘는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대책과 관련된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확대,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서비스산업발전법(서발법) 등 굵직한 현안이 포함됐다.
 
2012년 처음 발의된 서발법은 1순위 통과 법안으로 꼽힌다. 기재위에서 우선 심의한 후, 만약 논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여야 3개 교섭단체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모인 민생경제TF(태스크포스)에서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 우려 등이 있는 만큼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9월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후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된다. 예산 책정은 예결위의 몫이지만, 예산에 필요한 세입의 근거는 기재위의 법안 개정을 통해 마련된다. 때문에 기재위에선 증세냐 감세냐를 두고 여야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쟁점으로는 보유세와 법인세가 거론된다. 민주당은 두 세율의 인상을, 한국당은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유세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최근 뛰어오른 집값 안정을 위해 반드시 손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정 위원장은 “상임위 운영을 공정하게 할 것”이라며 “여당 위원장이지만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최대한 경청하고 서로 소통, 타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 각 의원들도 ‘나’에게 최선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최선책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협조적인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정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최근에 가계소득 동향을 보면 1‧2‧3분위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있는데 여기에 국회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법안 처리도 안 하면서 정부 탓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상임위의 기본적 임무는 소관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국민의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관련 법안이 원활히 검토, 처리되도록 상임위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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