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안에 60마리·100마리 ‘사육’인가 ‘수집’인가

무분별한 번식을 통해 급격히 늘어난 개체수의 개들. <사진제공: 동물권단체 케어(care)>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일명 ‘동물 수집가’라고 불리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울 정도로 무분별하게 동물의 수를 늘려가는 이들을 뜻하는 말이다. 악취와 소음 등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상태에 이르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법, 사육권·소유권 제한 없어 근본적 해결 못해
한 건 해결하면 또 한 건…“민간단체가 해결할 수준 넘어”


#1.
지난해 4월에는 동물 수집을 일삼는 주인에 의해 운영됐던 마산에 위치한 한 고양이 쉼터가 적발됐다. 20여 평(66㎡) 남짓한 공간에서 100여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중에는 중성화 수술을 거치지 않은 고양이 20여 마리도 섞여 있어 끊임없이 개체수가 불어나는 실정이었다.

쉼터 관리자는 굶어죽은 고양이들의 사체가 부패돼 구더기가 들끓어도 치우지 않는 등 열악한 환경을 조성했으며, 아기 고양이의 경우 두 눈이 곪아 터져도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기 고양이는 결국 두 눈이 돌출됐고 마지막엔 흘러내려 썩어버리기까지 했다.

이에 동물단체들이 해당 쉼터를 대상으로 구조를 진행했지만, 쉼터 관리자는 끊임없이 외부에서 새로운 고양이들을 데려왔다.

#2.
2014년 경기도 광주의 3층 다세대 주택에서는 주인 할아버지가 20평(66㎡)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개 100여 마리를 키웠다.

사회복지사가 10년 동안 주인을 설득해 해결하려 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설득을 거부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제보하게 된 것. 인근 아파트 주민들 역시 소음과 냄새로 인한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당시 현장은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마치 계란판처럼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던 개들은 서로 싸웠으며, 중성화수술이 이뤄지지 않아 개체수가 계속해서 증가해 똑같은 종(種)으로 가득했다. 새끼 강아지가 태어나도 숨어 있지 않으면 다른 개들에게 물어 뜯겨 죽임을 당하기 일쑤였다.

노후된 집 상태로 인해 아래층에 거주하던 할머니 집의 천장에서는 비가 올 때면 윗집의 찌든 배설물들과 빗물들이 뒤섞여 ‘똥물’이 뚝뚝 흘러내리기도 했다.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애니멀호더’에 의해 발생된 일이라는 것이다.
 
애니멀호더에게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눈이 부패돼 흘러 넘친 아기 고양이. <사진제공: 동물권단체 케어(care)>

제보는 나날이 느는데
현행법 처벌 근거 없어
 

전문가에 의하면 애니멀호더는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거나 한데 모아두는 저장강박증이라는 강박장애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수집하는 대상이 물건이 아닌 동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사육 중인 개체수가 많거나 번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보내지 않아 계속 해서 숫자가 불어나거나, 심지어 동물 사체조차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많은 수의 동물을 사육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를 병행하지 않아 동물 학대의 한 유형으로 분리된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의 박소연 대표는 이들을 “(기본적으로는) 다두사육(多頭飼育)을 하는 사람들이고, 감당할 수 없는 마릿수를 기르면서 열악한 사육 환경에 이르게 돼 결국 방치하며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계속해서 그는 “애니멀호더의 경우 냄새와 소음 등으로 본인은 물론 동물과 이웃한테까지 피해를 준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에 의하면 애니멀호더에 대한 심각성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시기는 2000년대 중반 경이다. 문제는 이전에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반려동물을 많이 기르게 된 이 무렵 제보가 들어오는 등 눈에 띄기 시작했다.

케어에서도 애니멀호더에게 고통받는 동물들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이를 접수해 구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 들어 사회적으로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이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전에 비해 더욱 많은 수의 신고 접수가 되는 상황이다. 몇 차례의 구조 활동을 거친 박 대표가 말한 현장은 더욱 참혹했다.

박 대표는 “10평(33㎡) 정도 되는 임대주택에서 사람 4명과 개·고양이 60마리가 함께 살고 있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냄새와 소음 때문에 난리가 나니 그 집에 있는 모든 걸 빼어 창고에 보관해뒀다. 동물은 (케이지에) 가둬서 바깥에 모두 내보냈다”며 “(애니멀호더인 그 가족은) 마트 수레를 가져와 그 안에 새끼들을 넣어 두기도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들려준 또 다른 사례는 동물 사체조차 버리지 못하는 애니멀호더였다. 그는 편지와 함께 고양이 사체를 싼 뒤 그것을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구조 활동 현장에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를 묻자 박 대표는 “(동물들을) 안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니 구하지만, 구하면서 우리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에 의하면 애니멀호더 관련 사건은 한 번에 적게는 30마리서부터 많게는 100여 마리가 되는 동물들을 구조하게 되는데, 많은 수의 동물들을 보호할 공간이 항상 준비돼 있기란 어렵다.

박 대표는 “안 하면 (동물들이) 죽을 것 같으니 구조는 한다. 그러면 (이후 과정들이) 다 민간단체 부담이어서 전 직원이 힘들어진다. (구조된) 동물들을 치료해 겨우 입양 보내면 또다시 (애니멀호더 관련 사건이) 나타난다”며 “이제 민간단체가 해결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 애니멀호더는 심각한 수준의 사회적 문제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제도는 미비한 형편이다. 현행법상 동물의 사육권과 소유권을 제한하는 법 제도가 없기 때문.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이것이 애니멀호더 문제를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지난해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이를 지적하며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단위면적당 적정사육마릿수를 초과하는 수의 동물을 사육하면서 기본적인 사육·관리의 의무를 위반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를 동물학대 행위에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박 대표는 “상해를 입거나 죽음에 이르는 상황으로 제한한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며 “상해나 죽음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것이 (애니멀호더의 학대) 때문이라고 입증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대안으로 박 대표는 “이러한 전제조건을 두지 않고 ‘공간 대비 적정 마릿수’로 (애니멀호더에 대한)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등록을 통해 적정마릿수를 초과하는 과도한 마릿수를 사육할 경우 벌금 등의 가중처벌이 들어가야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애니멀호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동물이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사유권 등을 제한하는 법 근거가 마련돼야 애니멀호더 문제가 해결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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