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1강 독주’ 체제 형성… “3위라도 해야 지도부 입성”

14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 스튜디오에서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을 뽑는 9·2 전당대회 본선에 진출한 후보들이 토론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환, 손학규, 권은희, 이준석, 하태경, 정운천 후보.<뉴시스>
결국 계파 싸움… 국민의당계 손학규vs 바른정당계 反손학규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바른미래당 9.2전당대회가 다소 싱거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후보가 일찌감치 1강 독주 체제를 형성하고 다른 후보들의 십자포화를 견디고 있다. 5명의 후보들은 ‘올드보이’ ‘6.13지방선거 참패’ ‘朴정부 총리 수용설’ 등을 화살로 손 후보에 대한 협공을 퍼붓고 있지만, 손 후보에 향한 당심은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결국 당대표보단 최고위원 자리를 둘러싼 나머지 후보 간 싸움이 더욱 치열할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다만 이번 전대에서 채택된 ‘1인 2표제’가 당락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9.2전당대회는 1강 손학규 후보, 2중 하태경·이준석 후보, 3약 김영환·정운천·권은희 후보로 구도가 굳혀지는 양상이다.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3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1~2위 그룹은 당대표 자리를 두고, 3~4위권 후보는 사실상 한 자리 남은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권은희 후보는 이미 여성 몫의 최고위원 자리로 지도부 입성이 결정된 상황이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1∼13일 조사한 당대표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응답률 2.9%·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손 후보가 20.5%로 강세다. 이 뒤를 하태경(14.5%), 이준석(12.2%), 김영환(7.2%) 후보 등이 따르고 있다.
 
1:5 협공 ‘맹공세’
사실상 손vs하 싸움

 
당대표 자리에는 손 후보가 유력한 가운데 ‘손학규vs反손학규’ 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당내에서 국민의당 계파로 ‘안심(安心)’ 주자로 분류되는 손 후보는 5명의 후보의 협공을 받고 있다. 6명의 후보 중 손‧김 후보를 제외한 하‧이‧정‧권 후보는 바른정당 출신으로 분류된다. 각 후보들은 ‘6.13지방선거 참패론’ ‘올드보이’ ‘안심팔이’ 등과 관련해 손 후보에게 비판화살을 퍼붓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4일 지상파3사 TV토론에서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을 공천 사태를 보면 (선대위원장이었던) 손 후보는 상황 판단에서 낙제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치도 젊어질 때”라며 “지금까지 해 온 선택처럼 정계개편, 정치 개혁을 언급하는 사람 손에 바른미래당을 맡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영환 후보도 같은 날 “천하의 손학규가 ‘안심팔이’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손 후보가 당대표가 되려고 신용현, 김수민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줄을 세우곤 이것을 안심이라고 했다. 이는 안 전 대표도, 바른미래당도, 손 후보도, 거기에 줄을 선 의원도 죽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 중에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하 후보의 공세가 매섭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하 후보는 손 후보에게 패하더라도 최고위원 자리에 오를 공산이 크다. 하 후보는 손 후보의 과거 ‘총리’ 발언을 두고 집요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손 후보는 박근혜 정부 당시 거국내각 총리직과 관련해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 후보는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탄핵 후가 아닌 탄핵정국 당시에 손학규 거국 내각 총리 이야기가 꽤 뉴스가 됐다”면서 “세상을 바꿔야 할 시기에 어정쩡하게 타협해서 자기가 총리 한번 해 보고자 하는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손 후보가 당의 미래보다는 자기 정치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게 하 후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손 후보는 전주MBC 주관으로 개최된 지난 22일 TV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야 합의로 거국내각을 할 때 그것을 거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한 것”이라며 “총리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vs김 ‘3위 쟁탈전’ 치열
1+1 러닝메이트 ‘최대 변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위권 후보들은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막판 기싸움이 치열한 모양새다. ‘손학규 대세론’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사실상 한 자리 남은 최고위원 자리라도 차지하겠다는 눈치다.
 
특히 이준석‧김영환 후보 간 접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소폭 앞서고 있는 이 후보가 김 후보와의 격차 벌리기에 집중, 3위 굳히기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1‧2차 TV토론에 이어 김 후보의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자금문제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 후보는 18일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며 사비로만 22억 원을 지출했다”면서 “그와 반대로 일부 후보는 10억 원 가까이 지원을 받으며 당선거를 위한 게 아니라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행동 등을 보였다”고 김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정치를 저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선거비용으로 사용한 4억5000만 원 중에 4억3000만 원을 공보물에 사용하고 1000명의 운동원도 한 명 못 쓰고 광고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년간 의사생활을 했지만 전 재산 2억 원 중 1억 원을 사용하는 등 돈을 더 쓸 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다른 후보들 간 ‘反손학규’ 분위기가 ‘손학규 대세론’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손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나머지 후보들은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다만 물밑에서 이뤄지는 합종연횡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크다. 이번 전대는 유권자 1명이 2명의 후보를 선택하는 ‘1인 2표제’로 실시되면서 다른 후보와의 연대를 토대로 두 번째 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이 ‘고정표’로 분류되는 첫 번째 표 외에 두 번째 표를 얼마나 끌어 모으느냐가 관건이다.
 
한편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해 뽑는 바른미래당 전대는 1인 2표제로 이뤄진다. 책임당원 50%, 일반당원 25%, 일반국민 여론조사 25%를 반영한다. 바른미래당은 21일 대구·경북권 TV 토론에 이어 전북권(23일), 대전·세종·충남권(25일), 광주·전남권(26일) 등 총 6회의 토론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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