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과 골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비즈니스를 위해서,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혹은 건강관리 차원으로 운동 삼아서 총수들은 골프채를 잡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총수들은 자신의 골프실력을 밝히기를 꺼려한다. 골프가 아직 ‘귀족스포츠’ 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불경기에 서민층에 위화감을 조성시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는 유독 프로선수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골퍼들이 많다. 여가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로도 골프를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먼저 재계 최고 수준의 골프실력자로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이회장의 골프실력은 프로선수 수준이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핸디캡이 3인 이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65타이고 드라이버 평균거리는 290야드로 프로선수 못지않은 장타력을 가지고 있다. 코오롱 이웅렬 회장과 함께 재계 골프왕으로 꼽히는 총수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이다. 구회장은 핸디캡 7에 베스트 스코어 72타, 드라이버 평균거리 250야드를 자랑한다. 특히 골프매너에 있어 재계 최고의 골프신사라고 불린다. 그는 소심한 플레이보다 과감한 플레이를 추구한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구력이 3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재계에서도 ‘골프 마니아’ 로 소문난 박회장은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홀인원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그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틈틈이 골프장을 찾아 재계는 물론 정계 관계 학계 등 다양한 인사들과 라운딩을 갖는다고 한다. 박회장은 평소 계열사 CEO들에게도 골프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며 강력히 권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골프를 칠 줄은 알지만 의외로(?) 즐기지 않는 총수들도 여럿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삼성 이건희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현대가의 다른 형제들이 골프를 즐기는 것과는 달리 정몽구 회장은 등산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골프보다는 바둑, 독서 등 정적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편이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도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수들의 골프 라운딩은 ‘그들만의 리그’ 라는 것이 아직은 일반적인 국민정서다. 극심한 불황으로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요즘, 몇백만원씩 들여가며 골프를 즐기는 것은 자칫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모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총수들 스스로 골프장 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이고, 다른 임원들도 필드 나가는데 눈치를 살핀다” 고 귀띔했다.또 몇몇 재벌 총수들은 삐뚤어진 특권의식으로 빈축을 사기도 한다.

모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재벌 총수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앞, 뒤 팀과의 시간 간격을 벌여줄 것을 강요한다고 한다. 보통 6~7분 간격으로 라운딩이 시작되지만 재벌들은 10여분 이상 차이를 두게 한다고. 물론 골프장에서도 재벌들의 요구에 앞서 미리 라운딩 간격을 조정하기도 한다.하지만 재벌 총수들 대부분은 골프가 비즈니스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거나, 불필요하지만 다들 골프를 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골프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면서 어떻게 라운딩을 즐길지 앞으로 재벌 총수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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