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덩치가 커 선뜻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분명 매력적인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현대건설을 두고 증권·건설업계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최근 현대건설의 인수·합병(M&A) 문제가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벡텔의 인수설’,‘외국계 투자 펀드의 인수설’등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과 현대건설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최근 여의도 증권가와 건설업계의 최대 이슈는 현대건설의 인수·합병(M&A) 문제다. 이와 관련, 9월 초부터 증권가에서는 ‘미국 벡텔의 현대건설 인수설’, ‘외국계 투자 펀드의 현대건설 인수설’등이 나돌아,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자로 지목된 벡텔은 해운, 항공, 컴퓨터, 자동차, 석유, 철강 등을 아우르는 국제적인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 미국내 1위 건설업체로, 그간 이라크 재건사업을 독식,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켜왔다.

벡텔은 이라크의 전기·수도와 통신, 철로, 항만, 학교, 도로, 교량, 공항 등의 건설사업에 수십억 달러의 계약을 수주해왔다. 이 과정에서 부시 미 대통령 등 현 공화당 정부의 특혜를 받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라일리 벡텔 회장은 부시 대통령의 무역개선 프로그램 자문으로 임명된 바 있으며 공화당 출신 조지 슐츠 전국무장관이 벡텔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벡텔은 부시 대통령의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 등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특혜 시비에 휘말리며, 막대한 이라크 재건사업을 수주한 벡텔은 설계·감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엔지니어링 회사다. 따라서 이라크 재건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협력할 만한 시공회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벡텔이 이라크 등 중동에서의 건설 노하우가 있는 회사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한국 증권·건설업계에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업계에서는 “벡텔이 인수를 원하는 회사로 현대건설을 포함, 워크아웃기업인 D사와 또다른 D사 등 3~4개”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중 현대건설은 2000년 10월 부도를 겪는 등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후 금융기관의 출자전환을 통해 회생에 나선 기업. 현재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전체 지분의 17.84%, 산업은행이 16.78%, 우리은행이 14, 64%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등 채권단 지분이 전체의 60%를 웃돌고 있다.채권단측은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언제라도 보유중인 채권단 지분을 매각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국내의 경우,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회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인수할 능력이 없을 뿐더러 언급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A건설 한 관계자도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엄청나게 들어간 현대건설을 국내 기업이 인수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며 “따라서 외국계 기업 등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이로 인해, 현대건설의 새주인은 벡텔 등 외국계 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벡텔 인수설 이외에도 ‘외국계 투자 펀드’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론스타, JP모건, 칼라일 등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 회사들이 그간 수익성이 없는 금융기관 매물에 신경써왔다”며 “하지만 금융기관 매물이 없어지면서, 현대건설 등 수익성이 좋은 새로운 투자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현대건설은 최근 채권단 관리 아래 부실요인을 과감히 털어내고, 매출액 증가, 해외 수주 증가 등으로 실적이 호조세를 띠고 있다. 따라서 “현대건설이 이들 외국계 투자펀드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각종‘인수설’에 대해 현대건설과 채권단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현대건설측은 “벡텔과 현대건설이 이라크 재건사업과 관련해 협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벡텔 등과 인수와 관련, 어떤 접촉도 가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최대주주인 외환은행 관계자도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어떤 곳으로부터도 공식적인 인수의사를 접수받지 않았다”고 밝혔다.인수자로 지목된 벡텔 역시도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벡델이 타사를 인수·합병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새주인’이 조만간 결정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대건설의 실적이 호조세를 띠고 있는 만큼, 매수자가 몰리게 될 것”이라며 “덩치가 큰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면, 더욱 덩치가 큰 기업이 나서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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