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답’… 청년 내세웠지만 ‘정치적 메시지’ 곳곳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그간 ‘페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던 황교안(61) 전 국무총리가 ‘저서’를 출간했다. 통상 정치권 인사가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것은 정치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신호로 비춰지는 만큼 황 전 총리가 정계에서 본격 기지개를 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자신의 저서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에 대해 “청년과 자유롭게 나눈 대화”라고만 소개했지만, 대담 형식을 빌려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그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향후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간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던 황 전 총리는 인물난을 겪는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최근까지 기무사 계엄 연루 의혹 등 ‘탄핵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은 극복할 과제다. 정치 행보에 나설 태세인 황 전 총리가 보수 진영의 ‘뉴리더’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페북 정치’ 黃, 수필집 출간해 이목 집중 ‘컴백 전초전’
‘역할론’ 긍정도 부정도…일각서 “여건 허락하면 언제든 재개”

 
공개 행보를 자제했던 황 전 총리가 정치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2일 청년과의 일문일답 대화를 중심으로 엮은 에세이집을 펴냈다. 그는 “여러 기회를 통해 청년들을 만났는데 그때 시간 제약상 못다한 얘기들, 그런 청년들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한 자료집”이라고 설명했다.
 
책 초반에는 황 전 총리의 어린 시절이나 취미생활 등 가벼운 얘기가 담겼고, 이후 ‘N포 세대’, ‘흙수저’ 등 청년들이 처한 어두운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담았다. 중반부로 가서는 정치 현안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페북 정치’를 하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낸 그가 책에는 보다 광범위하게 자신의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文정부 비판·지적·반박
황교안의 ‘진짜’ 답?

 
우선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인 ‘적폐 청산’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기울인 모든 노력들이 소위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쓸려 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4대구조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과 같은 지난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 어떻게 통째로 적폐가 될 수 있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표적 공안 검사 출신인 황 전 총리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정보기관이 명칭이나 조직, 임무도 바뀌어 왔지만 대공수사를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대공수사가 나라를 지키는 임무인데도 아무런 대안도 없이 이를 포기하면 누가 간첩을 잡을 수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를 둘러싼 각종 비판을 반박하며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에 대해 “명백한 오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2014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2015년 남북고위급회담 개최를 거론하면서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평화 통일 기조 하에 남북 교류·대화를 병행해 왔다”며 “남북관계가 경색된 원인을 제공한 것은 근본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한 북한 측”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폐쇄에 관해서도 “부득이한 카드였다”며 그간 입장을 고수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를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청년의 물음에 “한마디로 개혁 지향 정부”라며 “무엇보다 ‘민생 지향’과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구체적 예로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을 언급하기도 했다.
 
‘불통 정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 불통이라는 부분은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 정부를 겨냥한 듯 “소통의 부족도 문제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고 일방적인 홍보 역시 문제”라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재직 시절 자신이 과도한 의전을 요구해 ‘의전 총리’라는 비판을 받은 데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경호와 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협의가 있었을 뿐 승강기를 잡아 달라든가, 주차장을 통째로 비우라는 등이 의전을 요구한 일은 없다”며 “그런데도 잘못된 기사가 반복적으로 나와 답답했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위급 상황에서도 신속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에 ‘메르스 사태’(2015)를 꼽기도 했다. 또 법치 국가 실현에 자신이 역할을 한 사례엔 ‘통합진보당 해산’을 꼽았다. 그는 통진당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당 ‘환영’ 기류
“당연히 필요한 인물”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황 전 총리가 저서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낸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그가 본격 정치 행보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다음 달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도 연다. 일각에선 황 전 총리가 ‘김병준 비대위’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쯤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책 출간은) 정치 활동 재개에 대한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며 “(그간의 출마 거절은) 명시적인 거절이기보다는 여의치 않으니까 한 발 후퇴한 모양새였고, 여건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컴백 기류에 자유한국당에선 환영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한국당에) 당연히 필요한 인물 중 하나”라며 “(다만)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가끔 (황 전 총리와) 통화는 하지만 안부 전화 정도에 그쳤고, 아직 그 정도까지 얘기가 무르익진 않았다”고 전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총리 퇴임 이후 오프라인 영역에서는 1년 넘게 기독교 활동에만 전념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지원차 몇몇 한국당 후보들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보수 ’구원투수’ 되나
黃 여전히 ‘신중 모드’

 
그의 행보를 둘러싸고 각종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그는 여전히 ‘신중 모드’다. 황 전 총리는 ‘향후 정계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기회를 통해 말씀드렸다. 그것으로 대신해 달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지난달 여러 매체를 통해 “정리하지 못한 과제가 많다”, “미래를 위해 일하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등의 답변을 한 바 있다.
 
현재 ‘인물난’을 겪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 황 전 총리는 핵심 대안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대선에서부터 지난 지방선거까지 대통령 후보, 서울시장 후보, 한국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최근 비대위원장 후보까지 매번 이름이 거론됐다.
 
엄경영 소장은 “보수 입장에서는 (황 전 총리가) 모범생 이미지에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데다, 강력 보수층인 기독교계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지난 대선 전 지지도 보면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저음 목소리’와 당내에서 비교적 ‘새 인물’로 평가받는 점도 황 전 총리의 강점으로 꼽힌다.
 
국정농단 책임론 ‘악재’
팬클럽 ‘황대만’도 지지 철회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황 전 총리의 대표적 취약점으로 꼽힌다. 최근엔 ‘기무사 계엄’ 논란과 관련,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 전 총리가 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고, ‘양승태 사법농단’ 파문 과정에서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을 둘러싼 행정부와 사법부 간 재판거래 의혹에 황 전 총리의 이름이 거론된 상태다.
 
황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그는 “계엄에 ‘계’자도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고,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황 전 총리는 또 선출직 경험이 없어 정치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30여년간 관료 사회에 몸담은 탓에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부터 최근까지 출마설이 불거졌지만 그때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보이다 결국 흐지부지되는 탓에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지층의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대선 당시 ‘황교안 팬클럽’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 ‘황대만’(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모임)은 황 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상당 부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대만 당시 대표였던 백 모씨는 통화에서 자신도 더 이상 대표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떠났다”고 전했다. 떠난 이유에 대해선 “나와야 할 때 안 나오고 너무 뜸을 들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다시 지지할 마음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황 전 총리가 내년 초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엄 소장은 “아직 적폐 청산 국면이 계속되고 있고, 한국당 비대위도 현재 녹록지 않은 상황이어서 전대 때 복귀는 어려울 듯 보인다”며 “향후 한국당 자체 변화든 중도보수 전체 진영의 ‘새판짜기’ 때 (황 전 총리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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